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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의 지각패, 그러고도 웃었다

등록일 2023.08.17

2023 쏘팔코사놀 레전드리그 1R 4G
윤현석 9단 데뷔전 결승점, KH에너지에 2-1 승


"오늘은 일진이 안 좋은 것 같아 기대를 안 했는데...승부란 게 이래서 재밌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칠곡황금물류 정수현 감독이 경기를 마친 후 검토실에서 한 국후담이다.

▲ 정각 10시에 경기가 시작된 후 김수장 9단이 상대 대국자인 이상훈 9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후 15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아 김수장 9단의 기권승이 선언됐다.


17일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1라운드 4경기. 이날 '후보 1순위' KH에너지와 대결하는 칠곡황금물류는 뜻하지 않는 '일'로 시작부터 낭패를 봤다. 1국에 모습을 보여야 할 주장 이상훈 9단이 나타나지 않았던 것.

TV 화면에 상대팀 주장 김수장 9단만이 덩그러니 앉아 있는 모습이 비쳐졌다. 이상훈 9단은 개시 시각인 10시에도, 규정상 기권패로 처리되는 '개시 후 15분'까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 지각으로 인한 이번 시즌 첫 기권패로 경기 시작 15분 만에 KH에너지가 1-0으로 앞서 나갔다.


사유는 교통체증으로 인한 지각. 이상훈 9단은 10시 17분께 나타났으나 간발의 차이로 기권패가 선언된 후였다. 이번 시즌 후보팀끼리의 중요한 개막 경기. 이 판은 방송 생중계의 메인판으로 중계될 예정이었다.

여덟 번째를 맞는 시니어리그에서 지각으로 인한 기권패는 이번이 세 번째. 앞선 두 번의 케이스에서는 기권패를 당한 팀이 모두 패했다. 정수현 감독의 마음이 착잡할 수밖에 없었다.

▲ 땀에 젖은 셔츠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상훈 9단이 정수현 감독에게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이것이 경기의 1라운드. 하지만 진짜 드라마는 이 다음부터였다. 송구스러움으로 어쩔 줄 몰라하는 이상훈 9단의 불편한 마음을 동료들이 발 벗고 나서 덜어주었다.

3지명 대결에서 김기헌 7단이 장수영 9단을 상대로 동점을 만든 다음, 2지명 대결에서 윤현석 9단이 안관욱 9단을 꺾고 팀 승리를 결정했다. 후반의 아찔했던 순간을 넘기고 얻어낸 값진 승리였다.

▲ 3지명 대결에서 김기현 7단(오른쪽)이 장수영 9단에게 5집반승을 거뒀다. 상대전적 1패 후 5연승.


KH에너지는 2017시즌부터 2019시즌까지 전무후무한 3연속 통합 우승을 이뤘던 팀. 이번 시즌도 압도적 지지를 받는 최강의 후보팀을 레전드리그에 첫발을 내디딘 칠곡황금물류가 창단 첫승으로 제압했다.

개인적으로도 레전드리그 데뷔전에 나선 윤현석 9단은 "승부에 대한 긴장감을 정말 오랜만에 느낀다. 부담감도 크지만 재미도 있는 만큼 한발 한발 나아갈 생각이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 "해설할 때가 훨씬 편한 것 같은데요, 어우, 대국은 힘든 것 같아요" (윤현석 9단)


팀별 개막전을 치른 1라운드 결과 예스문경, 의성마늘, 스타영천, 칠곡황금물류가 승리를 챙겼다. 이 중 스타영천을 제외한 세 팀은 신생팀이다.

8개팀이 더블리그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네 팀을 가려내는 정규시즌은 다음주 화요일(22일)에 2라운드를 통합 경기로 치른다. 대진은 스타영천-KH에너지, 경기고양시-용인퓨리엄, 예스문경-의정부행복특별시, 의성마늘-칠곡황금물류.

▲ '뜨거운 신데렐라' 김은지 6단이 첫 경기를 앞둔 스승 장수영 9단을 찾아 뵈었다.


(주)인포벨이 타이틀 후원을 맡고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공단이 재정후원하며, 한국기원이 주최 주관하는 2023 쏘팔코사놀 레전드리그의 상금은 우승 3000만원, 준우승 1500만원. 팀 상금과 별도로 정규시즌의 매판 승자는 70만원, 패자는 40만원을 받는다. 미출전 수당은 20만원.

▲ 제한시간 각 30분, 초읽기 40초 5회.


▲ "선수와 감독 둘 다 어려운데 감독이 좀더 재미있고 체질에 맞는 것 같다"는 정수현 감독(왼쪽). "9월부터는 요다 9단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는 김성래 감독.


▲ 레전드리그 19연승 신화의 주인공 김수장 9단.


▲ '대전의 신사' 안관욱 9단


▲ '장비' 장수영 9단


▲ 입단 무렵에 또래 유망주들을 두 점 접었다는 전설을 지니고 있는 윤현석 9단


▲ 두 차례 MVP를 차지한 바 있는 김기헌 7단.


▲ KH에너지 검토석. 고민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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