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2연승 동반 휘파람
‘2011 베이징 스포츠어코드 세계마인드게임즈’(이하 스포츠어코드) 바둑 종목에 출전 중인 한국 대표팀이 미국을 완봉으로 셧아웃시키며 연승행진을 이어갔다.
대표팀은 10일 중국 베이징 국제회의센터에서 치러진 스포츠어코드 2일째 경기에서 이세돌 9단이 장밍주 7단, 최철한 9단이 리제 7단, 박정환 9단이 류즈위안 7단, 이영구 9단이 황커 7단, 김혜민 6단이 펑윈 9단을 꺾으며 5-0의 대승을 거뒀다.
이날 선수들은 전날 ‘상대적 약체’로 생각한 대만에 3-2의 진땀승을 거둔 때문인지, 메달권 밖의 상대인 미국을 상대하면서도 조금은 긴장한 듯했다. 주변에서 “미국전은 지도다면기 아니야?”라고 농담을 걸어도 웃음 대신 눈빛을 번득였다.
그러나 역시 미국은 한국의 상대가 아니었다. 전날 불의의 일격을 맞은 이세돌 9단을 비롯해 모든 선수들이 어린 아이 팔목 비틀듯이 손쉽게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대표팀은 2연승을 내달리며 금메달을 향한 전진을 계속했다.
대표팀은 11일 이번 대회 최고의 혈전이자 사실상의 결승이 될 중국전을 치른다.
한편 한국과 함께 금메달을 다툴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도 대만을 5-0로 꺾고 2연승으로 순항을 이어갔다. 하지만 서너 판에서는 종반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등 대만의 실력의 녹록지 않음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특히 대만의 1인자 천스위엔 9단은 전날 한국의 1인자 이세돌 9단을 꺾은 데 이어 이날 중국의 실질적 1인자 쿵제 9단을 그로기 상태까지 몰고가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 밖에 일본도 유럽연합을 5-0으로 꺾고 2연승의 휘파람을 불었다.
<대회 이모저모>
스포츠어코드는 ‘아점’이 대세
○…스포츠어코드는 ‘아점’이 정석이다.
이번 대회는 모든 대국이 낮 12시30분에 시작된다. 이 때문에 아침을 먹기도, 점심을 먹기도 애매한 상황. 아침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점심을 건너뛴 뒤 제한시간 2시간의 승부를 치르다 보면 승부의 막바지에 허기를 느끼기 쉽상이다. 그렇다고 아침을 먹은 지 두어 시간 만에 점심을 먹을 수는 없는 일. 그래서 선수들이 선택한 것이 ‘아점’이다. 오전 11시께 아침과 점심을 겸해 식사를 하는 것.
못 두는 듯하면서 잘 두는 헤이자자
○…김혜민 6단이 대만의 헤이자자 5단 때문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9일 대국에서 자신에게 패배의 아픔을 안긴 헤이자자 5단에 대해 김6단은 “어떤 때 보면 바둑을 참 못 둔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어느 순간에 가면 아주 좋은 감각을 보여 준다”고 전했다. 10일 치러진 리허 3단과의 대국을 지켜보면서 “조금 전만 해도 헤이자자 5단이 상당히 유리했는데, 지금은 패색이 짙다”며 종반에 접어든 두 사람의 승부를 예측하기도 했다.
베이징의 잠 못 이루는 밤
○…베이징에 온 대표팀 선수들이 올빼미가 됐다.
지난 8일 베이징에 도착한 대표팀 선수들은 그날 밤부터 쉬 잠을 이루지 않고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대부분의 선수가 연이틀 밤 3시가 넘어서야 눈을 붙였다. 그 이유는 공부. 이세돌 9단을 중심으로 이 바둑 저 바둑을 복기하면서 밤을 밝히는 것.
이에 대해 선수단 단장인 최규병 9단은 “이세돌 9단이 있는 곳에서는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진다”며 “나쁜 일은 아니지만 중국전을 앞둔 토요일에는 조금 일찍 자도록 선수들에게 말해야겠다”고 전했다.
▶ 유럽연합팀을 상대로 2라운드에 나선 일본팀 역시 전승을 거두었다
▶ 대만을 상대로 힘겹게 전승을 거둔 중국팀의 대국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