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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매직쇼' ...신안, CU에 한풀이 완봉승

등록일 2017.10.14

2017 KB국민은행바둑리그 16라운드 2경기
신안천일염, 갈길 바쁜 CU에 '고춧가루 폭탄'


일찌감치 탈락한 것에 대한 분풀이일까. 최하위 신안천일염이 갈길 바쁜 BGF리테일CU에 '고춧가루 폭탄'을 퍼부었다. 그것도 맵디 매운 특제 고춧가루로.

신안천일염은 13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6라운드 2경기에서 BGF리테일CU에 5-0 완봉승을 거뒀다. 신안천일염은 극으로 치닫고 있는 종반 순위 싸움과 무관한 팀. 반면 이 경기를 무슨 일이 있어도 이겨야 했던 BGF리테일CU는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며 포스트시즌행이 가물해졌다.

▲ 이세돌의 복귀와 CU 주장 이동훈의 결장이 맞물린 대결은 신안천일염의 약간 우세라는 진단이 내려졌으나 결과는 상상을 초월했다.


한 쪽만이 잔뜩 어깨에 짐을 지고 싸워야 했던 경기. 거기에 팀의 중심추 역할을 하는 이동훈이 이민배 출전으로 빠지면서 BGF리테일CU는 와르르 무너졌다. 3지명 허영호가 이세돌에게 패한 것을 시작으로 대타 안정기, 4지명 진시영, 2지명 이지현, 주전급 퓨처스 선수 이창석까지 모두 졌다.

신안천일염, 세 번 완봉패 울분 첫 완봉승으로 풀어
BGF리테일CU, 올 시즌 두 번째 완봉패
복귀 '매직쇼' 펼친 이세돌, 건재 과시...6연승, 시즌 9승2패


올 시즌 두 번째 영봉패다. 더구나 '먼저 보는 게 임자'라는 소리까지 나왔던 최하위팀에게 치욕의 패배를 당한 것이기에 아픔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겼으면 6승8패가 되어 5위 한국물가정보를 바짝 따라잡을 수 있었던 상황에서 5승9패, 8위로 주저앉으면서 창단 2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꿈도 사그러들 위기에 처했다.

▲ 유난히 연패하는 선수가 많았고 그 꼬리 또한 사뭇 길었던 올해. BGF리테일CU 4지명 진시영(오른쪽)도 그런 파고에서 쉽게 몸을 빼지 못하고 있는 기사 중 한 사람이다.
이날 신안천일염의 퓨처스 선수 박주민에게 패하면서 개막전 승리 이후 9연패. 반면 박주민은 네 번째 등판 만에 첫승의 기쁨을 누렸다.


올 시즌 세 번이나 영봉패를 당했던 신안천일염은 그동안의 울분를 토하기라도 하듯 첫 영봉승의 기염을 토했다. 이세돌의 복귀에 맞춰 6연패를 끊으며 실추된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세웠다. "이렇게 전력이 강한 팀이 그동안 얼마나 안 풀린 건가요" "신안천일염까지 합세해서 순위 싸움을 했으면 정말 재밌었을 텐데요"라는 소리가 중계석에서 아쉬운 메아리처럼 흘러나왔다.

▲ 연패로 말하자면 이 사람처럼 아팠던 사람이 있을까. 지난 14라운드에서 11연패를 벗어난 한상훈(왼쪽)이 이창석을 상대로 2승째를 올리며 팀의 퍼펙트승을 완성했다.


한편 이날 세 경기 만에 모습을 드러낸 이세돌은 허영호를 상대로 마법 같은 역전쇼를 펼쳐보였다. 중반까지 불리한 흐름 속에서 엎드려 있는 듯한 자세를 취하다가 미세한 실수가 포착되자 단번에 낚아채 승리로 연결시켰다. 송태곤 해설자는 "3분의 2까지는 허영호가 우세했는데 마지막 3분의 1의 고비를 못 넘겼다"고 평하면서 " 한 방이란 이런 것이다. 작은 꼬투리 하나를 잡아 단번에 역전을 이끌어냈다"고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 허영호의 흑1이 빌미를 제공한 수. 당연히 이어줄 걸로 기대했지만 백2로 하나 찌른 다음 4로 외면하자 어려워졌다. 흑5는 이제와선 기세. 하지만 백6~8의 수순으로 하변 흑 일단이 잡히자 중앙 백 대마 전체를 잡아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이후 이세돌의 마술 같은 타개가 반상을 휘저으면서 1시간 35분, 178수 만에 허영호가 돌을 거뒀다.


▲ 오랜만에 나와서 못할 짓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을까. 대국장을 나온 직후 허영호쪽으로 다가간 이세돌. 얼마간 복기를 지켜보는 듯하더니 어느샌가 검토실에서 종적을 감췄다.


14일엔 2위 SK엔크린과 3위 포스코켐텍이 16라운드 3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안성준-안조영(퓨), 한웅규(퓨)-최철한, 박민규-나현, 홍성지-이원영, 이태현-윤찬희(이상 앞이 SK엔크린). 9승4패 동률에 개인 승수에서 1승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두 팀의 볼만한 2위 쟁탈전이다.

전반기엔 포스코켐텍이 4-1로 이겼고, 이태현(승)-윤찬희는 장고에서 속기로 자리를 옯긴 재대결. SK엔크린 2지명 이영구는 일본서 열리는 오카게베에, 포스코켐텍 3지명 변상일은 중국서 열리는 이민배에 각각 출전하면서 오더에서 제외됐고 대신 한웅규와 안조영, 두 명의 퓨처스 선수가 자리를 메웠다.





▲ 지난 10라운드에서 김명훈에게 아깝게 반집패한 안정기(왼쪽). 팀의 기대를 등에 업고 두 번째 등판에 나섰으나 아쉽게도 조한승의 벽을 넘지 못했다.


▲ 국대 선수 이지현을 상대로 5연패의 사슬을 끊은 감독 목진석(시즌 4승10패). 한 번도 유리한 적이 없었던 이지현은 끝내 1집반 가량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선선히 항서를 썼다.


▲ 시즌이 끝날 때가 되서야 본래의 파괴력 있는 모습을 보여준 신안천일염.


▲ 남은 두 경기를 크게 이긴 다음 골득실을 따져야 하는 처지가 된 BGF리테일CU. 포스코켐텍, 한국물가정보와 차례로 대결한다.


▲ "프로 무대에 와보니까 이번이 1년차인데 생각보다 너무 강하셔서 이기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박주민.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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