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2019 삼성화재배 우승자 탕웨이싱 九단
커버스토리/2019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우승자 탕웨이싱 九단
“우승은 생각 못해 넥타이 안 챙겨왔다”
- 탕웨이싱, 양딩신 2-1로 꺾고 6년 만에 삼성화재배 우승
“8강에 드는 게 목표였다. 우승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해 (시상식에 사용할) 넥타이를 챙겨오지 않았다.”
9월 6일 대전 삼성화재 유성캠퍼스에서 열린 2019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3국에서 승리하며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린 탕웨이싱 九단은 약간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결승전은 ‘승부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한편의 대역전 드라마였다. 결승1국에서 막판 역전승을 이끌었던 탕웨이싱은 3국에서도 중반에서 종반으로 넘어갈 무렵 바둑인공지능(AI)의 승률 그래프가 3% 이하로 떨어진 바둑을 뒤엎으며 역전 우승했다.(상세관전기1 참조)
삼성화재배 역사에 남을 집념의 승리를 연출하며 6년 만에 다시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정상에 컴백한 탕웨이싱 九단을 시상식 후 현장에서 만났다.
- 6년 만에 다시 정상에 올랐다.
“정말 힘든 바둑이었는데 마지막에 운이 좋았다. 삼성화재배에서 다시 우승하게 돼 너무 기쁘다.”
- 정상에 오르기까지 힘겨운 승부가 많았다. 가장 어려웠던 바둑은?
“본선에서 겨룬 상대는 전부 대단한 기사들이다. 박정환 九단도 멋졌던 것 같고, 내용적으로는 양딩신 九단과 둔 결승 바둑이 가장 어려웠다. 오늘 바둑(결승3국)도 마지막까지 어려웠는데 운이 따라 이길 수 있었다. 양딩신 九단을 보면서 2년 전 (준우승할 때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 8강전 대진추첨 때 자신의 상대로 박정환 九단이 결정되자 크게 한숨을 내쉬어 장내가 웃음바다가 됐는데.
“한숨? 의도한 건 아니고 대진이 확정되는 순간 머릿속에서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가다 나도 모르게 그런 반응이 나왔던 모양이다.”
- 결승1~3국 모두 막판 흔들기가 대단했다. 예전 조훈현 이세돌의 흔들기 실력 못지않았던 것 같던데.
“예전 조훈현 이세돌 九단의 흔들기는 성공할 때가 많았다면 내 흔들기는 실패할 때가 많다.”
- 결승1, 2국도 그랬지만 특히 3국은 막판 투혼이 대단했다. 좀비처럼 쓰러질 듯하다가 다시 일어나 결국엔 역전승을 거뒀는데.
“좀비? (좀비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다가 통역이 설명해주는 것을 듣고) ‘좀비’보다는 ‘불사조’가 좋은 것 같다. 끝까지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삼성화재배의 사나이’ 탕웨이싱
탕웨이싱은 ‘삼성화재배의 사나이’로 불릴 만큼 삼성화재배와 각별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2013년 제18회 대회에서 혜성처럼 등장해 깜짝 우승한 탕웨이싱은 이후 2014년 대회에서 준우승(대 김지석, 0-2 패배), 2015년 대회에서 4강(대 스웨, 1-2 패배), 2016년 대회에서 8강, 2017년 대회에서 준우승(대 구쯔하오, 1-2 패배), 그리고 지난 2018년 대회에서 4강(대 안국현, 0-2 패배)에 진출하는 등 최근 열렸던 대회에서 그 누구보다도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 삼성화재배와는 계속해서 좋은 인연은 맺고 있는데.
“마음이 편해서인 것 같다. 삼성화재배 때면 컨디션이 좋다. 운도 따르는 것 같고.”
- 이번 대회는 그동안과 다르게 본선이 32강전부터 결승까지 한꺼번에 열렸다. 바뀐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내가 우승했는데 바뀐 대회 방식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건 아닌 것 같다.”
- 일정이 길었는데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았는가?
“대회를 앞두고 감기에 걸려서 조금은 힘들었다.”
- 대회 때 보면 한국음식을 잘 먹던데 이곳 삼성화재 유성캠퍼스에서 제공되는 한국음식이 입에 잘 맞는 건가.
“중국 사람이니 중국음식이 입에 맞지만 한국음식도 잘 먹는 편이다. (- 한국음식 중 좋아하는 메뉴는?) 불고기와 김치.”
- 이번 대회 취재온 중국기자의 웨이보를 통해 식사 후 요구르트를 7개나 먹은 사진이 올라온 것을 봤다. 요구르트를 한 번에 7개나 먹었으면 탈이 났을 법한데, 괜찮았나?
“먹다보니 맛있어서 자꾸 먹게 됐다(웃음). 특별히 배가 아프거나 하지는 않았다.”
- 93년생으로 결혼을 생각할 나이가 됐다. 현재 사귀고 있는 여자 친구가 있다고 알고 있는데, 결혼발표는 언제?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그건…, 지금 말하긴 곤란하다.”
한국, 4강에 한 명도 없었다
“예전 한국이 잘 나갈 때는 4강을 독점하고 중국이 모두 탈락한 적도 있었다. 별로 특별한 일은 아니다.” 중국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위빈 감독은 8강전에서 한국기사들이 전부 패하며 4강에 한 명도 진출하지 못한 이번 대회 한국의 부진에 대해 우연일 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간을 넓혀서 보면 한국기사들의 성적이 그리 나쁘지 않다. 한국의 에이스인 박정환 신진서 九단은 세계대회에서 여전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경계도 했다.
이번 대회 한국의 부진에 대해 중국기사들은 어떤 느낌일까? 탕웨이싱 九단에게 그 대답을 구했다.
- 이번 대회 8강전에서 한국기사들이 모두 탈락했다. 중국과의 격차가 있다고 보는가.
“실력 차가 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한국기사들이) 심리적으로 부담을 크게 느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대회 기간 한국기사들 중 일부가 대국 후 복기를 하지 않던데 마음은 이해되지만 복기만큼은 했으면 싶다.”
- 이번 우승으로 지금까지 삼성화재배에서만 벌어들인 상금이 9억원이 넘는다. 이번에 획득한 우승상금 3억원은 어떻게 쓸 계획인가?
“상금은 내가 따로 관리하지 않는다. 부모님께 다 드리고 있다.”
- 마지막으로 목표는?
“우승은 소중하다. 이제 나의 이력에서 삼성화재배 우승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됐다. 2년 전 삼성화재배 결승을 치르면서 ‘다음엔 어렵겠다’고 느꼈는데 이번에 다시 우승했다. 매순간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구기호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