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올림픽평의회 총회 이하진 3단 참관기
서대원 아시아바둑연맹(AGF) 회장과 필리핀 마닐라에서 1월 17-18일 양일간 개최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의 행사에 다녀왔다.
이번 행사는 OCA 집행이사회(Executive Board Meeting), 총회(General Assembly), 그리고 100주년 기념축제를 포함한 뜻 깊은 일정이었으며 바둑의 2019 하노이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채택 추진사업의 일환으로 본 대표단(서대원 아시아바둑연맹 회장, 이하진 국제바둑연맹 차기 사무국장 내정자)이 다녀오게 된 것이었다.
이번 출장의 주요 목적은 첫째 아시아올림픽평의회의 이사, 실무진 및 각국 체육회에 바둑을 홍보하고, 둘째 아시아올림픽평의회의 운영과 방식에 대해 익히고, 셋째 2019 하노이 아시안게임에서의 종목채택을 위한 교섭과 설득작업이었다.
우선 이번 경험을 통해 다시 한번 느낀 점은 바둑의 아시안게임 종목 채택이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보여지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을 해보는 수 밖에는 없는 것 같다. 이런 상황은 아시아올림픽평의회의 웨이지종(Wei Jizhong) 종신부회장과 서대원 회장의 대화에서 잘 드러난다.
“안녕하세요? 아시아바둑연맹의 회장을 맡고 있는 서대원입니다.”
“안녕하세요? 바둑에 대해 잘 압니다. 중국에서는 웨이치라고 부르죠.”
“그렇습니다. 실은 저희가 이번에 바둑이 하노이 아시안게임에 채택 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광저우에서 체스 종목의 일부로 정식 채택 되었었는데 이번 인천에서는 빠지게 되었죠.”
“죄송하지만 그건 안될 것 같네요. 대신 아시아 실내무도 경기대회에 계속 들어갈 수 있도록 해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체스는 어떻습니까? 체스가 아시안게임에 채택될 가능성이 있지 않습니까?”
“조직위원회에서 추천할 수 있는 종목이 7개지만 5개는 아시아 5개 지역의 대표 종목으로 선정되고 남는 종목은 2가지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럼 베트남조직위원회에서 체스를 2가지 종목 중 하나로 추천하면 가능하다는 뜻이죠?”
“(잠시 생각 후)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아시안게임에 들어가려고 기다리고 있는 스포츠가 열아홉 가지는 될 것입니다.”
“이해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둑은 부회장님의 지원이 절실합니다. 꼭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하하, 잘 알겠습니다.”
일의 성사를 위해서는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이번 출장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믿는다. 그 중 큰 결실은 OCA의 알사바(Sheikh Ahmad Al-Fahad Al-Sabah) 회장을 직접 면담하고 OCA 본부 방문 의지를 알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알사바 회장은 쿠웨이트의 왕족으로 1991년부터 OCA 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 스포츠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사람 중 한 명이다.
▲OCA 알사바(Al-Sabah) 회장과 면담 중인 서대원 AGF 회장
OCA 헌장 68조에 의하면 베트남정부의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에서 28가지 올림픽 필수종목 외에 7가지 종목을 추천할 수 있으며 OCA 집행이사회의 승인과 OCA 총회의 비준을 받아 최종적으로 OCA 회장이 결정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회장이 반대할 경우 집행이사회를 통과해도 종목에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OCA 회장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알사바 회장은 바둑의 볼모지라고 할 수 있는 쿠웨이트의 왕족. 만나기가 여느 유명한 연예인을 만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데다 어떻게 만난다 하더라도 설득할 수 있을 지가 문제였다. 그래도 이번 OCA 총회 기회에 알사바 회장과 쿠웨이트 소재 OCA 본부를 방문해서 바둑에 관한 비디오 프레젠테이션을 하겠다고 제의했고, 그에 대해 알사바 회장이 환영의 뜻을 표하며 일정을 잡아보자고 답했으니 첫 단추는 잘 끼워진 것이 아닌가 싶다.
하노이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에서 체스와 바둑을 한 종목으로 추천하면 그 사항이 OCA의 집행이사회(Executive Board Meeting)로 넘어간다. 집행이사회에는 회장, 부회장, 이사, 그리고 재정분과위원회, 환경분과위원회, 문화분과위원회, 선수위원회 등 각 위원회의 회장들이 자리하며 의견이 대립될 경우 투표로 의사를 결정한다. 이에 우리의 전략은 OCA 회장을 설득하기 위해 OCA 본부에서의 면담을 추진하는 동시에 집행이사회의 이사들을 한 명씩 따로 만나 바둑을 홍보하는 것. 물론 어려운 작업이다. 하지만 의미 있는 도전은 원래 어려운 법이 아닐까?
끝으로 이번 출장은 OCA에 대해 배울 수 있었던 황금 같은 경험이었다. 각종 분과위원회, 집행이사회, 총회 등을 참관하며 OCA가 어떤 구조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직접 보고 들으며 생생히 이해할 수 있었고, OCA의 전문성과 체계성에 많은 감명을 받았다. 이런 소중한 배움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며 앞으로 바둑계가 OCA처럼 크게 발전하길 기원한다.
▲OCA 총회에서 바둑 홍보 활동 중인 서대원 AGF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