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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궁 다녀온 섬섬여수, 부안 새만금잼버리 제압하며 1승 대열 합류

등록일 2021.05.24

23일 오후 6시 30분, 한국기원 내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부안 새만금잼버리와 섬섬여수의 1라운드 마지막 경기가 펼쳐졌다.

부안 새만금잼버리는 이번 시즌 '곰소소금'에서 '새만금잼버리'로 팀명을 바꾸며 새롭게 의지를 다졌다. 6년째 부안팀을 책임지고 있는 김효정 감독은 초대 여자기성을 지낸 바 있는 김다영을 1지명으로 선발한 후 국가대표 막내 이도현을 2지명으로 합류시키는 신선한 선택을 보여줬다. 이도현은 팬들에게 그리 익숙한 이름은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유명한 인재. 이후 3지명으로 통통 튀는 매력의 강지수를, 여자바둑리그 두 번째 시즌을 맞는 차주혜를 후보 선수로 채우며 진용을 완성했다. 부안 새만금잼버리의 키플레이어는 2지명 이도현. 김효정 감독의 '떡잎 알아보기'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이현욱 감독이 이끄는 섬섬여수도 '여수거북선'에서 '섬섬여수'로 팀명을 바꾸며 새 시즌을 시작했다. 팀명은 바뀌었지만 선수는 그대로였다. '의리남'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현욱 감독은 지난 시즌 함께한 롱런의 아이콘 김혜민, 포스트 시즌에 강한 이영주, 미래가 기대되는 김노경을 모두 보호하며 팀원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지난 시즌 여수팀 2지명으로 활약한 송혜령이 이번 시즌엔 대학원 진학으로 인해 불참하였다는 것. 보령 머드와 함께 모든 선수를 보호하였지만 섬섬여수가 전력에서 조금 밀린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송혜령의 부재로 김노경이 3지명으로 승격되었고 여자바둑리그에 두 번째 도전하는 김민정을 후보 선수로 영입하며 팀을 완성시켰다. 후보에서 주전이 된 김노경이 송혜령의 빈자리를 채워준다면 섬섬여수도 이번 시즌을 기대해볼 만하다.

가장 먼저 끝난 대국은 강지수(부안 새만금잼버리 3지명)와 김혜민(섬섬여수 1지명)이 맞붙은 2국. 무게감으로 볼 때 주장 김혜민의 승리가 예상되지만 상대 전적은 강지수가 2:1로 앞서기에 속단할 수 없다. 초반은 흑을 쥔 김혜민의 확실한 리드. 실리를 많이 챙겨놓은 후 좌변 백 모양을 지워나가면서 무난히 승리하는 듯 보였는데 사건이 벌어졌다. 욕심을 내서 1선까지 넘어간 수(131수)가 발단이 됐다. 쉽게 지켜두었으면 꽤나 유리한 형세였는데 갑자기 좌하 흑이 크게 공격당하면서 중앙 흑 5점이 잡히자 형세가 뒤집혔다. 미세한 차이이긴 해도 국면이 많이 정리된 후라서 강지수의 승리가 눈앞에 보였다. 섬섬여수 검토실에선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끝내기에서 강지수의 잇단 실수(186·188·190수)가 나타났다. 결국 중앙을 틀어막은 수(190수)가 마지막 패착이 되었고 상변 백 한점을 끊어먹는 마지막 큰 끝내기를 흑이 차지하면서 승부가 결정됐다. 지옥의 문턱에서 돌아온 김혜민의 반집승. 섬섬여수가 1-0으로 앞서나갔다.

장고대국으로 진행된 김다영(부안 새만금잼버리 1지명)-김노경(섬섬여수)의 1국에선 다수의 예상대로 김다영이 승리했다. 후보에서 주전으로 올라온 신예 김노경에게 1지명 김다영의 벽은 높았다. 긴장한 탓인지 김노경(백)의 초반 행마가 무거웠다. 초반 불리함을 이겨내고 중반에 형세를 역전시키기도 했으나 오래가지는 못했다. 김다영이 좌변 백 대마의 사활을 추궁하며 패를 만들어내자 버티지 못한 김노경이 돌을 거뒀다. 주장 김다영이 팀의 패배를 막아내며 1:1. 승부는 3국에서 가려지게 됐다.

