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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캐스터/김규리 

등록일 2019.12.1315,626


상큼발랄 바둑캐스터/크라운해태배 어린이명인전 진행한 김규리


바둑의 멋과 향을 우려내는 만능 엔터테이너

바둑동네에서 이 숙녀를 모르면 간첩이다. 어떨 땐 누구보다 맛있게 커피를 내리고,
때론 누구보다 진지하게 바둑을 두고, 게다가 종종 방송에 등장해 맛깔나는 진행을 선보인다.

최근엔 바둑실업팀(이스타항공 바둑단)에 소속돼 전국 각지를 돌며 바둑 보급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과연 그녀의 정체(?)는 무엇일까. 커피 향처럼 은은하게 퍼져나가는 ‘바둑캐스터 김규리’의 매력에 빠져들 시간이다.


“월간 『바둑』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바둑캐스터이자 바리스타인 김규리입니다. 저는 다른 바둑캐스터들보다 수식어가 많이 붙거든요(웃음). 내셔널리그를 뛰고 있는 아마추어 바둑선수, 대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했던 열혈학생, 그리고 바둑선생님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건 역시 바둑캐스터와 바리스타죠.”


 

- 이건 ‘빼박’인데요? 준비를 굉장히 많이 했다는 게 확 느껴지는 자기소개 멘트예요.
“이제 ‘상큼발랄 바둑캐스터’ 코너도 막바지잖아요~ 언니들이 한 명 한 명 소개되는 걸 보면서 제 차례는 언제 오나 오매불망 기다리며 연습해뒀죠(웃음).”

- ‘언니들’에 비해 경력이 아직 많은 편은 아닌 것 같은데 역시 방송체질인가 봐요.
“2015년에 올레배 기가 찬 바둑열전으로 데뷔했으니 벌써 5년차 바둑캐스터랍니다. 저도 제가 방송체질인 줄 알았는데요, 사실 데뷔 초기에 ‘역대급’ 방송사고를 한 번 치고…(ㅠㅠ) 한동안 ‘이 길은 내 길이 아닌가 보다’ 하며 좌절했던 적도 있어요.”

- 어떤 일이었는지 궁금한데요?
“KB국민은행 바둑리그 현장 리포터를 하던 때였어요. 당시 박진솔 사범님의 월간 MVP 수상 인터뷰를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상황이었고요. 리허설을 마친 후에 긴장 속에 큐 사인만 기다리고 있는데 현장에 계시던 어떤 기자님이 질문을 바꿔달라고 요청하신 거 있죠. 방송 경력이 많지 않았던 때라 그때 이미 ‘1차 당황’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리드멘트’를 해달라는 거예요. ‘어, 그게 뭐죠?’ 하고 물어보려는 찰나에 갑자기 생방송이 시작됐고… 너무 당황한 나머지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여버렸어요. 박진솔 사범님은 항상 뵙던 분인데 그땐 이름조차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지금이야 이렇게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그땐 정말 트라우마가 될 정도였어요.”

내셔널리거로 활약하고 있는 김규리 바둑캐스터.


- 바둑과의 인연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겠죠? 혹시 여전히 프로기사의 꿈을 꾸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7살 때 바둑을 시작했어요. (부모님 권유였나요?) 아뇨, 제가 골랐어요(웃음). 수영 할래, 발레 할래 등등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었는데 그 중 바둑도 있었거든요. 다른 건 다 알겠는데 바둑은 뭔지 잘 모르겠는 거예요. 그래서 그냥 바둑을 해보겠다고 했죠. 초등학교 1학년 때 어딘가에서 프로기사 다면기를 받은 적이 있어요. 당시 대국했던 윤현석 사범님이 저희 어머니께 바둑을 전문적으로 시켜보라고 권유하셨다고 해요. 그때부터 바둑도장에 다녔죠. 19살 때까지 연구생 생활을 했는데, ‘스무 살’이 가까워 오니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바둑 자체는 너무 좋은데 승부를 즐기지 못하는 스타일이었어요. 천성적으로 다른 사람이랑 겨루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게임도 혼자서 레벨업 하는 걸 좋아해요. 어찌됐든, 바둑을 전문적으로 공부했기 때문에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 연구생을 나온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대학에 가서 공부를 했어요. 공부도 바둑 못지 않게 재밌던데요? 내친김에 대학원(동국대학교)에도 진학했죠. 일어학을 전공했는데, 능숙하진 않지만 일본 친구들과 간단한 대화는 가능합니다. 카페 <유전>에 종종 놀러왔던 후지사와 리나와는 의사소통 하는데 지장이 없죠.”

