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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주먹을 문 독사

등록일 2021.02.14

2020-2021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2라운드 3경기
'4연승' 포스코케미칼, PS행 유력...정관장천녹은 탈락 고배


남은 경기 전승이라는 희박한 확률에 의지하던 정관장천녹의 꿈이 꺾였다. 밑바닥서부터 한 계단 한 계단 전진해온 포스코케미칼은 4연승의 기세를 타며 3위로 올라섰다.

설 명절 사흘째인 13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0-2021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2라운드 3경기의 결말은 이처럼 대조적이었다. 이변에 이변을 거듭한 최종 스코어는 3-2.

▲ 정관장천녹에겐 탈락 여부가, 포스코케미칼에겐 포스트시즌의 명운이 걸린 중차대한 승부였다.


시작은 정관장천녹이 좋았다. 살얼음판 승부에 감독의 부름을 받은 퓨처스 김세동 7단이 '대세남' 이창석 7단을 꺾는 선제 홈런을 날렸다. 이창석의 랭킹은 11위이고 김세동은 46위. 이변이었다. 생명 연장의 꿈이 3경기째 이어질 듯 보였다.

한데 이 다음부터가 문제였다. 천냥짜리 선취점을 가져오고도 정관장천녹은 좀처럼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 했다. 외려 힘을 낸 건 포스코케미칼의 선수들이었다. 양 팀의 1지명이 격돌한 3국에서 변상일 9단이 이동훈 9단을 제압하며 균형을 맞춘 다음 2시간 장고대국에서 최광호 4단이 이창호 9단을 꺾는 역 이변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 개막전 승리 이후 8연패의 가시밭길을 걸어온 최광호 4단(왼쪽). 이창호 9단을 상대로 거둔 두 번째 승리가 팀을 구하는 천금의 1승이 됐다. "엄청 어려웠는데 끝내기 들어 약간 이길 수 있었다" "이창호 9단과 마주 앉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웠다"는 국후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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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점의 주인공이 그동안 부진했던 최철한 9단이란 점도 의미심장했다. 관심이 집중된 백홍석 9단과의 대결을 1시간 40여분 만의 한판승으로 장식했다. 일찌감치 붙은 상변 접전에서 독침 같은 한방으로 큰 우위에 선 다음 돌주먹이 펀치를 날릴 기회를 주지 않았다.

최근 기세가 좋았던 백홍석 9단으로선 이례적인 완패. 반면 이번 시즌 들어 가장 좋은 내용을 펼친 최철한 9단은 3연패의 문턱에서 '부활'의 길로 들어섰다. 리그 전적은 5승7패.

▲ "기회가 오면 절대 놓치질 않아요." (이소용 진행자)

"누가 '독사'란 별명을 붙여준 건지...평소엔 순하디 순한 기사인데 바둑판 앞에만 앉으면 무섭게 변해요." (유창혁 해설자)


4승8패에서 멈춰선 정관장천녹은 탈락이 확정됐다. 남은 두 경기를 모두 이겨도 당락의 기준선인 7승에 미치지 못 한다. 반면 같은 7승5패지만 개인승수에서 바둑메카의정부를 따돌리고 3위에 오른 포스코케미칼은 4~6위의 경쟁팀보다 한결 우월한 위치에 서며 포스트시즌행을 앞당겼다.

8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포스트시즌에 오를 네 팀을 가리는 정규시즌은 14일 셀트리온(8승3패)과 킥스(2승9패)가 12라운드 4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원성진-한상훈(5:4), 조한승-백현우(0:0), 신진서-박승화(0:0), 이태현-안성준(0:2), 강승민-김정현(1:6, 괄호 안은 상대전적).

▲ 장고A: 2시간. 장고B: 1시간(초읽기 1분 1회). 속기: 10분(40초 초읽기 5회)




▲ 김세동 7단(왼쪽)이 '1시간 장고판의 제왕' 이창석 6단을 저격하는 미션을 수행해내며 상대전적 2승.


▲ 변상일 9단(왼쪽)을 상대로 '싸워야 할 곳에선 물러나고 피해야 할 곳에선 싸웠던' 이동훈 9단은 유창혁 해설자로부터 "승부 호흡이 예전만 못한 것 같다"는 소리를 들었다.


▲ 승부가 결정된 뒤 끝난 5국에서 김명훈 7단(오른쪽)이 박건호 6단에 역전승하며 3승3패의 균형을 맞췄다.


▲ 두 경기 연속 1위팀을 꺾었던 불꽃이 사그러든 정관장천녹.


▲ 4연승의 기세를 타며 포스트시즌의 8부 능선을 점한 포스코케미칼. 남은 두 경기에선 한국물가정보, 바둑메카의정부와 차례로 대결한다.


▲ 9승3패로 든든하게 팀을 지키고 있다.


▲ "처음엔 힘들었는데 나중엔 별 생각이 없었고, 건호나 창석이나 형만 믿고 둔다고 그래서 고맙게 두고 있다." (최광호 4단. 오른쪽)

-변상일 선수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들었는데...(유창혁 해설자)
"아, 그거 잘못된 소문이라...요즘은 별로 안 합니다."

-다음이 한국물가정보와의 경기인데 만나고 싶은 선수가 있다면.
"그런 거 없습니다."

-괜한 질문을 했네요(흐흐). (이소용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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