승부판이 된 3국은 이도현(부안 새만금잼버리)-이영주(섬섬여수)의 2지명 맞대결이다. 객관적인 전력으로 보면 약간이나마 이영주의 우세가 점쳐진다. 지난 시즌 성적, 상대 전적, 경험 면에서 모두 이영주가 앞서기 때문. 바둑은 그런 예상을 반영하듯 이영주(백)의 리드로 시작되었다. 150수 동안 별다른 위기 없이 앞서나가자 승리의 깃발이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승리는 쉽게 주어지지 않는 법.

이도현이 중앙 백을 은근하게 압박했을 때 손을 빼고 좌상귀를 차지한 수(158수)가 문제의 시작이었다. 물론 아주 큰 자리지만 어차피 집으로는 앞서있었기 때문에 그냥 중앙 백 대마를 확실하게 안정시켜두었으면 안전하게 승리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기회가 왔음을 직감한 이도현은 중앙 백 대마를 향해 필살의 공격을 퍼부었다. 순식간에 백 대마가 몰리며 승부는 거칠게 요동쳤다. 백 대마가 살긴 했지만 손해가 막심하여 흑이 승기를 잡게 되었는데 고지를 코앞에 둔 이도현의 결정적인 실수가 등장하고 말았다. 우변 백을 끊은 수(205수)가 마지막 패착. 이 수로 상변을 찝어서 상변 흑을 살려두었으면 여지없는 흑승이었다. 우변에서 흑이 후수를 잡게 되어 백이 상변 흑을 모두 잡아버리자 승부는 끝이 났다. 이도현은 중앙 백 대마의 사활이 걸린다고 착각을 한 게 아닐까 싶은데 중앙 백은 절묘하게 두 집 모양을 갖추고 있었다. 바둑은 오후 10시 30분이 넘어 끝났고 늦은 종국으로 인해 승자 인터뷰는 생략되었다. 이영주가 천신만고 끝에 행운의 승리를 가져오면서 최종 스코어 2-1. 섬섬여수가 부안 새만금잼버리를 꺾고 1라운드를 마무리했다.

오는 27일에는 포항 포스코케미칼과 섬섬여수의 2라운드 1경기가 펼쳐진다. 대진은 24일 월요일 오후 2시에 공개된다.

2021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정규리그는 8개 팀 더블리그로 진행되며 총 14라운드, 56경기, 168국이 치러진다. 정규리그 상위 4개 팀이 9월에 시작되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 제한 시간은 장고바둑의 경우 각자 1시간에 40초 5회의 초읽기, 속기바둑은 각자 10분에 40초 5회의 초읽기가 주어진다. 정규리그의 모든 대국은 매주 목~일요일 6시 30분 바둑TV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다.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고 NH농협은행이 후원하는 2021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의 팀 상금은 우승 5500만 원, 준우승 3500만 원, 3위 2500만 원, 4위 1500만 원으로 지난 시즌과 동일하다. 팀 상금과 별도로 정규리그에 지급하는 대국료는 매판 승자 130만 원, 패자 40만 원으로 지난 시즌보다 각각 30만 원, 10만 원이 인상됐다. 이번 시즌부터는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 후보 선수에게 10만 원의 미출전 수당이 지급된다.

▲ 1라운드 4경기 결과.


▲ 아슬아슬한 경기를 보여준 강지수-김혜민.


▲ 너무나 아쉽게 패배한 강지수. 하지만 가능성만큼은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 지옥의 문턱에서 돌아온 김혜민. 팀의 맏언니이자 정신적 지주이다.


▲ 김노경-김다영. 신예와 주장의 대결. 1지명의 벽은 높았다.


▲ 이현욱 감독의 기대주 김노경. 첫승을 고대하고 있다.


▲ 주장의 위엄을 보여준 김다영.


▲ 이영주-이도현의 2지명 맞대결.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역대급 경기를 보여주었다.


▲ 김효정 감독의 히든카드 이도현. 실력은 충분히 보여줬다. 이젠 승리를 보여줘야 할 때.


▲ 새로운 팀명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섬섬여수의 이현욱 감독과 부안 새만금잼버리 김효정 감독의 인터뷰.


▲ 이현욱 감독과 김효정 감독이 나란히 앉아 검토하는 모습.


▲ 부안 새만금잼버리 검토실. 코치 안국현을 중심으로 활발한 검토가 이루어졌다.


▲ 섬섬여수 검토실. 경기가 없는 다른 팀 선수들도 방문하여 함께 검토했다.


▲ 파란만장했던 3국이 끝나자 검토실에 있던 많은 기사들이 대국장으로 향해 국후 소감을 주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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