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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은 이겼지만...리그 명가의 쓸쓸한 조기 퇴장

등록일 2017.09.22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3라운드 1경기
SK엔크린, 신안천일염에 4-1 승


화사한 5월에 7개월 대장정의 막을 연 KB리그가 어느덧 13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총18라운드를 3등분할 때 종반전에 들어가는 시점. 어찌보면 진정한 순위 싸움은 이제부터 일텐데 그 관문에서 일찌감치 꿈을 접어야 하는 팀이 나왔다.

올 시즌 내내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던 신안천일염이 포스트시즌 대열에서 탈락했다. 신안천일염은 21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3라운드 1경기에서 SK엔크린에 1-4로 패했다. 최근 4연패와 더불어 2승10패가 된 신안천일염은 남은 4경기를 모두 이긴다 해도 6승에 불과해 포스트시즌 진출이 불가능해졌다.

▲ 전반기에 신안천일염을 상대로 5-0 영봉승을 거둔 SK엔크린이 다시 4-1로 승리했다.


TV아시아선수권전 출전으로 지난 경기를 결장했던 이세돌이 복귀했지만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전력의 열세는 피할 수 없었다. 경기 전 'KB리그 익스프레스'의 승부 예측 역시 65대 35로 SK엔크린의 큰 우세를 가리켰고, 그것이 결과에도 나타났다. 팀의 5지명과 퓨처스 선수를 상대 1.2지명에 붙이고 전반부 3-0 승리를 노린 이상훈 감독의 기막힌 오더도 주전들의 잇단 부진앞에선 쓸모가 없었다.

▲ 시작부터 대마의 사활을 놓고 격렬한 공방을 펼쳤던 대결에서 박민규(오른쪽)가 승리했다. 모처럼 자신보다 낮은 지명과 만났던 한상훈은 또 첫승의 기회를 미루며 11전 전패. 단일시즌 개인 11연패는 바둑리그가 2004년에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반면 3연승의 기세를 타고 있는 SK엔크린 선수들은 이번에도 펄펄 날았다. 전반 속기전에서 신안천일염 주장 이세돌에게 한 판만을 내주었을 뿐, 5지명 박민규의 선제점을 시작으로 나머지 네 판을 모두 쓸어담았다. 1-1의 상황에서 홍성지의 리드타, 이영구의 결승점이 이어졌고 주장 안성준이 팀 대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 초반에 새로운 수법을 선보였지만 신통치 않았던 이세돌. 반면 이태현은 서둘러 대어를 낚고자 하는 마음이 패착으로 연결됐다. 결국 돌고 돌아 이세돌이 중앙 백 대마를 잡고 판을 끝냈다.


'4연승' SK엔크린 '2위 자리 놓칠 수 없다'
'4연패' 신안천일염, 2년 연속 조기 탈락 수모


2009년에 팀을 창단한 신안천일염은 그동안 가을잔치(포스트시즌)의 단골 손님이었다. 창단 이듬해인 2010년에 이상훈-세돌 형제가 사령탑과 주장을 맡으면서 바로 우승컵을 거머쥐었고, 2013년에도 또 한 번 정상에 오르면서 KB리그를 대표하는 명문팀의 반열에 올랐다(2012년과 2015년, 두 차례 준우승한 기록도 있다).

그랬던 팀이 지난해 최하위에 머문 데 이어 올해도 밑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는 부진이다. 지난해의 경우 이세돌의 잦은 결장이 주된 원인의 하나로 꼽혔지만 올해의 양상은 다르다.

팀의 주력인 30대 트리오 중 조한승과 목진석이 나이를 생각하게 만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3지명 한상훈과 5지명 심재익은 단 1승도 못하고 전패를 이어가는 등 총체적 난맥상이다. 대타라도 괜찮으면 좀 나으련만 신안천일염은 퓨처스리그서도 1승10패로 꼴찌다.

▲ 이날 벌어진 다섯 판 중 가장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던 장고대국(1국). 상대 전적 6승4패로 조한승에게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홍성지(오른쪽)가 완승을 거두며 팀 승리를 끌어당겼다.


포스코켐텍과 치열한 2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SK엔크린은 4연승과 더불어 8승3패로 2위에 올라섰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포스코켐텍(7승3패)의 경기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팀 간의 경쟁은 이제부터다.

선두 정관장 황진단(10승1패)의 패점이 늘어날 경우 1위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도 두 팀 모두에게 공통된 사항. 하지만 당장은 먼 얘기다. 송태곤 해설자는 "포스코켐텍이나 SK엔크린이나 우선은 2위 확보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SK엔크린 1지명 안성준을 상대로 올 시즌 들어 가장 인상적인 내용을 펼친 심재익(오른쪽. 신안천일염 5지명). 하지만 결국 패했고 패점 하나가 더 늘었다(9전 전패). 마지막에 패를 할 수도 있는 장면에서 냉정하게 계산으로 돌아선 안성준의 급제동 능력이 돋보였던 판.


22일엔 8위 화성시코리요(3승8패)와 3위(7승3패) 포스코켐텍이 13라운드 2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위태웅(퓨)-이원영, 강유택-나현, 최재영-최철한, 김승재-변상일, 송지훈-윤찬희(이상 앞이 화성시코리요). 전반기엔 포스코켐텍이 3-2로 이긴 바 있으며, 송지훈-윤찬희(승)는 리턴매치다. 화성시코리요 주장 박정환은 커제와의 남방장성배 대결로 오더에서 제외됐다.





▲ 팀의 4지명이자 국가대표 감독인 목진석의 부재로 연속 출전의 기회를 얻은 퓨처스 선수 박주민. 지난 경기의 무력한 패배를 반성이라도 하듯 맹렬하게 부딪혀 갔으나 노련한 이영구의 벽을 넘지 못했다.


▲ 입대하기 전인 2014년에 4연승으로 시즌을 마무리하며 11승3패의 좋은 기록을 남겼던 한상훈. 군 복무로 인한 2년의 공백이 이토록 큰 것일까. 어느 한쪽에선 11연승의 휘파람을 부는데 11연패라니, 지독한 승부세계의 빛과 그늘이다.


▲ 깊은 침묵에 잠긴 신안천일염팀. 2014년부터 3년간 한솥밥을 먹었던 신민준을 올해 보호연한 만료로 떠나보낸 것이 아쉽기만 하다.


▲ 계속해서 승자 인터뷰를 사양하고 있는 최규병 감독(사진 왼쪽). 해마다 추석을 고비로 상승세가 꺾였던 아픈 기억을 지니고 있다.


▲ 7촌의 친척지간임이 밝혀진 김다영과 안국현. 촌수관계에 문외한인 기자가 "7촌이면 어떤 관계인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고 하자 안국현이 이렇게 정리해줬다. "저희 외삼촌이 다영이 사촌 언니와 결혼했습니다"(이해가 가시는지?)

결론은 나이 어린 김다영이 이모, 안국현이 조카뻘이라는 것인데 대화를 듣고 있던 최규병 감독의 반응이 걸작이었다.
"허, 우리 집안(조남철 패밀리)은 다 늙어가는데 이 집은 이제 시작하는구먼. 새롭고도 막강한 패밀리의 탄생이야!"


▲ SK엔크린 상승세의 주역이자 일요일의 올스타전에 한 팀이 되어 출전하는 두 사람.

"뽑아주셔서 감사드린다. 재밌게 놀아보겠다."(홍성지. 왼쪽)

"처음 컨디션은 좋았던 것 같은데 최근엔 잘 모르겠다." "현재 8승3패인데 세 판 정도는 더 이기고 싶다." (박민규.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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