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단계 도약을 위해 성장통 겪은 한국 바둑
다사다난했던 계사년(癸巳年)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올 한해도 깊은 관심과 애정으로 바둑계 소식에 관심을 기울여주신 바둑팬 여러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재)한국기원이 선정한 2013년 바둑계 10대 뉴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재)한국기원이 선정한 2013년 바둑계 10대 뉴스
1. 한국 바둑, 18년 만에 무관 전락
한국 바둑이 올해 열린 일곱 차례의 세계대회 개인전에서 무관에 그치는 수모를 당했다. 88년 세계대회가 창설된 이후 총 121차례 중 68번의 우승(여자대회 제외)을 차지한 한국은 특히 96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한 차례 이상씩 17년간 이어온 우승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2013년 마지막 세계대회였던 삼성화재배에서 이세돌 9단이 준우승에 그치며, 올해 벌어진 일곱 번의 세계대회 개인전은 중국이 6개의 메이저급 세계대회(바이링배·LG배·응씨배·춘란배·몽백합배·삼성화재배)를 거머쥐었고 일본이 미니 세계기전인 TV바둑아시아선수권 정상에 올랐다.
▲이세돌 9단(오른쪽)이 삼성화재배 우승에 실패하며 한국은 2013년 세계대회 개인전에서 무관에 그쳤다
2. (재)한국기원 • (사)대한바둑협회 한지붕 통합
(재)한국기원과 (사)대한바둑협회가 2005년 11월 대한바둑협회를 분리 발족시킨 이후 7년 3개월 만에 프로 • 아마를 총괄하는 체제를 갖추게 됐다. 허동수 (재)한국기원 이사장이 지난 1월 (사)대한바둑협회 제3대 회장으로 선출돼 프로와 아마추어를 함께 관장하기 시작했고 8월에는 대한바둑협회 직원들이 한국기원으로 본거지를 옮기는 동시에 인적 교류를 시행하면서 본격적인 통합 수순을 밟은 바 있다. 허동수 이사장은 2001년 2월 한국기원 제14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이래 현재 17대까지 4기 연속 연임 중이다.
3. 국가대표 상비군 창설 상설화
부진에 빠진 한국 바둑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 국가대표 상비군이 상설화됐다. 9월 10일부터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간 바둑 상비군은 이홍열(총감독)‧안조영(감독) 9단, 박승철(코치) 7단으로 코칭스태프를 구성해 랭킹 상위자와 영재 부문 등에서 모두 40명을 선발해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기원은 아시안게임과 실내무도아시안경기 등을 대비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국가대표팀을 운영한 적은 있지만 상설기구로 상비군 제도를 도입한 것은 처음이다.
▲올 9월부터 본격적으로 담금질에 들어간 국가대표 상비군 훈련 장면
4. 한국바둑 사상 최초로 장생 출현
한국 프로바둑 60년 역사상 최초로 장생(長生)이 나와 화제를 모았다. 6월 29일 열린 2013 KB국민은행 바둑리그 5라운드 4경기, SK에너지 최철한 9단과 정관장 안성준 5단과의 바둑에서 국내 처음으로 장생이 출현했다. 장생이란 ‘끊임없이 같은 모양을 만들어 영원히 산다’는 뜻으로, 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는 한 영원히 승부를 낼 수 없는 무한 동형반복의 형태를 말한다. 프로 공식대국에서는 93년 제49기 본인방전 본선 리그에서 린하이펑(林海峰) 9단 대 고마쓰 히데키(小松英樹) 8단(당시), 2009년 9월 후지쓰배 예선에서 왕밍완(王銘琬) 9단 대 우치다 슈헤이(內田修平) 2단의 바둑에서 두 번의 장생이 있었다.
5. 김지석, 올레배 • GS칼텍스배 우승으로 2관왕 등극
김지석 9단이 입단 후 처음으로 국내 타이틀 두 개를 거머쥐며 차기 대권후보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지난 4월 제18기 GS칼텍스배 프로기전에서 이세돌 9단을 3-0으로 완파하며 대회 첫 우승과 함께 국내 63번째 입신(入神-9단의 별칭)에 오른 김9단은 11월 막을 내린 2013 올레(olleh)배 바둑오픈 챔피언십 결승에서도 목진석 9단에게 3-0으로 승리하며 국내 기전 중 최대 규모인 올레배에서 우승했다. 2003년 입단한 김지석 9단은 2009년 제5기 한국물가정보배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바 있으며 4년 만에 타이틀 보유자 반열에 합류했다.
