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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서, 게 섯거랏'...나현 10연승에 MVP까지 '최고의 날'

등록일 2016.09.18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3라운드 3경기
포스코켐텍, 신안천일염에 3-2 승...세 번째 8승 고지

'명암(明暗)이 갈린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일 게다.

승리한 포스코켐텍은 7연승을 질주했고, 패한 신안천일염은 포스트시즌 대열에서 사실상 탈락했다. 단 한 경기, 나아가 최종국 한 판의 승패가 가져온 결과치고는 빛과 어두움의 차이가 너무나 극명했다.

'후반기의 제왕' 포스코켐텍이 최하위 신안천일염의 필사적 저항을 따돌리고 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포스코켐텍은 17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3라운드 3경기에서 나현의 결승점으로 신안천일염을 3-2로 눌렀다.

창단 7년 만에 자신의 팀 연승기록을 거듭 갈아치우고 있는 포스코켐텍은 8승째(4패)를 수확하며 정관장 황진단, SK엔크린과 더불어 '3강 체제'를 공고히 했다. 순위는 개인 승수 차이에 의해 1위 정관장 황진단, 2위 포스코켐텍, 3위 SK엔크린. 참고로 바둑리그 역대 팀 최다 연승기록은 2008년 영남일보가 세운 8연승으로 포스코켐텍은 1승만 더하면 타이를 이루게 된다.


▲ 지난해 준우승팀으로 주전 5명을 그대로 보유했던 신안천일염의 조기 탈락은 누구도 예상 못한 충격이다.


반면 지난해 준우승팀인 신안천일염은 3승8패,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며 포스트시즌의 꿈이 사실상 무산됐다. 남은 유일한 희망은 잔여 5경기를 모두 이긴 다음 경쟁팀들과 개인 승수를 따져보는 것인데 에베레스트의 산소 만큼이나 희박한 확률이다.

이날 경기의 시작은 신안천일염이 좋았다. 최대 승부처이자 빅매치인 1지명 맞대결에서 이세돌이 최철한을 꺾고 기선를 제압했다. 하지만 직후 신민준이 절대 우세한 판을 대착각으로 놓친 것이 불길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이어 장고대국에서 이호범마저 패하며 졸지에 1-2의 열세.


▲ 1999년 첫 대면을 한 이후로 지금까지 53번이나 대결을 펼쳤던 두 사람(이세돌 31승 22패). 하지만 2014년부터는 1년에 한 번 정도로 만남이 뜸해졌고 올해는 이것이 첫 대결이었다. 최철한이 뚜벅뚜벅 황소 걸음으로 승리를 가져가는 듯했지만 이세돌의 하변 폭파 승부수가 통하면서 역전이 이뤄졌다(262수 이세돌 흑 2집반승).


이런 상황에서 팀의 맏형 목진석의 분투가 보는 이의 심금을 울렸다. 포스코켐텍의 작은 돌부처 변상일을 상대로 뼈저린 승부를 펼친 끝에 대마를 잡는 개가를 올렸다. 이로써 승부는 2-2. 하지만 이날 신안천일염의 운은 거기까지였다.

나현과 조한승, 양 팀 2지명이 맞대결을 펼친 최종국은 중반까지 백번의 조한승이 좋다는 평가가 많았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나현의 견고함이 빛을 발했다. 계가한다면 2집반~3집반 정도의 차이. 자신의 패배가 확실해지자 조한승이 항복을 선언했고, 검토실에서 지켜보던 이세돌이 빠른 걸음으로 스튜디오로 향하면서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막을 내렸다.


▲ 원조 '사활 귀신' 목진석(오른쪽)은 난마처럼 얽힌 대마 수상전에서 변상일을 제압했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님도 보고 뽕도 따고...나현 '최고의 날'

신진서와 숨바꼭질하듯 연승 경쟁을 펼치고 있는 나현은 대망의 10연승을 결승점으로 장식하며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거기에 바라던 8월 MVP까지 수상했으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하여라'라는 속담이 남의 말처럼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참고로 신진서와 나현이 동반 달성한 시즌 10연승은 2012년 박정환이 세운 바둑리그 최다 연승과 타이의 기록. 둘 중에 누가 신기록을 작성할지, 연승은 어디까지 이어질지, 나아가 올해 다승왕은 누가 될지 등등이 남은 일정 동안 초미의 관심사다. 정규리그가 끝날 때까지 세계대회나 중국리그 출전으로 인한 결장이 쌍방 없다는 것도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


▲ "내심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압도적 표차로 8월 MVP에 선정된 나현.

"(소감은) 한 번쯤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운이 따른 것 같습니다" "(몇 승까지 생각하나) 남은 경기가 4경기인데 3승 정도 하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창호, 박영훈 등 선배 신산들과 비교한다면) 제가 실수가 많아 거기에 끼기엔 약하다고 생각합니다"


'되는 집은 어떻게든 된다'

18일엔 5위 티브로드(5승6패)와 8위 Kixx(4승7패)가 13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펼친다. 상위 세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거의 확정된 상태에서 남은 관심은 어느 팀이 한 장 남은 4위 티켓을 차지할 것이냐다. Kixx의 입장이 보다 절박한 건 사실이지만 티브로드도 여유가 없긴 마찬가지다. 사생결단, 벼랑끝 혈전이 따로 없다.

대진은 강유택-김지석,박정환-최재영,김승재-윤준상,박민규-박경근,이동훈-허영호(이상 앞이 티브로드). 전반기엔 Kixx가 3-2로 이긴 바 있으며, 강유택-김지석은 속기에서 장고로 형태를 바꾼 리턴매치(전반기 김지석 승). 이동훈-허영호 역시 전반기(이동훈 승)의 재대결이다.

9개 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순위를 다투는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의 팀 상금은 1위 2억 원, 2위 1억 원, 3위 6,000만 원, 4위 3,000만 원. 상금과 별도로 정규시즌 매 대국 승자는 350만 원, 패자는 60만 원을 받는다.


▲명(明). 짜릿한 3-2 승리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포스코켐텍 검토실. 김성룡 감독(왼쪽 두 번째)은 "류수항이 다 진 바둑을 이긴 게 컸다" "되는 집은 어떻게든 된다는 것을 느꼈다"고 흥분된 마음을 전했다.



▲암(暗). 마지막 주자 조한승의 곁으로 몰려든 신안천일염 이상훈 감독과 선수들. 두 시즌을 동고동락하며 지내왔기에 탈락의 아쉬움이 더욱 진하게 배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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