[오청원배] 최정 세계여자바둑대회 2관왕!
▲ 12월 4일의 시상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는 최정 9단.
여제 최정 9단이 세계여자바둑대회 완전 정복을 위한 두 번째 목표를 달성했다.
12월 3일 중국 푸저우 오청원회관에서 열린 제2회 오청원배 세계여자바둑대회 결승3번기 2국에서 최정 9단은 중국의 왕천싱 5단에게 149수 만에 흑으로 불계승을 거두고 종합전적 2:0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최정 9단은 11월 30일 벌어진 준결승에서 리허 5단을 236수 백 불계승으로 제압하고 결승에 올랐다. 같이 벌어진 또 한판의 준결승에서는 왕천싱 5단이 전통의 강자 루이나이웨이 9단에게 극적인 대역전승을 거두고 최정 9단의 결승 상대가 됐다.
▲ 준결승 대국 전경. 왼쪽부터 왕천싱 5단 vs 루이나이웨이 9단, 리허 5단 vs 최정 9단.
하루를 쉬고 벌어진 12월 2일의 결승 1국에서 최정 9단은 왕천싱 5단에게 128수 만에 흑 대마를 잡으며 불계승을 거둔 바 있다. 왕천싱 5단과의 상대전적은 이번 2연승까지 8승 1패로 완전히 압도하고 있다.
▲ 결승에 앞서 임전 소감을 밝히는 왕천싱 5단(왼쪽)과 최정 9단.
▲ 결승 1국.
▲ 결승 2국.
이
로써 최정 9단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세 개의 여자바둑대회 중 두 개를 차지, 완벽한 여제 등극에 단 하나의 우승컵(센코컵)만 남겨 놓게 됐다.
세계여자바둑대회의 역사를 보면 초기는 중국이 우승을 주도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회 주최를 담당했다. 1999년 제1회 흥창배에서 한국 소속으로 출전한 루이나이웨이 9단이 우승을 했지만, 루이나이웨이 9단은 중국인이다.
중국, 미국, 한국, 중국으로 소속을 옮기며 평생 바둑을 두어온 루이나이웨이 9단은 여자바둑계에서 전설 그 자체이다. 루이나이웨이 9단은 1963년생이다. 일반적으로 바둑계에서는 최전성기를 20대 중반으로 보고 있는데, 세계여자바둑대회가 처음 생긴 것은 그녀가 30세 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연하다는 듯이 우승했다. 이후 만 40세인 2003년까지 10년 동안 12개의 세계대회 가운데 8번을 우승했다. 그리고 56세인 지금까지도 세계여자바둑계에서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최근 열린 궁륭산병성배, 오청원배에서 모두 4강까지 진출했다)
한국선수 중에서 처음으로 세계여자대회에서 우승한 이는 윤영선 5단이다. 지금은 독일에서 바둑 보급을 하고 있는 윤영선 5단은 당시 우리나라 최강자였다. 윤영선 5단의 뒤를 이어서 세계여자바둑계를 평정한 이는 박지은 9단이다. 2004년 제2회 정관장배에서 처음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린 뒤 2011년 제2회 궁륭산병성배까지 7년 동안 5개의 세계여자바둑대회를 연속으로 제패한 바 있다 이 5연속 세계대회 우승은 전설 루이나이웨이 9단도, 전성기 시절 이창호 9단도 이루지 못한 대업적이다.
박지은 9단의 뒤를 이을 여제의 자리는 최정 9단과 중국의 위즈잉 6단이 각축전을 벌이다가 올해 들어 최정 9단 쪽으로 완전히 기운 느낌이다. 물론 2월에 있었던 센코컵 결승에서는 위즈잉 6단이 최정 9단에게 이기고 우승했지만, 최정 9단은 그 뒤로 6연승을 거뒀다. 그리고, 이후 2개의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표에는 개인전만 있어서 드러나지 않지만, 그 사이에 있었던 단체전에서도 최정 9단은 주장으로 맹활약하며 위즈잉을 내세운 중국팀에 모두 이겼다.
▲ 역대 세계여자바둑대회 우승 기록
최정 9단은 이번 오청원배까지 총 5번을 우승했다. 루이나이웨이 9단의 8회에 이어 박지은 9단과 공동 2위이다. 그렇지만 최정 9단은 1996년생으로 아직 만 23세, 최전성기에 돌입하는 중이다. 더구나 이전과는 달리 1년에 세 개의 여자바둑대회가 열리고 있다. 기회가 많은 만큼 최정 9단이 루이나이웨이 9단의 8회 우승을 뛰어넘을 날은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최정 9단에게는 도저히 안된다고 판단한 때문인지 중국과 일본에서는 신예 여자기사 양성하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래서 이번 오청원배 결승과 함께 중일 여자 신예 특별초청 3번기를 벌였다. 이 대결에서는 중국의 우이밍 2단(13세)이 일본의 나카무레 스미레 초단(10세)에게 2:0으로 승리를 거두고 내년 대회의 특별 본선 시드를 확보했다.
▲ 우이밍 2단(오른쪽)과 나카무라 스미레 초단의 특별3번기 2국.
최정 9단에게 지금은 밀려도 앞으로 10년 후를 보겠다는 계산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도 김은지 양 등 10대 소녀 강자들이 많이 있다. 이들이 아직 입단을 못한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여자 프로 입단의 관문이 높다는 반증이다. 10년 후라고 우리나라가 두려워 할 이유는 없다.
그리고, 당장은 눈앞으로 다가온 최정 9단의 완벽한 여제 등극을 기쁜 마음으로 바라보면 된다.
▲ 시상식에서 우승 상금을 받는 최정 9단. 우승 상금은 50만 위안(약 8,500만원)이다.
▲ 이번 오청원배 결승전이 벌어진 대국장.
▲ 결승전 전경
▲ 휴대폰을 이용해서 결승전을 중계하는 모습
▲ 결승전이 벌어질 때의 검토실 전경. 녜웨이핑 9단, 린하이펑 9단, 루이나이웨이 9단, 위빈 9단 등의 모습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