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어코드 한국 대만에 진땀승
“이크, 큰일 날 뻔했네.”
9일 중국 베이징 국제회의센터에서 열린 ‘2011 스포츠어코드 세계마인드게임즈’ 바둑 종목에서 한국대표팀이 ‘복병’ 대만에 3-2 진땀승을 거뒀다.
한·중·일 3국이 분할하고 있는 세계 바둑지도에서 대만은 변방국이다. 그러나 바둑에 관한 한 한국이 세계최강국임을 다시 한번 입증하기 위해 칼을 빼든 태극전사들을 가로 막고 나선 대만의 방어선은 예상 외로 견고했다.
이세돌 9단 대 천스위엔 9단, 최철한 9단 대 샤오정하오 7단, 박정환 9단 대 저우쥔신 9단, 이영구 9단 대 왕위안쥔 4단, 김혜민 6단 대 헤이자자 5단의 대결. 이름값만 놓고 보면 한국 쪽으로 승부의 저울추가 한참 기울어지는 대진이다. 그러나 ‘예약된 1승’ 이세돌 9단이 대만의 1인자 천스위엔 9단에게 불의의 일격을 맞으면서 승부의 물결이 출렁거렸다. 초·중반까지만 해도 넉넉한 승리를 예감케 하던 이9단은 종반 마지막 하중앙 전투에서 천스위엔 9단에게 한 방 크로스펀치를 허용하며 161수 만에 백불계패를 당했다. 방심이 부른 역전패.
이9단의 패배가 확정된 상황에서 나머지 판들은 안갯속 승부를 펼치고 있었다. ‘혹시 이러다…’ 하는 우려가 스멀거릴 즈음 대표팀의 막내 박정환 9단의 승전보가 날아들었다. 대만팀의 정신적 지주 저우쥔신 9단을 상대로 한 값진 승리였다. 212수 끝, 백불계승.
반격의 교두보를 확보한 대표팀에 ‘독사’ 최철한 9단이 1승을 더하면서 한국 진영에 덮인 먹구름도 걷히기 시작했다. 최9단은 시종일관 끈적하게 버텨온 샤오정하오 7단의 상중앙과 하변의 양곤마에 집중 포격을 가해 137수 만에 흑불계승을 알렸다.
팀에 꼭 필요한 마지막 1승을 건진 태극전사는 이영구 9단이다. 국제무대에 거의 얼굴을 내밀지 않은 대만의 ‘신예 병기’ 왕위안쥔 4단을 맞은 이9단은 중반까지만 해도 왕위안쥔 4단과 팽팽한 힘겨루기를 벌였다. ‘여전사’ 간의 대결에서 ‘바둑 얼짱’ 헤이자자 5단이 김혜민 6단을 윽박지르고 있는 터여서 이 대결이 전체의 승부판이 됐다. 한국으로서는 절체절명의 위기. 그러나 이9단은 왕위안쥔 4단과 치열한 패싸움을 벌이던 끝에 159수 만에 흑불계승을 알리며 한국의 대회 첫승을 확정지었다. 한국선수단으로서는 안도의 한숨을 지는 순간이었다. 더욱이 이9단의 승번보가 전해진 뒤 5분도 지나지 않아 여전사 김혜민 6단의 패전 소식이 들려와 이9단의 승리는 더욱 값졌다.
이날 승부에 대해 대표팀 단장 최규병 9단은 “복병 대만을 만나 고전을 했다. 선수들이 많이 긴장한 듯하다”며 “하지만 이세돌 9단이나 김혜민 6단이 바둑 흐름이 나빠졌다기보다는 방심하다 역전패를 당한 것인 만큼 대회가 거듭될수록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했다.
최9단은 이어 “이번 대회에서 메달 색깔이 갈리는 승부는 어차피 중국전이다”라며 “오늘의 고전이 중국전에서는 오히려 약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벌어진 중국 대 유럽연합, 일본 대 미국의 대결에서는 중국과 일본 모두 5-0 완봉승을 거두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스포츠어코드의 바둑 종목은 한국·중국·일본·대만·미국·유럽연합 등 6개국이 출전해 단체전과 페어전 2개 금메달을 놓고 자웅을 겨룬다. 단체전은 9일부터 14일까지 풀리그로 순위를 가리며, 남녀가 팀을 꾸려 출전하는 페어전은 각국에서 1팀씩 나와 15·16일 양일간 토너먼트로 메달 색깔을 가린다.
한국대표팀은 10일 오후 1시30분(한국시간)부터 미국을 상대로 2연승 사냥에 나선다.
▶ 식전공연으로 발레가 공연되었다. 발레라기보다는 써커스 수준
▶ 선수들의 입장. 바둑부문은 네 번째로 입장했다
▶ 무대가 좁은 관계로 중국팀과 각국 여자선수가 무대에 섰다
▶ 개식선언을 하고 있는 베이징 시장
▶ 구리 9단이 선수단을 대표하여 선서를 하고 있다
▶ 꽃가루와 함께 무대를 내려오고있는 선수단
▶ 베이징 어린이들의 합창이 이어졌다
▶ 중국의 명공연 '변검'
▶ 중국 전통악기를 이용해 현대음악을 선보인 퓨전 공연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