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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급 2지명'만 있나? '주장급 3지명'도 있다!

등록일 2021.07.02

"이다혜 감독은 오더를 아무렇게나 써도 될 것 같아요."
바둑TV 중계에서는 이런 멘트가 흘러나왔다. 3지명과 1지명을 붙여도 3지명이 이겨주니 나온 말이었다.

삼척 해상케이블카 3지명 김은선이 서울 부광약품 1지명 허서현을 꺾고 팀 승리를 확정 지었다. 김은선은 6라운드에 이어 다시 한번 1지명을 꺾었다. 김은선의 올 시즌 성적은 4승 2패. 6판 중 4판은 1지명을 상대했다. 그야말로 괄목할만한 성적이다.

삼척 해상케이블카는 선수 선발 직후부터 강팀으로 꼽혔다. '주장급 2지명' 조혜연을 보유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하지만 이 팀의 진짜 강점은 '주장급 3지명' 김은선을 보유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7월 1일 진행된 2021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 7라운드 첫번째 경기에서 삼척 해상케이블카가 서울 부광약품을 2-1로 꺾고 단독 선두 자리에 올랐다.



▲ 떠오르는 샛별 정유진-리그의 여왕 김채영. 김채영이 한 수 위의 기량을 뽐내며 첫 대결을 승리로 장식했다.


2국은 김채영(삼척 해상케이블카 1지명)과 정유진(서울 부광약품 3지명)의 대결. 두 선수가 공식 기전에서 마주 앉은 것은 처음이다. 두 선수의 첫 대결은 김채영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초반은 대등한 흐름이었지만 수순이 더해질수록 김채영의 반면운영이 빛났다. 삼척 해상케이블카의 주장 김채영이 샛별 정유진을 누르고 선취점을 가져갔다.

▲ 김채영(흑)-정유진 대국 장면. 백이 ▲로 두어 우하귀로부터 흘러나온 흑 대마를 공격하는 장면이다.


▲ 실전 진행. 1·3이 김채영이 준비해놓은 타개책. 마치 책에 나올 것 같은 멋진 맥점이다.


▲ 백1로 두면 흑2로 자연스럽게 타고 나가서 A와 B를 맞보기한다.


▲ 실전 진행. 흑이 깔끔하게 타개 하고 6으로 끝내기를 하자 바둑은 흑 우세.


▲ 조혜연과 박지연의 2지명 맞대결. 박지연이 2연패를 끊어내며 중요한 판을 이겨주었지만 팀 승리를 가져가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1국(장고대국)에서는 박지연(서울 부광약품 2지명)이 조혜연(삼척 해상케이블카 2지명)을 꺾고 스코어를 1:1로 만들었다. 시종일관 엎치락뒤치락하던 바둑은 결국 미세한 끝내기 승부가 됐고 조금 더 정교한 끝내기를 보여준 박지연이 한집반을 남겼다.

▲ 박지연(흑)조혜연 대국 장면. 흑이 ▲로 두었을 때 백의 정수는 무엇일까?


▲ 모양은 사납지만 잇는 수가 정수. 집으로 이득이다. 하지만 프로들은 떠올리기 힘든 수. 바둑TV 최명훈 해설자도 이 장면에서 "저는 왜 이런 수가 생각 안나죠? 두 자릿수 급수 되시는 분은 여길 이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저는 왜 이런게 안 떠오르는지 모르겠네요." 라고 밝혔다.


▲ 실전 진행. 역시나(?) 프로기사인 조혜연은 잇지 않았다. 최명훈 해설자의 다음 멘트. "그렇죠(웃음), 조혜연 선수도 지금 잇는 건 안 떠올라서 여길 잡았는데... 이러니까 지금 5대5 승부가 됐어요."


▲ 잇고 이렇게 진행된다면 백이 실전보다 집으로 이득이다. 이랬으면 바둑은 미세하나마 백 우세였다.


