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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 같던 신진서, 백홍석에게 패했다

등록일 2021.01.30

2020-2021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0라운드 2경기

정관장천녹, 셀트리온에 3-2 승
또 이긴 원성진, 홀로 '10연승'


"와, 대단하다는 말밖엔 나오지 않네요." (문도원 진행자)
"웬지 숨을 죽이고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희성 해설자)

신진서 9단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돌을 거두자 중계석의 두 사람은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사태에 한동안 말을 이어가지 못 했다.

국내외 기전을 종횡으로 누비던 신진서의 연승행진이 뜻하지 않은 곳에서 제동이 걸렸다.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거사(?)를 해낸 주인공은 35세의 '돌주먹' 백홍석 9단. 무대는 29일 저녁 셀트리온-정관장천녹의 10라운드 2경기가 펼쳐진 바둑TV 스튜디오였다.

▲ 이번 시즌 최대 이변으로 기록될 경기를 중계한 문도원-이희성 콤비.


이날 경기는 셀트리온 입장에서 순조로웠다. 경기 전반부에 해당하는 1~3국에서 정관장천녹의 주장 이동훈 9단에게 선제점을 내줬지만, 이후 강승민 7단과 원성진 9단이 승리하며 2-1 리드를 잡았다. 경기 후반 4국에 신진서 9단의 출전이 예약돼 있는 만큼 사실상 승리가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5국의 금지우 2단은 '이겨주면 좋고'식의 보너스.

정관장천녹의 3지명 백홍석 9단은 이번 시즌 컨디션 난조로 두 경기를 결장하는 등 2승5패의 부진에 빠져 있었다. 나이도 삼십대 중반을 넘겼고 랭킹 또한 29위여서 천하의 신진서와는 대적이 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 전반전을 2-1로 리드한 상태에서 신진서가 출격을 준비하고 있는 셀트리온의 검토실은 이미 승리를 얻은 듯 즐거운 분위기였다.


"신진서가 지는 걸 다 보네" "감동적이다"...유튜브로 보던 팬들 술렁

하지만 백홍석 9단은 이 판에서 중반까지 대등한 경기를 펼치다 작심한 듯 중앙 백진으로 뛰어들었고, 이어진 사느냐, 죽느냐의 벼랑끝 승부에서 신진서 9단의 '버그'를 유발해냈다. 지난해 12월 21일부터 이어온 신진서 9단의 13연승 행진을 멈춰 세우는 동시에 올해의 부진을 한꺼번에 씻는 기적같은 승리였다.

대국 도중 먼저 끝난 5국에서 정관장천녹의 김명훈 7단이 금지우 2단을 꺾으며 2-2의 스코어가 되었기에 자동 결승판이 되었던 승부. 한 경기라도 지면 바로 탈락인 정관장천녹은 이 승리로 거의 떼일 뻔했던 호흡기를 다시 붙였다. "정말 큰 판을 이겼다"는 멘트로 마무리한 문도원 진행자.

▲ 가운데 흑 대마가 온통 백진를 휘젓고 사는 순간 천하의 신진서도 더는 어찌해볼 수가 없었다. 191수, 개전 1시간 26분 만에 종국.


▲ 장기인 '주먹'이 아닌 타개로, 생애의 일국을 뒀다.


뜻밖의 곳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셀트리온은 3연속 대승으로 한껏 올랐던 기세에 제동이 걸렸다. 7승3패가 되면서 한국물가정보에 1위 자리를 내주고는 잠정 2위로 내려앉았다. 전반기 2-3 패배를 고스란히 돌려준 정관장천녹은 3승7패로 7위.

8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포스트시즌에 오를 네 팀을 가리는 정규시즌은 30일 수려한합천(5승4패)과 한국물가정보(7승2패)가 10라운드 3경기에서 맞선다. 대진은 강유택-강동윤(0:7), 송지훈-안정기(2:4), 박정환-신민준(5:3), 박진솔-허영호(5:1), 윤준상-박하민(0:0, 괄호 안은 상대전적).

▲ 장고A: 2시간. 장고B: 1시간(초읽기 1분 1회). 속기: 10분(40초 초읽기 5회)




▲ 조용한 두 기사의 성품처럼 잔잔하게 흘러간 1시간 장고판에서 이동훈 9단(오른쪽)이 조한승 9단을 완승의 내용으로 물리쳤다.


▲ 이창호 9단의 양보로 첫 등판의 기회를 잡은 이춘규 7단(왼쪽)의 열혈 의욕은 강승민 7단에게 대마가 잡히며 꺾였다.


▲ 지지 않는 원성진 9단(오른쪽)의 개막 10연승째 상대는 13살 후배 문유빈 4단. 일찌감치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후 마지막엔 백진 속에서의 결정타로 항서를 받아냈다. 지난 시즌 초중반에 7연패를 당하기도 했던 원성진 9단은 그 후부터 14연승 중.


▲ 퓨처스 선수로 3연승의 금빛 활약을 펼쳤던 금지우 2단(오른쪽)의 기세는 강완(强腕) 김명훈 8단 앞에서 막혔다. "초반엔 스타일대로 풀리지 않았는데 이후 상대가 느슨하게 둬서 이길 수 있었다"는 국후 감상이 있었다.


▲ 매 경기 생존이 걸린 싸움을 해야 하는 정관장천녹. 팀원들에게 농담 삼아 "전반기와는 반대로 해보자"고 말했다는 최명훈 감독(왼쪽)이다.


▲ 백홍석 9단에게 "김명훈 선수는 컨디션이 좋은 것 같으니 당신만 잘하면 되겠네"라고 했다는 최명훈 감독(왼쪽)이고 막상 "컨디션이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는 김명훈 8단이다.


▲ '쉬워 보이는 경기는 있어도 쉽게 가져가는 경기는 없다'. 각 팀마다 팽팽한 전력으로 짜인 이번 시즌은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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