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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사제대결, '반집'이 명암 갈랐다

등록일 2018.08.24

2018 KB국민은행 바둑리그 9라운드 1경기
신안천일염, 한국물가정보에 4-1 승


"파란만장한 한 판이었네요."(최유진 진행자)
"너무 재밌어서 다른 판은 쳐다도 못 봤어요."(송태곤 해설자)

폭픙 전야의 긴장감을 잠시 잊게해준 스릴 만점의 일국이었다. 1시간 52분 동안 펼쳐진 사제의 치열한 공방전은 지켜보는 모든 이의 시선을 빼앗기에 충분했다. "싸우면서 정리해가는 느낌"이란 소리가 중계석에서 나올 정도로 격렬했던 전투의 연속이 '반집'으로 귀결된 것도 아이러니했다.

▲ '우리가 하필 이 순간에...'. 초반 포석을 구상하는 이세돌의 자세에서 전에 없는 착잡함이 느껴졌다.


경기 전 이세돌은 4연패 포함 1승7패. 신민준은 초반 3연승 후 내리 5연패.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으면서도 서로를 쓰러뜨려야만 하는 얄궂은 대결에서 제자가 승리했다. 신민준 9단은 23일 밤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8 KB국민은행 바둑리그 9라운드 1경기에서 이세돌 9단에게 284수 만에 흑 반집승을 거뒀다.

서로를 너무나 잘 아는 두 사람인 만큼 곧 부러질 듯한 살벌함 속에서도 타협점을 찾아냈다. 일찌감치 불이 붙은 상변 일대의 공방에선 이세돌의 우세. 하지만 이어진 좌변과 우하쪽 접전에선 신민준이 득점하며 형세의 균형을 맞췄다.

▲ 검토실로 돌아와 한종진 감독, 김지석 9단(뒤)과 자신의 바둑을 복기하는 신민준 9단. 이 때만 해도 한국물가정보의 분위기는 훈훈했다.


종반의 이세돌은 좋지 못했다. 그답지 않은 커다란 방향착오가 나왔다. 마지막엔 신민준의 실수를 틈타 역전의 기회를 맞는가 싶었지만 끝내 반집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신민준은 지긋지긋한 5연패의 터널에서 벗어났다. 반면 이세돌은 처음 경험하는 리그 5연패와 더불어 1승8패. 그 전 2013년에 딱 한 차레 4연패가 있었는데 당시에는 8승4패로 시즌을 마쳤었다.

-신민준, 반집으로 5연패 탈출
-이세돌, 리그 시작한 이후 첫 5연패


팀 승부에선 이세돌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주전 전원이 승리한 신안천일염이 한국물가정보에 4-1 대승을 거뒀다. 한국물가정보는 2지명 강동윤이 상대 이지현에게 선취점을 내준 후 주장 신민준이 1-1 동점을 만들었으나 후반 세 판을 모두 내주면서 무너졌다. 3지명 허영호와 5지명 박건호가 공히 2승6패로 부진하다.

▲ 3승6패가 되면서 올 시즌 처음 최하위를 탈출한 신안천일염(다음 날 나란히 2승6패를 기록 중인 화성시코리요와 SK엔크린이 대결하므로 어느 쪽이든 둘 중 하나는 2승7패팀이 나오게 돼 있다).


신안천일염은 5지명 한상훈이 6승3패로 팀내 최다승을 달렸고, 안국현의 결승점이 연달아 터졌다. 또 한태희는 밤 10시 40분에 끝난 마지막 판을 집념의 역전승으로 장식하며 팀의 부활에 기름을 부었다.

8개팀이 더블 리그를 벌여 4위까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정규시즌은 24일 최하위권의 두 팀 SK엔크린과 화성시코리요의 9라운드 2경기로 이어진다. 여기서 지는 팀은 2승7패가 되면서 사실상 올 시즌을 접어야 하므로 때이르게 맞이한 '단두대 매치'라 할 수 있다. 대진은 SK엔크린이 유리해 보이는 가운데 홍성지-류수항은 전반기의 리턴매치(전반기 홍성지 승).





▲ 강동윤 9단에게 강한 면모를 보이는 이지현 9단(오른쪽)이 전반기의 패배를 설욕하며 6승2패로 상대전적의 격차를 벌렸다.


▲ 장고대국에 어울리는 두 기사. 방패와 방패의 대결에서 한상훈 8단(왼쪽)이 지난 경기를 쉬었다가 등판한 허영호 9단을 꺾고 상대전적 3승3패의 균형을 이뤘다.


▲ 데뷔 첫해에 김지석, 나현, 홍성지 같은 강자들을 연달아 만나면서 고전하고 있는 박건호 3단(오른쪽). 이날 농심배 대표 안국현을 만난 것이 또 한번의 패배로 이어졌다. 시즌 2승6패의 전적.


▲ '라이징 스타' 박하민 3단과의 첫 대결에서 불굴의 집념을 보인 한태희 6단(오른쪽). 한 때 AI의 승부예측이 80:20까지 기울었던 바둑을 끝내 반집승으로 되살려냈다.


▲ 두 경기 연속 1-4 대패를 당하며 4승5패(5위)가 된 한국물가정보. 중위권의 혼돈을 벗어나기 위해선 전열 재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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