2,3국이 1지명,3지명 크로스 매치인만큼 2지명 맞대결인 1국을 승부판으로 보는 시선이 많았다. 서울 부광약품의 2지명 박지연이 1국을 승리로 가져갔으니 서울 부광약품이 7라운드 1경기를 가져가는 듯 보였는데, 3국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 김은선-허서현. 3지명 김은선이 1지명 허서현에게 팀 승리를 확정 짓는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다수가 서울 부광약품 1지명 허서현의 승리를 예상했던 3국에서 삼척 해상케이블카 3지명 김은선이 허서현을 잡고 팀 승리를 결정지었다. 중반까지는 허서현의 독무대였다. 그냥 평범하게 두어갔다면 좋았는데, 칼을 뽑아든 게 화근이 됐다. 잡으러 갔다가 잡지 못하고 집을 손해보자 좋았던 형세는 한순간에 기울었다.

▲ 허서현(흑)-김은선 대국 장면. 백이 ▲에 두었을 때 알기 쉽게 A로 받고 두었으면 바둑은 흑이 우세했다.


▲ 실전 진행. 1,3으로 끊어 백을 공격하러 갔다.


▲ 백이 3으로 찔렀을 때 ▲로 막은 수가 패착이 됐다.


▲ 백1,3이 좋은 수로 A와 B를 맞보기 해서 흑 곤란.


▲ A의 약점 때문에 1로 두었는데 백이 2로 귀를 막자 흑이 괜히 잡으러 가서 백에게 귀의 집만 내준 꼴이 됐다. 이렇게 되어서는 백 우세.


▲ 다시 돌아가서 백이 ▲로 찔렀을 때 흑에게는 1로 끊는 좋은 수가 있었다. 백이 4로 두어도 5가 통렬.


▲ 이전 참고도에서 흑1로 교환 해놓은 덕분에 백이 자충이 된다.


▲ 얼핏 백1,3이 되는 것 같아 보이지만...


▲ 흑1이 좋은 수로 A,B 맞보기.


▲ 백도 B로 찌른 수는 실수였다. 그냥 잇고 A,B를 맞보기 했어야 했다.


4승 2패의 두 팀이 만난 대결에서 삼척 해상케이블카가 서울 부광약품에 2-1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삼척 해상케이블카는 5승 2패로 단독 선두에 올랐고 서울 부광약품은 4승 3패가 되어 3위 자리에 머무르게 됐다.

2일에는 포항 포스코케미칼과 부안 새만금잼버리의 7라운드 2경기가 이어진다. 대진은 유주현-이도현(1:4) 김미리-강지수(3:0), 권주리-김다영(1:5, 괄호 안은 상대 전적).





▲ 주목받는 신예 정유진. 여자 랭킹 3위 김채영을 상대로 초반까지는 대등하게 맞섰지만 승리에 도달하진 못했다.


▲ 삼척 해상케이블카의 진짜 주장 김채영. 5승 2패의 좋은 성적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 이번 경기는 패했지만 4승 2패의 준수한 성적을 보여주고 있는 2지명 조혜연.


▲ 2패, 2승, 2패, 1승을 기록 중인 박지연. 그렇다면 다음은 승리할 차례?


▲ 6라운드 역전패의 여파가 남은 걸까. 초,중반까지 너무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주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 아쉬운 허서현.


▲ 승리 직후 동료들에게 격려를 받고 있는 박지연.


▲ 서울 부광약품 검토실.


▲ 삼척 해상케이블카 검토실.


▲ '응원의 힘?' 김은선 선수의 남편 박병규 9단(왼쪽 첫번째)이 삼척팀 검토실에 방문하여 함께 검토했다.


2021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정규리그는 8개 팀 더블리그로 진행되며 총 14라운드, 56경기, 168국이 치러진다. 정규리그 상위 4개 팀이 9월에 시작되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 제한 시간은 장고바둑의 경우 각자 1시간에 40초 5회의 초읽기, 속기바둑은 각자 10분에 40초 5회의 초읽기가 주어진다. 정규리그의 모든 대국은 매주 목~일요일 6시 30분 바둑TV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다.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고 NH농협은행이 후원하는 2021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의 팀 상금은 우승 5500만 원, 준우승 3500만 원, 3위 2500만 원, 4위 1500만 원으로 지난 시즌과 동일하다. 팀 상금과 별도로 정규리그에 지급하는 대국료는 매판 승자 130만 원, 패자 40만 원으로 지난 시즌보다 각각 30만 원, 10만 원이 인상됐다. 이번 시즌부터는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 후보 선수에게 10만 원의 미출전 수당이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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