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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배 스타' 강승민, 강동윤 대마 사냥

등록일 2016.09.17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3라운드 2경기
SK엔크린 '4연승'...선두 정관장 황진단과 8승4패 나란히

지난해 이맘때인 추석 명절날, SK엔크린은 천추에 한이 될 패배를 당했다. 포스트시즌을 눈 앞에 둔 상황에서 하위팀 포스코켐텍에게 덜미가 잡히면서 탈락하고 만 것이다.

당시 SK엔크린은 12라운드까지 8승3패로 선두를 달리다 이후 3-2 패배만 연속해 네 번을 당하는 기막힌 일을 겪었다. 그 뿐인가. 막판엔 경쟁팀인 티브로드와 CJ E&M이 '3패빅 무승부'로 동시에 사정권에서 벗어나는 일까지 벌어지는 등 끔찍한 불운의 연속이었다.

마지막 경기가 끝났을 때의 광경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승리한 포스코켐텍 김성룡 감독과 선수들은 차마 못할 짓을 한 사람들처럼 부리나케 경기장을 빠져나갔고, 망연자실한 SK엔크린 검토실엔 탄식과 한숨 소리만이 가득했다.


▲ 최규병 감독과 SK엔크린 선수들은 이 장면을 잊을 수 있을까. 당시 기자는 '추석의 비극, SK엔크린 탈락'이라는 제하의 기사에 이 사진을 실었었다.


그로부터 1년 후, 다시 돌아온 추석 연휴에 SK엔크린은 활짝 웃었다. 절치부심했던 지난 1년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승전보는 연달아 이어졌고, 검토실엔 비온 뒤의 무지개처럼 일곱 빛깔 희망이 넘쳐났다. 팀은 지난해보다 강해졌고 악몽은 다시 오지 않을 터였다. SK엔크린이 포스트시즌의 9부 능선인 8승 고지에 올랐다.

SK엔크린은 16일 저녁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3라운드 2경기에서 신생팀 BGF리테일CU를 4-1로 대파했다.


▲ 김민수 해설자가 최대 승부처로 지목한 양 팀 3지명 맞대결에서 민상연(왼쪽)이 이원영을 꺾고 기선을 제압했다.


지난 경기에서 '쿵푸팬더'로 맹활약한 민상연의 선제점에 박영훈, 안성준 원투펀치의 승점이 차례로 더해졌다(SK엔크린 3-0 BGF리테일CU). 후반부에 이태현이 패점을 안기도 했지만 마지막 끝난 장고대국에서 5지명 강승민이 상대 주장 강동윤을 꺾는 개가를 올리며 팀의 대승을 마무리했다.

리그 후반 들어 4연승을 몰아친 SK엔크린은 8승째(4패)를 수확하며 선두 정관장 황진단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순위는 개인 승수 차이로(정관장 황진단 36승, SK엔크린 33승) 2위에 머물렀지만, 승차 없는 공동 선두나 진배 없는 결과다.


▲ 최정의 대타로 출전한 퓨처스 선수 이창석(왼쪽). 중앙 위주의 인상적인 반면 운영을 펼쳤으나 박영훈의 노련함을 이겨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반면 BGF리테일CU는 혼돈의 5승 대열에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를 놓치면서 5승6패(7위), 동률인 화성시코리요,티브로드,한국물가정보 등 만만치 않은 적수들과 힘겨운 4강 싸움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올해의 포스트시즌은 9승이면 안정권이고, 8승이면 개인 승수를 따지는 경합이 예상되는 상황. 경쟁팀들에 비해 개인 승수가 적은 BGF리테일CU는 9승을 달성해야 포스트시즌에 나갈 수 있는데 그러자면 남은 5경기에서 4승1패를 해야 한다. 불가능하진 않지만 벅찬 목표라는 점에서 이날의 패배가 아팠던 이유.


▲ 류민형을 일찌감치 수읽기 싸움에서 제압한 안성준은 10승1패로 10전 전승의 신진서와 다승 공동 선두에 올랐다.


'올해는 다르다'...갈수록 힘 더하는 SK엔크린

팀 승부와는 무관했지만 강승민-강동윤의 장고대국에 양 팀의 시선이 모아졌다. '강 대 강'이라는 대결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BGF리테일CU로선 자존심이 걸린 대국이었다. 혹시 있을 지도 모를 영패를 막기 위해서라도, 남은 경기의 사기를 생각해서라도 주장의 승리가 절실했다.