6. 티브로드, 바둑리그 정규시즌 첫 우승
만년 하위팀이었던 티브로드(감독 이상훈 9단)가 창단 6년 만에 2013 KB국민은행 바둑리그에서 정규시즌 1위의 반란을 일으켰다. 2008년 창단한 티브로드가 정규시즌 1위에 오른 것은 물론이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창단 첫해 6위로 출발한 티브로드는 2009년 7위(최하위), 2010년 6위, 2011년 8위(최하위)로 두 차례나 꼴찌의 수모를 당했고 지난해 거둔 5위가 최고 성적일 정도로 약팀의 이미지가 강했다. 올 시즌 티브로드는 전 경기에 출전한 1지명 조한승 9단이 8승 6패, 2지명 이지현 4단이 10승 4패로 활약했고 류수항 3단 등 락스타리거 3명이 12승 6패를 합작하며 팀 창단 첫 우승을 결정지었다
7. 여류 최강 입증한 최정, 여류명인 방어하고 여류기성 획득
96년생 최정(17) 4단이 여류명인을 방어하고 여류기성까지 획득하며 여자 바둑계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1월 박지연 3단에게 2-1로 승리하며 여류명인 2연패에 성공했던 최정 4단은 10월 열린 박지은 9단과의 여류기성전 결승에서도 역전승하며 2관왕에 올랐다. 2011년 12월 중국으로 돌아간 루이나이웨이 9단 이후 춘추전국시대를 구가했던 여류바둑계의 판도를 바꿔 놓은 최정 4단은 순수 국내파 여자기사로는 2004년 조혜연 9단 이후 9년 만에 2관왕을 차지한 여자기사가 됐다.
8. 한국, 단체전에서는 세계 최강 입증
한국이 세계대회 단체전에서 강세를 이어가며 개인전 부진을 만회했다. 3월 막을 내린 제14회 농심신라면배에서 박정환 9단이 막판 2연승으로 한국의 열한 번째 우승 주인공이 된 데 이어, 제3회 초상부동산배 한중바둑단체대항전에서는 김지석 9단의 2승 활약에 힘입어 대회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7월 제4회 인천 실내&무도 아시아경기대회 남자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거머쥔 한국은 12월 16일 벌어진 2013 스포츠어코드 월드마인드게임즈 남자단체전에서도 개최국 중국을 꺾고 올해 열린 단체전에서 중국팀에 4전 전승을 하며 단체전 불패 신화를 이어갔다. 여자단체전에서도 제3회 황룡사쌍등배와 제2회 화정차업배에서 내리 우승하며 중국의 독주를 견제했다.
9. <이세돌 대 구리 10번기> 성사
83년 동갑내기 이세돌 9단과 중국 구리(古力) 9단간 세기의 10번기 성사가 확정됐다. 우승 상금 500만 위안(약 8억7,000만원)을 걸고 자존심 대결을 펼치는 <이세돌 대 구리 10번기>는 내년 1월 26일 개막해 11월 30일까지 중국의 9개 도시와 한국을 돌며 매달 마지막 일요일 한 판씩 펼쳐진다. 95년 나란히 입단히 두 기사는 한국과 중국 양국의 바둑계를 대표하는 간판스타로 통산 세계타이틀 획득 수는 이세돌 9단이 16개, 구리 9단이 7개다. 10번기는 일본에서 활약했던 우칭위안(吳淸源) 9단이 1939년부터 56년까지 기타니 미노루(木谷實) 9단, 하시모토 우타로(橋本宇太郞) 9단 등 당대 정상급 기사들과 ‘치수 고치기’ 방식으로 승부를 벌인 것이 유명하다. 당시 10승 1무 1패의 성적을 올린 우칭위안 9단은 거의 모든 기사들의 치수를 선상선(先相先) 또는 정선(定先)으로 고쳐 일인자로 군림한 바 있다.
10. 대세는 ‘축제’, 전국 곳곳에서 바둑축제
아마추어 바둑대회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오로지 승부만을 지향하며 최강자 한명을 뽑는 방식에서 탈피해 축제 형식으로 참가자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대회로 운영방식이 변모하고 있는 것. 2001년부터 시작한 청풍명월 바둑축제는 여름 휴가철을 이용해 제천에서 열리는 대표적인 축제 형식의 대회이며 양주 김삿갓배와 울진 금강송배, 티브로드배 어린이 바둑대축제 등이 온 가족이 나들이삼아 즐길 수 있는 대회로 자리매김했다. 일찍부터 미국과 유럽에서는 바둑 콩그레스를 바캉스 시즌에 개최하며 참가자 모두가 성적에 관계없이 바둑 축제를 즐기고 있다.
이밖에 <바둑진흥법 국회 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