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1/노사초배 우승자 강우혁 二단
이사람1/제12회 노사초배 오픈최강부 우승자 강우혁 二단
“아직도 배가 고프다”
3년 전, 노사초배가 프로에게 처음 문호를 개방했던 것은 말 그대로 파격이었다. 프로기사가 체육관에서 간이의자에 앉아 아마추어와 손속을 겨뤘다. 프로와 아마의 장벽이 허물어졌다.
말 많고 탈 많던 오픈최강부는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프로기사는 실전 감각을 키우려 출전하고 아마추어는 포인트 입단자가 탄생했다. 프로와 아마가 승부가 될까 하는 우려를 종식시키듯 올해 처음으로 프로와 아마의 결승전이 성사됐다.
그러나 역시 프로의 벽은 높았다. 강우혁은 반란의 선봉에 섰던 아마추어 이재성을 꺾고 여느 때보다 치열했던 노사초배 우승컵을 손에 넣었다. 준우승한 이재성도 입단포인트 50점을 얻어 염원하던 프로기사가 되었다.
파란만장했던 노사초배가 끝나고, 오픈최강부가 생긴 첫 해부터 모든 오픈 대회에 출전해 결국 오픈최강부에서 프로 첫 우승의 감격을 누린 강우혁 二단을 만났다.
- 우승 축하드린다. 소감은?
기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목표를 달성해 기분이 좋다. 애초에 실전 기회가 부족해 바둑을 두며 자신감을 쌓고자 출전했다. 그래서인지 다음날 있었던 퓨처스리그 선발전에서도 승리해 수려한합천 팀에 합류하게 됐다(며칠 뒤 9월 6일에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해 국대 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 겹경사가 터졌다. 국가대표 클래스가 아마추어와 겨루는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반칙(?) 아닌가?
전혀 그렇지 않다. 재작년에 강동윤 九단도 다른 대회(문경새재배) 오픈최강부에서 우승하기도 했고 올해는 이지현 九단이 우승했다. 프로 강자들도 많이 출전하는 데다 막상 아마추어들도 약한 지 의문이라… 나 정도는 무명소졸에 불과하다.
- 무명소졸은 과한 엄살(?)이다. 오픈최강부에 참가하는 아마추어의 실력이 어느 정도라 평가하는가.
프로와 거의 차이가 없다. 아니, 아예 아마추어라는 생각이 안 든다. 결승에서 만난 이재성도 포인트 입단으로 프로가 되지 않았나. 실제로 이번 대회에서 가장 위기에 처했던 판도 아마추어와의 대결이었다.
- 어떤 위기가 있었나.
32강전에서 이정준 아마와 둔 판이었다. 착각을 해서 살아 있다고 생각했던 돌이 패가 났다. 집에 와서 인공지능으로 복기해보니 승리확률이 10%까지 떨어졌더라. 너무 나쁘다보니 시간공격을 하며 매우 거칠게 두었는데 결과적으로 효과를 봤다. 운이 좋았다.
- 그 판이 가장 위기였다면 결승 대국은 비교적 순탄했다고 볼 수 있나.
순탄했다기보다 상대가 승부욕이 덜하지 않았나 싶다. 결승국을 두기 전 이재성 아마는 이미 프로입단을 확정짓고 축하받고 있었다. 이미 목표를 달성한 느낌이었다. 그에 반해 나는 잔뜩 배가 고파 있었다.
- 왜 배가 고팠나.
2015년 영재입단 이후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다. 오픈최강부가 생긴 이후 모든 대회에 출전하고 있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기 때문에 우승에 굶주려 있었다. 함양(노사초배가 열린 곳)으로 출발하기 전 국대(국가대표)실에 “우승하고 오겠다”고 말했던 것도 약간 영향을 끼쳤다. 원래 자신감 있는 성격이 아닌데 이번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 동료기사들의 반응은?
축하한다면서 매일 같이 밥 사라고 한다. 어떤 기사는 크게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너가 우승한 걸 보니 나도 우승할 수 있을 것 같다며(웃음).
- 2019 퓨처스리그에도 선발된 만큼 영재로서 거는 기대가 크다.
희한하게 성적에 비해 기대를 가져주시는 분들이 계시다.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기대에 부응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최근 독기(毒氣)를 품기도 했다. 이번 퓨처스리그가 첫 데뷔인데 누구보다 간절히 원했던 만큼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 하겠다. 물론 진짜 마지막이면 곤란하다.
- 앞으로도 계속 오픈최강부에 나갈 계획인가?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하다.
물론 계속 출전할 계획이다. 아직도 배가 고프기 때문에(웃음). 원래는 퓨처스리그에서 10승 정도가 목표였는데 느낌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년에는 KB리그로 올라가고 싶다. 바둑인으로서 목표는 삼성화재배를 우승하는 것이다. 그곳으로 연수를 많이 갔는데 즐거운 기억이 많다. 추억이 많은 곳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면 기분이 남다를 것 같다.
<김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