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바둑리그 포스트시즌] KH에너지, 3연패 위업 달성
[시니어바둑리그 포스트시즌] KH에너지, 3연패 위업 달성
KH에너지가 의왕 인플러스를 2:0으로 완파하고 2019 NH농협은행 시니어바둑리그 챔피언에 올랐다.
KH에너지는 일본에서 전설적인 활약을 해온 조치훈 선수를 주장으로 영입하고, 1980년대 한국에서 도전5강으로 맹활약한 장수영, 강훈 선수를 2,3지명으로 보유하면서 팀이 생긴 이래 항상 우승 1순위로 꼽혀온 팀이다. 그 예상이 빗나가지 않아서 2017년 창단 첫 해부터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서 2018년, 그리고 올해까지 대회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하며 우승을 독차지했다.
▲ KH에너지의 주장 조치훈 선수는 2019 정규리그 11전 전승, 포스트시즌 2전 전승으로 13전 전승의 대기록을 수리했다. 특히 2018 시즌부터의 성적을 보면 현재 20연승 중으로 김수장 선수의 19연승 기록을 깼다.
그런 KH에너지에 항상 도전해온 중심에는 서봉수 선수가 있었다. 2016년 상주팀의 주장으로 우승을 차지한 이래, 2017, 2018년에는 KH에너지와 자웅을 겨룬 끝에 모두 준우승했다. 그리고 3년이 지나 팀이 바뀐 서봉수 선수는 올해에는 의왕 인플러스의 옷을 입고 다시 KH에너지에 도전했다.
의왕 인플러스는 올해 창단한 신생팀이지만, 팀의 주장으로 관록의 서봉수 선수를 지명했기에 처음부터 강팀으로 예상됐던 팀이다. 정규리그 첫판을 패로 시작했지만, 서봉수 선수는 정규리그 11승 2패의 좋은 성적으로 팀을 3위로 이끌어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의왕 인플러스는 올해 정규리그 3위의 성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 삼척 해상 케이블카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2:1로 이기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이어 플레이오프에서는 김포 원봉 루헨스에게 1경기에서 패한 뒤 2,3경기를 연속으로 이겨 2:1로 역전승,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사실 챔피언결정전이 시작했을 때 누구나 KH에너지의 우세를 예상했다. 정규리그 두 번의 경기에서 모두 KH에너지가 이긴 것도 있지만, 선수들 간의 역대 상대 전적에서 차이가 많이 났기 때문이다.
▲ KH에너지■와 의왕 인플러스■ 선수들 간의 상대 전적
(KH에너지 선수 기준 성적)
※ 괄호 안의 숫자는, 이번 챔피언결정전 결과를 반영한 성적.
표에서 보듯이 서봉수 선수는 KH에너지 선수 3명에게 모두 상대 전적에서 앞서고 있지만 다른 두 선수 모두 KH에너지의 선수들에게 상대 전적에서 크게 밀리고 있다. 따라서 세 판 중 두 판을 이겨야 하는 단체전의 특성으로 봤을 때 서봉수 선수가 이기더라도 다른 두 선수가 중에서 누군가 1승을 거두지 못하면 팀이 이길 수 없다.
이런 상황이므로 상대적으로 약팀인 의왕 인플러스의 입장에서 최선의 대진표를 짠다면, 서봉수:조치훈, 조대현:강훈, 김종준:장수영의 대진이 성사됐으면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조대현 선수가 강훈 선수에게 상대 전적에서 5승 13패로 크게 밀리지만 시니어리그가 시작한 2016년 이후의 성적은 2승 2패다. 반면 조대현 선수가 장수영 선수에게는 2016년 이후 4연패를 당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김종준 선수는 장수영 선수에게 3승 6패지만, 2016년 이후에는 2승 2패로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반면 강훈 선수에게는 같은 기간 3패만을 당했다.
12월 26일의 1경기 대진표가 나왔을 때, 위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더구나 상대 전적에서 앞서는 서봉수 선수가 조치훈 선수에게 패하면서 계획은 완전히 어그러졌다. 2국은 조대현 선수의 천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장수영 선수의 등장으로 KH에너지의 2:0 완승으로 끝났다.
▲ 챔피언결정전 1경기 1국. 조치훈(오른쪽) 승 ? 서봉수 패
▲ 챔피언결정전 1경기 2국. 장수영(왼쪽) 승 ? 조대현 패
27일의 2경기는 의왕 인플러스 입장에서는 배수의 진을 친 대결. 1국에서 조치훈 선수의 상대로 김종준 선수를 내보내면서, 희망 대진은 또 다시 무산됐다. 결국 1,2국에서 양 팀의 주장이 1승을 나눠가졌는데, 그 결과 3국은 또 다시 조대현 : 장수영의 대결이 됐고, 이 바둑도 장수영 선수가 승리하면서 결국 의왕 인플러스의 도전은 여기에서 멈췄다.
▲ 챔피언결정전 2경기 1국. 조치훈(왼쪽) 승 ? 김종준 패
▲ 챔피언결정전 2경기 2국. 서봉수(왼쪽) 승 ? 강훈 패
▲ 챔피언결정전 2경기 3국. 장수영(왼쪽) 승 ? 조대현 패
KH에너지가 처음부터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혔다고는 하지만, KB리그나 여자바둑리그에서도 그렇듯이 우승 후보라고 우승이 쉬운 것은 아니다. 우선 KH에너지의 주장 조치훈 선수는 일본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전 경기 출전이 불가능하다. 일본에서의 시합과 일정이 겹치면 일본 시합을 우선으로 출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행히 올해에는 운이 좋아서 14번의 시합 중 11번이나 출전할 수 있었고, 조치훈 선수는 전승의 성적으로 팀에 보답했다.
조치훈 선수의 성적이 좋다 해도, 팀이 이기려면 항상 2승 이상이 필요한 법. 2장 장수영 선수가 5승 9패의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적을 보였지만, 3장 강훈 선수가 10승 4패의 좋은 성적으로, 조치훈 선수와 함께 팀의 쌍두마차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그 결과 10승 4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이어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주장 조치훈 선수의 2승과 함께, 정규리그에서 부진했던 장수영 선수가 2승으로 팀의 우승을 함께 일궜다. 이처럼 KH에너지는 올해 팀의 완벽한 조화로 정규리그, 포스트시즌 통합 챔피언에 올랐다.
▲ 포스트시즌 대진표
KH에너지의 3연패로 끝난, 2019 NH농협은행 시니어바둑리그는 이로써 막을 내렸다. 내년 2020 시즌에 KH에너지는 지역연고선수로 보호되는 주장 조치훈 선수를 제외하고는 3년 보호기간이 끝나면서 선수들이 모두 뿔뿔이 흩어질 전망이다. 2장 장수영 선수는 물론이고, 3장으로 주장급 활약을 펼친 강훈 선수는 내년에는 주장 또는 최소한 2지명으로 발탁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독주 팀이 사라질 확률이 높아지면서 더욱 재미있어질 2020 시즌을 기대하면서, 막을 내린 2019 시니어바둑리그의 폐막식 및 시상식은 2020년 1월에 열릴 예정이다.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고 NH농협은행이 후원하는 2019 NH농협은행 시니어바둑리그의 대회 총 규모는 5억 4,000만원이며, 우승상금은 3,000만원, 준우승상금은 1,5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