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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솔, 랭킹 3위 김지석도 잡았다

등록일 2016.07.24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7라운드 3경기
'진격의 정관장 황진단', 팀 최다 연승(6연승) 신기록

"정관장, 누가 막죠(?)"

"이대로 가면 우승입니다"

쉽지 않을 걸로 예상된 Kixx와의 경기를 가볍게 넘은 정관장 황진단을 두고 중계석의 김지명 진행자와 이현욱 해설자가 나눈 말이다.

어린 주장 신진서는 지는 것을 잊었고, 5지명 박진솔은 상대 에이스들만 골라서 잡는다. 여기에 최연장 이창호 9단까지 든든하게 뒤를 받치고 있으니 누가 이 팀을 당해낼 수 있으랴.

정관장 황진단이 '브레이크 없는 벤츠'처럼 2016 시즌을 질주하고 있다. 정관장 황진단은 23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7라운드 3경기에서 난적 Kixx를 4-1로 대파했다.


▲ 중반 한 때 김기용의 날카로운 역습에 용궁을 다녀오기도 한 신진서. 하지만 직후 상대의 큰 착각이 나오면서 7연승의 질주가 이어졌다. 현재 백령배와 LG배는 8강. 삼성화재배와 신야오배에는 본선 시드로 출전이 예정돼 있으며, 9월에는 KBS바둑왕전 3위 자격으로 TV 아시아 선수권전에 츨격하는 등 거의 모든 세계대회가 가시권에 놓여 있는 상태다.


신진서 김명훈 박진솔 이창호 순으로 거침 없이 승리가 이어졌다. 거의 동시에 끝난 전반 속기전(2국과 3국)에서 주장 신진서와 3지명 김명훈이 2승을 거둔 정관장 황진단은 이어진 후반 속기전에서 5지명 박진솔이 Kixx팀 주장 김지석을 꺾으며 일찌감치 3-0으로 승부를 끝냈다.

여기에 장고대국(1국)에서 이창호 9단이 허영호마저 잡으며 스코어는 4-0. 경기 전 최상으로 짜여진 오더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던 Kixx는 마지막 5국에서 윤준상이 영패를 막아준 것에 만족해야 했다.


▲ 개막식 때 '올해 목표는 13승~14승'이라고 말해 모두를 놀라게 했던 이창호 9단은 공약을 지킬 태세다. 장고 대국에서 전성기 때 못지 않은 정밀함을 보여주며 허영호를 일축.


5지명 박진솔이 또 한번 장외 홈런을 날렸다. 이번 시즌 들어 이동훈 최철한 원성진 등 상대 에이스들을 연달아 꺾은 박진솔이지만 김지석만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랭킹 3위와 31위라는 차이 때문만은 아니었다.

박진솔은 힘과 수읽기를 위주로 하는 역전(力戰)형인데 알다시피 이 방면의 대가는 김지석이다. 요즘은 많이 부드러워졌지만(그 때문에 성적이 안 나는지 모르겠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천하의 싸움꾼'소릴 들었던 그다. 비슷한 주무기를 가진 자들끼리의 대결에서 약자는 평소보다 더 죽는다. 그게 승부 세계의 철칙이다.

'죽은 자는 다시 죽지 않는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강철군도의 구호

김지석도 이런 심리가 바탕에 깔려서일까. 박진솔과 앉자 마자 작심한 듯 허리를 부러뜨리고자 나섰다. 해설자도, 국가대표도 답을 몰랐다. 어느 한쪽이 브레이크를 밟으면 그대로 지는 치킨 게임 같은 광경이 펼쳐졌다.

놀라운 것은 박진솔의 자세였다. 김지석의 시퍼런 칼이 목 근처에서 왔다갔다 하는데도 이미 죽은 자처럼 싸웠다. 이 서슬에 놀랐을까, 결정적인 대실착이 김지석에게서 튀어나왔다. 단패가 되어야 할 곳이 아무 수가 안 나서는 그냥 망한 형태. 이후 김지석의 탄식과 자책하는 한숨 소리가 간헐적으로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뚝 끊겼다. 151수 만에 승부 끝. 예상보다 훨씬 빠른 종국이었고, 점찍었던 승자마저 뒤바뀐 상태. 스튜디오 카메라맨들의 움직임이 갑자기 부산해졌다.