한데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갔다. 사실 지명도나 랭킹(강동윤 5위, 강승민 38위), 상대 전적(강동윤 3전 3승) 등 객관적 수치만 따진다면 헤비급과 플라이급의 대결이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었던 대국. 하지만 강승민이 지난 삼성화재배에서 중국의 강자인 탕웨이싱을 꺾고 16강에 진출한 것이 이전과는 다른 긴장감을 불러왔고, 판의 흐름 또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백을 쥔 강동윤의 페이스로 판이 흘러간다고 느낄 즈음 상상도 못한 강승민의 승부수가 판을 뒤흔들었다. 타개의 강동윤을 상대로 하변을 몽땅 내주고 잡으러가는 극단의 선택을 했으니 무모하다고 여겨질만 했다.


▲ 강동윤의 우중앙 백 대마가 몽땅 잡히기 직전의 상황. 화면 왼쪽 하단에 '대어 낚기 일보 직전'이라는 국가대표 실시간 판정단의 메시지가 보인다.


한데 그게 아니었다. 타개에 관한 한 귀신 소릴 듣는 강동윤이 온갖 수단으로 사지를 벗어나려 해도 다시 포위망이 쳐졌다. 집요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온몸을 사르는 집념 앞에 결국 강동윤이 두손을 들었다. 어마어마한 대마를 포기하고 좌변을 잡는 타협의 길을 택한 것. 하지만 이 순간 승부는 강승민쪽으로 넘어갔고 계가까지 마친 결과 강승민이 흑으로 3집반을 남기고 있었다. 이마의 흥건한 땀에 앞머리가 푹 절었을 정도로 대단한 역투보였다.


▲ 대어 강동윤을 낚으며 4연패의 부진을 씻어낸 강승민. 7라운드에서도 이세돌을 꺾는 등 초일류들에 특히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김만수 해설자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농을 하면서 삼성화재배를 계기로 급성장한 강승민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포스트시즌의 9부 능선인 8승 고지에 오른 SK엔크린은 2012년 창단 이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가을잔치의 기대를 한껏 부풀렸다. 박영훈,안성준의 원투펀치는 여전히 굳건했고, 민상연에 이어 강승민마저 부진에서 탈출하면서 팀 분위기도 이이상 좋을 수 없을 정도로 밝아졌다.

최철한-이세돌 한가위 빅매치

17일엔 3위(7승4패) 포스코켐텍과 최하위(9위.3승7패) 신안천일염이 13라운드 3경기를 펼친다. 대진은 윤찬희-이호범,최철한-이세돌,류수항-신민준,변상일-목진석,나현-조한승.

파죽의 6연승을 달리고 있는 포스코켐텍은 만일 5-0으로 이긴다면 정관장 황진단과 공동 선두에 올라설 수 있는 경기. 하지만 신안천일염으로서도 이 경기를 지면 탈락이 확정되기에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된다.

한가위 저녁을 보름달처럼 밝힐 최철한-이세돌의 빅매치가 예정돼 있고, 신진서와 기록 경쟁을 펼치고 있는 나현의 10연승 달성 여부도 큰 관심사다. 양 팀의 전반기 대결에선 신안천일염이 3-2로 이겼고, 윤찬희-이호범은 속기에서 장고로 형태가 바뀐 리턴매치다(전반기 윤찬희 승).

9개 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순위를 다투는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의 팀 상금은 1위 2억 원, 2위 1억 원, 3위 6,000만 원, 4위 3,000만 원. 상금과 별도로 정규시즌 매 대국 승자는 350만 원. 패자는 60만 원을 받는다.








▲지난해 뒷심 부족으로 주저 앉았던 SK엔크린. 올해는 민상연, 강승민이 후반 들어 살아나며 뒷심이 점점 강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켜보는 호랑이 감독의 얼굴에도 푸근한 미소가 번질 수밖에.



▲ 전반기에 3연승을 달리기도 했던 BGF리테일CU는 후반 들어 팀의 활력이 크게 떨어진 인상이다. 2지명 이지현만 6승3패로 제 몫을 해줄 뿐, 주장 강동윤(6승5패)과 3지명 이원영(5승6패), 4지명 류민형(3승7패) 등 주전 대부분이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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