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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가 보이지 않는 세상

등록일 2016.08.13

2016 KB국민은행바둑리그 9라운드 2경기
Kixx,화성시코리요 꺾고 연패 탈출...4승4패로 전반기 마감

어느덧 반환점을 돌고 있는 KB리그지만 1위 팀만 존재할 뿐 2위 팀이 보이지 않는다. 전반기 내내 정관장 황진단만이 질주하면서 벌어진 현상. 여기에 그 어느 때 보다도 평준화된 각 팀의 전력이 이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인데, 감독들은 어떤 입장일까.

"모르겠어요. 앞이 보이지 않아요."

이날 Kixx와의 경기가 시작되기 전 화성시코리요 이정우 감독에게 앞으로의 전망을 물었더니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흔든다. 지난 라운드까지 4승3패를 기록하고 있던 화성시코리요는 이날 Kixx와의 경기를 승리하면 5승3패로 2위에 올라설 수 있었다. 선두 정관장 황진단(7승1패)과 상당한 격차는 있지만 그래도 2위는 2위다.

하지만 대답에 힘이 없었다. 아니,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 눈치였다. Kixx의 김영환 감독에게는 부러 묻지 않았다. '연패를 당한 마당에 제가 할 말이 있나요'라는 심드렁한 표정이었는데다 비슷한 대답이 나올 게 뻔했으니까.

정관장 황진단을 제외하고 5할 승률 이상인 팀만 5개 팀. 일차적으로 이 팀들이 포스트시즌을 다툴 것으로 예상되지만 7위(3승5패)의 티브로드는 어떤가. 나아가 최하위(2승5패)의 신안천일염 조차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있을까. 이리 보고 저리 생각해봐도 오리무중인 KB리그다.


▲ 낮에 국제신예대회 선발전(결승서 김진휘를 이겼다)을 치르고 저녁에 KB리그 데뷔전에 임한 박경근(오른쪽. Kixx 퓨처스 3지명). 최선을 다했지만 홍성지의 벽이 높았다. 홍성지는 연승과 더불어 시즌 6승2패로 호조.


2위로 올라서느냐, 5할 승률을 만드느냐의 싸움에서 Kixx가 화성시코리요를 꺾었다. Kixx는 12일 저녁 바둑TV에서 벌어진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9라운드 2경기에서 3지명 허영호의 승리 타점에 힘 입어 화성시코리요를 3-2로 꺾었다.

지난 두 경기 연속 1-4 패배의 아픔을 씻고자 하는 Kixx 선수들의 의지가 돋보였다. 상대 2지명 홍성지에게 선제점을 내준 상황에서 주장 김지석이 동점타를 날렸고, 막내 최재영의 장고대국 승리 와 허영호의 결승점이 차례로 이어졌다(Kixx 3-1 화성시코리요). 화성시코리요는 마지막 끝난 5국에서 1지명 이영구가 선전했지만 팀 패배로 빛을 잃었다.


▲ 김지석은 벼랑끝 전술로 일관한 박정상을 상대로 안정감 있는 국면 운영을 펼쳐 보이며 낙승했다. 시즌 5승3패.


연패 탈출에 성공한 Kixx는 4승4패, 5할 승률에 복귀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화성시코리요 역시 패하긴 했지만 4승4패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데 만족하며 후반기를 내다볼 수 있게 됐다. 팀 순위는 개인 승수 차이에 의해 화성시코리요(21승)가 4위, Kixx(18승) 6위.

5할 승률의 중요성

프로 야구도 그렇지만 9개 팀이 포스트시즌을 다투는 KB리그에서 '5할 승률'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잔소리에 해당한다. 속말로 '반타작'이라고 하는 50퍼센트 승률은 KB리그 감독들의 머리에 늘 박혀있는 생존의 마지노선이다. 반반의 승률이란 자체가 중간은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이고, 최소 이 정도는 해야 1위~4위까지 주어지는 가을잔치(포스트시즌)의 티켓을 거머쥘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 입단 동기이자 87년생 동갑내기의 자존심 대결로 이목을 끌었던 5국. 삭발을 한 윤준상(오른쪽)이 비장한 각오로 나섰지만 이영구의 끈적한 버티기를 감당하지 못했다. 나중엔 '흑(윤준상)의 형세 오판이 빚은 대참사'라고 국가대표 판정단이 표현했을 정도로 보는 이와 대국 당사자간 형세 판단이 큰 괴리를 보이기도 했던 판.


또한 이번 시즌은 정관장 황진단이 일찌감치 독주체제를 굳히면서 5할 승률의 가치가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은 상위권 5개 팀의 승수 쌓기 경쟁이 벌어지면서 10승이라는 높은 커트라인이 포스트시즌의 안정권으로 제시됐다. 9승팀 중에선 개인 승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신안천일염이 말석의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정관장 황진단만이 홀로 질주하는 상황에서 나머지 8개 팀이 서로 물고 물리는 양상 , 자연 커트라인의 하락이 예상된다. 지금 봐선 9승이면 안정권, 8승 팀 중에서도 개인 승수가 많은 팀에겐 기회가 있지 않을까. 이래저래 중요한 5할 승률이다.


▲ 장고대국(1국)에서 Kixx의 막내 최재영(오른쪽)이 안조영의 대타로 두 번째 등판 기회를 얻은 고근태(화성시코리요 퓨처스 1지명)에게 귀중한 역전승을 거뒀다.


13일엔 4승3패(3위)의 SK엔크린과 2승5패(8위)의 한국물가정보가 9라운드 3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박영훈-백홍석,강승민-박승화,민상연-한태희,안성준-원성진,이태현-안국현(이상 앞이 SK엔크린).

지난 경기에서 정관장 황진단에게 패한 SK엔크린으로선 다시 한번 2위를 노려볼 기회. 하지만 최근 3연패를 당한 한국물가정보로서도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형편이어서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대진 또한 다섯 판 모두 박빙으로 짜여져 있어 예측 불가.

9개 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최종 순위를 다투는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의 팀 상금은 1위 2억원, 2위 1억원, 3위 6,000만원, 4위 3,000만원. 상금과는 별도로 매 대국 승자는 350만원, 패자는 60만원을 받는다.





▲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가까스로 5할 승률을 맞춘 Kixx. 4지명 김기용의 부진(6전 전패). 여기에 지난해 다승왕까지 올랐던 윤준상이 답보 상태(4승4패)에 머물고 있는 것이 탄력을 내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 이영구(6승2패)-홍성지(6승2패)-김정현(5승3패)으로 이어지는 속사(速射)라인이 막강한 화성시코리요. 하지만 이 세 명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큰 편이고, 장고대국을 책임져줄 마땅한 붙박이가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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