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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지면 등장하는 '고춧가루 폭탄'

등록일 2018.09.28

2018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3라운드 1경기
Kixx, 충격의 4연패...자력 진출 기회 사라져


꺼진 불을 조심하라. 해마다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하는 이맘때면 KB리그에 울려퍼지는 경구(警句)다. 아니나 다를까, 팀당 두 경기만을 남겨놓은 상태에서 13라운드의 문을 연 리그에서 어김없이 고춧가루 폭탄이 터졌다. 탈락이 확정된 화성시코리요가 갈길 바쁜 Kixx에 뼈아픈 패배를 안겼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 속행된 27일의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3라운드 2경기에서 최하위 화성시코리요가 Kixx를 3-2로 꺾었다. 7승 고지를 눈앞에 두고 번번이 분루를 삼켰던 Kixx는 4연패의 충격 속에 6승7패, 5할 승률 밑으로 내려가면서 포스트시즌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 탈락의 한풀이일까, 꼴찌의 멍에 만큼은 쓰지 말자는 발로일까. 화성시코리요가 전반기 2-3 패배를 고스란히 돌려주며 Kixx를 4연패의 궁지로 몰아넣었다.


한 쪽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겨야 하는 승부였고, 다른 한 쪽은 이기면 좋은 승부였다. 결국 어깨에 짐을 얹고 있던 쪽이 시종 짓누르는 무게를 끝까지 지탱하지 못했다.

4위까지 차지하는 포스트시즌 티켓 중 아직 주인이 결정되지 않은 세 장의 티켓을 놓고 2위~6위까지 다섯 팀이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4위 Kixx로선 승점이 꼭 필요했던 경기. 승리 시 7승째(6패)를 확보하며 마지막 경기에서 8승의 자력 진출을 기대할 수 있었다.

백홍석,윤준상의 연이은 역전패가 이날 경기의 흐름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2국 속기판 주자로 선봉을 맡은 백홍석은 꽤나 우세했던 국면을 지키지 못했다. 좌상귀 작은 곳에 집착하다가 후수가 되면서 주도권을 넘겨줬다. 이후에도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한동안 화면에 잡혔다.

▲ 배테랑 돌주먹과 신세대 파이터의 리턴매치에서 송지훈 4단(왼쪽)이 백홍석 9단에게 역전승하며 전반기 패배를 설욕했다. 송지훈은 4지명으로 7승4패, 2년 연속 3지명으로 뛰고 있는 백홍석은 5승7패.


Kixx가 4지명 강승민의 동점타와 주장 김지석의 장고대국 승리로 2-1로 앞선 가운데 승부판으로 지목된 4국의 결과가 승부에 직결됐다. 윤준상과 원성진, 양 팀의 2지명이 맞대결을 펼친 승부에서 또 한번의 역전패가 Kixx 진영을 눈물짓게 만들었다. 우변에서 승기를 잡아가는 도중에 언제든 좌상귀 패 폭탄을 피할 수 있는 길이 있었지만 끝내 방치하다가 뼈아픈 역습을 허용했다.

▲ 11라운드에서 KB리그 통산 100승을 달성한 것을 기점으로 완연히 살아나고 있는 원성진 9단(왼쪽). 3승6패의 부진함을 보이다가 최근 4연승을 달리며 7승6패가 됐다. 반면 윤준상 9단은 3연패와 더불어 7승5패.


화성시코리요는 오히려 믿는 주장 박정환 9단의 판이 근심이었다. 상대가 랭킹 41위의 퓨처스 김세동 6단이었기에 한동안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러다가 원성진 9단의 승리가 확실해질 즈음 돌아보니 아뿔싸, 이 판이 뜻밖에도 불리했다.

"아무래도 많이 피곤한가 봐요"

국면이 종반을 향해갈 무렵 화성시코리요 박지훈 감독이 패배를 각오한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미세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반집은 질 것 같았던 승부. 이 난국을 박정환 9단이 끝내 뒤집었다.

좌하귀 일선을 젖힌 다음 끊는 승부패로 김세동 6단을 압박한 끝에 기어이 후퇴를 받아냈다. 그 다음은 일사천리였다. 밤 11시 7분, 차이가 크게 벌어진 것을 실감한 김세동 6단이 항서를 쓰면서 치열했던 공방전이 막을 내렸다.

▲ "박정환 선수가 이럴 때도 있네요". 미세한 국면에서 박정환 9단(오른쪽)이 사석 갯수를 손가락으로 확인하는 모습이 화면에 잡히자 중계석의 송태곤 해설위원이 실소를 터뜨리기도 했던 최종국.
중반 무렵 인공지능이 50:50을 가리키는 장면에서는 "대국자 이름을 몰라서 저러는 것 아닌가요"라는 최유진 캐스터의 재치 있는 농담도 터졌다. 두 기사의 3년 만의 재회에서 박정환 9단이 간담 서늘한 승리를 거두며 6전 6승의 상대전적을 이어갔다.


화성시코리요는 탈 꼴찌의 희망을 남겼다. 반면 Kixx는 한 경기를 남겨놓고 막다른 길로 내몰렸다. 자력 진출의 기회를 상실한 채, 마지막 경기를 무조건 이긴 다음 경쟁팀의 동태를 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8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4위까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정규시즌은 28일 1위 포스코켐텍과 6위 SK엔크린의 13라운드 2경기로 이어진다. 10승(2패)의 이영구 9단이 다승왕을 놓고 변상일 9단과 벌이는 4국이 최대 승부처이면서 볼거리. SK엔크린이 이기면 포스트시즌이, 포스코켐텍이 이기면 챔피언결정전이 가까워진다.





▲ 같은 동문이지만 나이도 네 살 어리고 입단도 1년이 빠른 강승민 6단(왼쪽)이 7승1패의 압도적인 우위를 보여왔던 두 기사의 대결. 전반기의 리턴매치에서 강승민 6단이 반집차로 재차 류수항 5단을 따돌리며 격차를 더욱 벌렸다.


▲ 팀의 3지명 최재영 4단을 대신해 위태웅 3단(오른쪽.71위)이 세 번째 등판 기회를 얻었지만 김지석 9단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장고판으로선 이례적으로 빠른 2시간 20분 만에 불계패.


▲ 리그가 막바지로 치달으면 매 경기 관련 팀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응원의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 위나 아래나 모든 팀들이 Kixx가 지기를 바라는 상황에서 기대한 대로(?) 승리한 화성시코리요.


▲ 6라운드~9라운드를 4연승 하다가 돌연 4연패의 수렁에 빠진 Kixx. 마지막 라운드에서 SK엔크린과 생사를 가르는 일전을 치른다.


▲ 10승2패를 기록하며 다승왕의 꿈을 놓지 않고 있는 박정환 9단. 중국을 안방 드나들듯 오가야 하는 초일류의 고단함이 왕왕 느껴진다.
"갈수록 완벽해지는 것 같다. 가끔 물어볼 때마다 인공지능과 거의 흡사한 싱크로율을 보여 놀라곤 한다"는 송태곤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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