▲ 지난 4라운드에 이어 다시 카메라 앞에선 두 사람. 정관장 황진단의 빼놓을 수 없는 승리 주역이지만 장외에선 월간 MVP를 놓고 경쟁하는 사이이기도 하다.

(신진서)"(7연승에 대해)가장 늦게 연승이 끊겼으면 좋겠다" "MVP는 이번엔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옆의 박진솔 선수나 강승민 등 경쟁자가 많다" "(세계대회 중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가 있다면)삼성화재배다. 특히 이번 통합예선 참패를 보고 저부터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박진솔)"(바둑리그에서만 잘 나가는 이유는)아무래도 운이 좋아서다. 오늘 바둑도 거의 진 바둑인데 상대가 큰 실수를 해줬다" "신진서 선수가 잘 두고, 저도 운을 엄청받아서 팀이 잘 나가는 것 같다."


난적 Kixx를 상대로 대승을 거둔 정관장 황진단은 6연승을 질주하며 종전의 팀 최다연승 기록(5연승)을 갈아치웠다. 주장 신진서가 7연승, 5지명 박진솔이 6승1패로 개인 다승 최상층을 점령했고, 이창호 9단 역시 5승2패라는 좋은 페이스를 이어갔다. 초반 3연패를 당한 후 한동안 쉬었던 3지명 김명훈이 이날 승리하며 마음 고생을 덜어낸 것도 이후의 레이스를 생각할 때 쏠쏠한 수확.


▲ 이달 랭킹이 가장 많이 하락한 김명훈(31위. 10계단 하락)과 가장 많이 상승한 최재영(59위. 15계단 상승)의 대결에서 김명훈(왼쪽)이 승리.


24일엔 7위의 티브로드(2승4패)와 3위 화성시코리요(3승2패)가 7라운드 마지막 대결을 펼친다. 대진은 박정환-홍성지,김승재-안조영,이동훈-김정현,박민규-박정상,강유택-이영구(이상 앞이 티브로드). 박정환을 모처럼 장고대국에 배치한 티브로드가 상승세의 화성시코리요를 상대로 자존심 회복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되는 경기다.

9개 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최종 순위를 다투는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의 팀 상금은 1위 2억원, 2위 1억원, 3위 6,000만원, 4위 3,000만원. 상금과는 별도로 매 대국 승자는 350만원, 패자는 60만원을 받는다.


▲ 중계 데스크에서 '선두를 달리는 팀의 여유 있는 기용'이라고 했던 5국. 정관장 황진단의 퓨처스 선수 이형진(왼쪽)이 한승주의 대타로 나섰지만 윤준상의 벽이 두터웠다. 이날 Kixx가 거둔 유일한 승리.






▲ 경기 전 "일부러 박진솔을 상대 에이스들하고만 붙이는 거냐"고 묻자 "제가 점장이도 아닌데..."하면서 본인도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던 김영삼 감독(사진 맨 뒤 왼쪽). 6승1패로 독주 태세를 굳힌 정관장 황진단은 다음 라운드에서 2위 SK엔크린과 전반기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김 감독이 장고판에 신진서를 투입해 박영훈과 맞불을 놓을지가 큰 관심사.



▲ 김지석의 판이 알 수 없게 흘러가자 국가대표팀과 한몸이 되어 버린 Kixx팀. 신진서에게 4패의 김기용을, 박진솔에겐 김지석을 붙이는 등 귀신 뺨치는 오더로 대응했으나 정관장 황진단의 기세를 당해내지 못했다. 시즌 3승3패로 중간 순위 5위에 랭크.



▲ 이창호 9단은 한 대학생 팬이 케이크를 들고 찾아와 오는 29일의 생일을 미리 축하했다. 바둑을 전혀 모르다가 석 달전 이 9단의 자서전을 읽고 감명 받아 배우기 시작했다고.



▲ 오래 전에 방송이 끝나고 모든 스텝들이 다 떠난 뒤에도 스튜디오에 남아 복기를 계속하고 있는 두 사람. 등이 보이는 사람이 이창호 9단이고 앞이 허영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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