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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돌아섰을 때 이창호는 시작했다

등록일 2017.08.11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8라운드 1경기
정관장 황진단, SK엔크린에 2패 후 3연승


포기할 줄 몰랐다. 집념의 역전승이었다.

6연승을 질주 중인 1위팀과 이를 바짝 좆는 2위팀의 대결에서 선두 정관장 황진단이 이겼다. 정관장 황진단은 10일 저녁 바둑TV에서 열린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8라운드 1경기에서 SK엔크린을 3-2로 눌렀다.

▲ 저녁 8시반 후반 경기가 시작될 때의 모습. 정관장 황진단이 앞의 장고대국(한승주-박민규)을 포함해 세 판을 모두 쓸어담았다.


'2패 뒤 3승'의 깜짝 역전극이었다. 정관장 황진단은 전반부 속기 대국 두 판을 모두 내줘 패색이 짙었으나, 주장 신진서의 승리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다음 4지명 한승주와 2지명 이창호 9단이 연달아 승리하며 짜릿한 역전의 기쁨을 누렸다.

▲ SK엔크린에 선제점을 내준 상황에서 정관장 황진단이 이겨줄 걸로 기대했던 2국. 하지만 하드 펀처 김명훈이 간결하고 쉽게 두는 홍성지(왼쪽)의 페이스에 말리면서(SK엔크린 2-0 리드) 일찌감치 패배를 각오해야 하는 형국으로 내몰렸다.


신진서 7연승, 정관장 황진단 7연승
전반기 전승으로 마무리 할지 관심


2패 후 3연승은 지난 시즌 72경기에서 단 두 차례만 나왔던 보기 드문 역전승이다. 올 시즌은 이번이 세 번째. 그 중 두 번을 정관장 황진단이 작성한 것이 신기했다(팀 개막전 때 BGF리테일CU를 상대로. 그리고 이날).전력이 그만큼 두텁다는 뜻일까. 아니면 연승이 남들 생각만큼 거저먹기가 아니라는 방증일까.

정관장 황진단이 자랑하는 주장 신진서가 반격의 선봉에 섰다. 끈질기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이태현을 146수의 단명국으로 거침없이 쏘아붙였다. 7연승을 달리며 박정환과의 다승.연승 경쟁에서 다시 한 발 앞섰다.

▲ 지난 시즌 13승1패(12연승 포함)로 다승 1위에 올랐던 신진서. 과연 올해 목표인 '전승'이 이뤄질까.


올 시즌 정관장 황진단의 키플레이어 역할을 하는 한승주는 장고 대국에서 박민규를 잡고 2-2,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쌍방 실수가 하도 많아 쉴새없이 실시간 스코어가 요동쳤던 승부에서 조금 더 냉정했다. 시즌 초반부터 5연승을 질주하며 '5지명 돌풍'을 일으켰던 박민규는 지난 경기에 이은 연속 패배로 기세가 한풀 꺾였다.

▲ 장고대국(1국). 박민규에게 2전 2승으로 앞서 있는 한승주(왼쪽)가 좌변 수싸움에서 절묘하게 위기를 넘기며 승리했다.


철수 준비 중이던 정관장 황진단 '이게 웬일'
김영삼 감독 "10연승 넘어서겠다"


끝나지 않은 나머지 한 판은 이창호-이영구의 2지명 맞대결. 팀 스코어 2-2에서 결과적으로 결정판이 됐지만 승부의 추는 갈수록 이영구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중반에 들어설 때만 해도 55:45 정도였던 형세는 시간이 지나면서 70 대 30, 급기야 80대 20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사실상 사망 선고에 해당하는 수치. 칸막이 너머 정관장 황진단 검토실에선 요란하게 돌을 쓸어담는 소리가 들렸다(철수를 준비하는 것으로 짐작됐다). 한데 이 바둑이 역전된다.

▲ 아무런 수도 나지 않을 것 같은 중앙 백 진영에서 흑돌들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이 9단이 혼신의 힘을 다해 수순을 비틀어가자 대변화가 일어났고, 그 결과 실시간 스코어가 '70대 30' 이 9단의 우세로 돌변했다. 조금 전까지 승리를 확신했던 SK엔크린으로선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그러고도 극미했던 승부. 집에 갈 채비를 하다가 다시 머리를 맞대고 둘러앉은 양 팀 검토실은 한동안 계가에 분주했지만 이내 조용해졌다. 아무리 해도 이 9단의 1집반승은 부동이었던 것이다. 그 얼마 후 이영구가 돌을 거뒀고, 곧장 김영삼 감독의 승리 인터뷰가 시작됐다.

▲ 승리를 도둑맞은 듯한 SK엔크린 진영. 표정에 충격과 당혹감이 역력하다.


천신만고 끝에 7연승을 달성한 정관장 황진단은 내주 티브로드와 전반기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내친 김에 전반기를 전승으로 마무리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다. 김영삼 감독은 "오늘 큰 고비를 넘긴 만큼 선수들의 기세가 더욱 살아날 것 같다. 지난해 포스코켐텍이 달성한 10연승의 팀 최다 연승 기록을 넘어보겠다"는 자신만만한 포부를 밝혔다.

11일엔 6위(3승3패) BGF리테일CU와 2위(4승2패) 포스코켐텍이 8라운드 2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허영호-최철한, 이동훈-변상일, 이지현-나현, 이창석(퓨)-이원영, 진시영-윤찬희(이상 앞이 티브로드). BGF리테일CU 5지명 최정은 세계페어대회 출전 관계로 오더에서 제외됐다.





▲ 절절한 투혼을 보여주며 맏형의 책임감을 다한 이창호 9단(42). 최근 랭킹이(2지명으로선 참담한) 40위까지 떨어진 것도 불굴의 집념을 되살리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 거의 절망 상태에서 기사회생한 정관장 황진단. 팀 7연승은 지난 시즌 달성한 것과 타이의 기록이다.


▲ 마지막 대국의 계가에 여념이 없는 신진서(가운데). 잠시 후 "99대 1로(이창호 9단이) 이겼다"는 진단을 내놨다.


▲제3국. 안성준(오른쪽)이 만만치 않은 박진솔을 상대로 선제점을 올렸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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