- 다재다능한 만능 엔터테이너 기질이 다분해요. 또 해보고 싶은 건 없나요?
“바둑계에는 광고 모델이나 홍보 모델이 사실상 거의 없는 편이거든요. 다른 업계는 광고모델, 패션모델, 뷰티모델 등등 분야별로 모델들이 있어요. 제가 이쪽으로 한 번 진출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바둑캐스터 중 최장신이라(웃음) 모델 쪽으로는 차별화된 장점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바둑화보라든가 광고 분야에 기여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바둑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 최근 바둑TV에서 인기리에 방영중인 <2019 크라운해태배 어린이명인전> 진행을 맡았어요. 프로그램 특성상 재밌는 일이 많았을 것 같아요.
“저의 ‘최애’ 프로그램이랍니다. 초등학교 3학년 이하의 어린이들이 출전하는 대회인데, 어리다고 얕보면 큰 코 다치는 수가 있어요. 1~3학년 아이들은 정말 너무너무 귀엽지만 바둑은 기가 막히게 잘 두거든요. 게다가 저는 과자도 좋아하고 어린이도 좋아하니 정말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만났다고 생각했죠(웃음). 방송 들어가기 전에 아이들이랑 놀다가 각각 대국장과 중계실로 이동하는데, 이 친구들이 바둑을 지면 그렇게 또 울어요. 그럼 방송 끝난 후에 달래주고… 여러모로 정이 많이 붙은 프로그램이에요. 참, 요즘엔 어린이대회 입상자 명단을 유심히 보는 습관도 생겼어요. 혹시 저랑 인터뷰 했던 친구가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 듣다보니 다른 에피소드도 궁금해져요.
“얼마 전에 노사초배 바둑대회에 다녀왔는데요. 어떤 어르신이 저를 알아봐 주시며 반갑게 인사를 건네시더라고요. 제 이름도 정확히 알고 계셔서 살짝 놀라기도 하면서 너무 감사했는데 알고 보니 제가 그 어르신의 바둑을 중계했던 적이 있었어요. 보령머드축제 바둑대회였나, 그랬을 거예요. 제가 그 어르신께 ‘바둑 두는 모습이 행복해보인다’는 멘트를 했는데 그게 너무 좋으셨대요. 그때부터 제가 나오는 방송은 다 챙겨보신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방송하기 너무 잘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에너지를 많이 얻었죠. 아마 이 글도 보고 계실 것 같은데(웃음) 지면을 빌려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 요즘 ‘대세’인 인터넷 방송 경험도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온라인 바둑회사에서 론칭했던 인터넷 바둑방송에서 MC를 맡아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했어요. 인터넷 바둑대회 생중계부터 시작해서 토크쇼 같은 형식의 방송도 시도해 봤던 기억이 나요. 프로기사 해설자로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신예 기사들을 많이 섭외했어요. 당시 시청해주신 팬들의 반응도 괜찮았고요.”

- 향후 바둑 방송에서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음… 저는 사람들의 매력을 캐치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스타 발굴엔 자신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바둑팬 여러분들이 잘 모르고 계신데, 방송에서 보는 프로기사들의 모습은 실제와는 거의 다른 사람이거든요. 겸손하게 말하느라 평소와 달리 재미없게 말하는 데다가 멘트까지 다 비슷비슷 하다 보니 시청자분들은 누굴 보든 식상해 하시곤 하죠. 프로기사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를 테면 <나 혼자 산다>라든가 <라디오스타> 같은 프로그램처럼요.”

- 재밌는 이야기가 아직 많은데, 지면 관계상 마지막 질문이 될 것 같아요. 요즘 가장 큰 화두가 있다면.
“바리스타 일을 시작한 건 순전히 커피가 좋아서였어요. 이건 돈 한 푼도 못 받아도 할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죠. 제가 좋아하는 일인 바리스타, 즉 ‘커피’와 제가 잘 하는 ‘바둑’을 어떻게 접목시킬지 생각이 많아요. 좋은 아이디어 있으신 분들은 말씀해주세요!”

<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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