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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잔치' 세 팀 확정...SK엔크린만 남았다

등록일 2016.10.09

2015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6라운드 3경기
한국물가정보, BGF리테일CU에 1-4 패...SK엔크린 가만 앉아 '어부지리'

*어부지리[ 漁夫之利 ] 어부의 이로움이란 뜻으로, 쌍방이 다투는 사이 엉뚱한 제삼자가 이득을 챙긴다는 말.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아쉽네요."

5국에서 안국현이 BGF리테일CU 류민형에게 무릎을 꿇으면서 팀 패배가 확정되자 한국물가정보 한종진 감독의 얼굴에 짙은 실망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직전 경기에서 5-0 대승을 거두며 '가을잔치' 동참의 희망을 살렸던 한국물가정보가 BGF리테일CU에게 덜미가 잡혔다.

8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6라운드 3경기에서 BGF리테일CU가 한국물가정보를 4-1로 눌렀다. 이 패배로 7승 달성이 무산된 한국물가정보(6승8패)는 포스트시즌에서 크게 멀어지며 희박한 확률에 의지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 1~3국이 동지명 맞대결로 짜여진 이날 경기에서 BGF리테일CU는 2지명 이지현(왼쪽)까지 백홍석에게 승리하며 2-0으로 앞서나갔다. 중반까지 크게 유리했다가 한 순간에 무너진 백홍석의 아쉬움이 컸다.


우승 후보팀 간의 '빅뱅 대결'은 아니어도 막바지 4강 싸움에 큰 울림을 줄 수 있었던 경기였다. 만약 한국물가정보가 이겼다면 그 파급력이 대단했을 터. 하지만 BGF리테일CU의 승리로 끝나면서 싱거운 느낌이 들 정도로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

더불어 복잡해질 수 있었던 리그 판도도 일목요연해졌는데, 당사자인 두 팀을 포함해 이해관계가 얽혔던 팀들의 희비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웃는 팀

단연 2위 SK엔크린이다. BGF리테일CU가 한국물가정보를 잡아주는 바람에 가만 앉아서 최대 수혜자가 됐다. 그동안은 상위 네 팀 중 홀로 8승(5패)이어서 불안감이 컸던 상태. 하지만 이제는 남은 3경기에서 한 경기만 이기면(9승) 바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한국물가정보, BGF리테일CU, Kixx 등 6승8패 세 팀은 남은 두 경기를 다 이겨도 8승이 한계다).

▼홀가분해진 팀

9승의 정관장 황진단과 티브로드다. 한국물가정보가 패하면서 자동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됐다.

▼울고 싶은 팀

당연히 한국물가정보다. 이겼으면 크게 희망에 부풀었을텐데 아쉽게 바람 빠진 풍선 신세가 됐다. 이제 바랄 것이라곤 다음 라운드에서 선두 포스코켐텍을 이긴 다음 SK엔크린과 최후의 한 판 승부를 펼쳐보는 것. 하지만 이마저도 SK엔크린이 다음 2경기를 모두 져야 가능한 스토리다.


▲속으론 울고 겉으론 웃는 '웃픈' 모습을 보였던 한국물가정보. 한종진 감독(왼쪽)은 "바둑 승부란 게 어찌 될지 모르는 거 아닌가요" 반문하면서 끝까지 희망을 안고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씁쓸한 팀

이기고도 썩 기쁘지 않은 BGF리테일CU와 이미 꿈을 접다시피 한 Kixx다. 한국물가정보와 같은 6승8패이지만 개인 승수가 크게 부족해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어렵다.


▲ 모처럼의 대승으로 4연패를 끊은 BGF리테일CU. 백대현 감독(왼쪽 두 번째)은 "두 경기 전에 이런 결과가 나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하면서 내내 아쉬운 표정이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강길동'이 된 강동윤

희망이 살아 있는 팀과 거의 없는 팀의 경기. 이 잣대로 본다면 한국물가정보가 이겨야 마땅할 것 같지만 반대의 경우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것이 바둑 승부다. 오히려 승패에 초연한 쪽이 경기를 잘 풀어갈 수있다는 것을 지난 라운드에서 신안천일염이, 이번 라운드에선 Kixx가 보여줬다. 마음을 비운 BGF리테일CU를 상대하는 한국물가정보로서도 그것이 걱정이었다.

우선 대진부터가 특이했다. 서로 짜기라도 한 듯 1~3국이 모두 동지명 맞대결로 이뤄져 심상치 않은 느낌을 줬다. 경기 전 양 팀의 오더를 본 이현욱 해설자가 "이건 뭔가요. 어느 한 쪽이 크게 이기던 망하던 몰아주자는 건가요" 웃으며 말했는데 쪽집개처럼 이 예감이 들어맞았다.


▲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임기응변으로 승세를 굳힌 강동윤. 홍길동을 연상케 하는 활약에 감동받은 듯 국가대표팀도 '역시 강길동'이라는 찬사의 메시지를 보냈다.


가장 먼저 끝난 1지명 맞대결에서 강동윤이 원성진에게 설욕한 것이 대승으로 이어지는 결정타가 됐다. 바둑은 중반 초입까지만 해도 백을 쥔 원성진의 두터움이 말을 할 걸로 보였던 형세. 하지만 이후 강동윤의 현란한 반면 운영이 빛을 발하면서 눈에 띄게 흑의 우세가 두드러졌다. 비세를 절감하며 중앙에서 승부를 보려했던 원성진은 막판에 단수 착각까지 범하며 속절 없이 무너졌다.

이어 2지명 맞대결에서 이지현이 백홍석을 꺾은 BGF리테일CU는 후반 속기전에서 그동안 부진했던 류민형과 이원영까지 모두 승리하며 4-1 대승을 거뒀다. 한국물가정보는 장고대국에서 한태희가 최정을 물리친 것이 유일한 승점.


▲ '1지명 같은 5지명' 한태희를 상대로 중앙 작전을 펼쳤으나 뜻대로 풀리지 않은 최정. 우변 백 몇 점을 잡은 것이 소탐대실이었다는 반성이 있었다. 이번 시즌 9경기째 출전한 최정은 3승6패, 대망의 10승째(4패)를 수확한 한태희는 당당 다승 5위에 이름을 올렸다.


9일엔 2위(8승5패)의 SK엔크린과 최하위(4승9패) 신안천일염이 16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벌인다. SK엔크린로선 다음 정관장 황진단과의 부담스런 일전을 치르기 전 포스트시즌을 확정 짓고 싶은 경기. 하지만 신안천일염으로서도 꼴찌 탈출이라는 과제가 걸려 있어 순순히 보내줄 것 같지가 않다.

대진은 강승민-안정기,민상연-목진석,안성준-이세돌,이태현-조한승,박영훈-신민준(이상 앞이 SK엔크린). 전반기엔 SK엔크린이 신안천일염을 4-1로 이긴 바 있으며, 동일대국자간 리턴매치는 없다.

9개 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네 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최종 순위를 다투는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의 팀 상금은 1위 2억원, 2위 1억원, 3위 6,000만원, 4위 3,000만원. 상금과는 별도로 매 대국 승자는 350만원, 패자는 60만원을 받는다.


▲ 결승점은 7월 이후 무려 7연패를 당하고 있던 류민형의 몫이었다. 안국현을 상대로 일찌감치 바둑판의 사분의 일에 해당하는 대마를 잡으며 한풀이를 했다. 이현욱 해설자는 "난장판 싸움은 류민형의 전공인데 안국현이 호되게 잘못 걸려들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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