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포츠어코드 단체전 은메달
한국이 힘겹게 은메달을 움켜쥐었다.
중국 베이징 국제회의센터에서 벌어지고 있는 2011 베이징 스포츠어코드 세계마인드게임즈(이하 스포츠어코드) 바둑 종목에 출전 중인 한국대표팀은 단체전 마지막 경기인 14일 일본전에서 일본을 4-1로 따돌리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상금 4만 달러(약 5000만원)도 챙겼다
결과만 놓고 보면 완승이지만, 내용은 ‘진땀승’이었다.
이날 대결이 벌어지기 전만 해도 한국은 쉽게 은메달을 손에 넣을 것으로 예상됐다. 비록 금메달을 중국에 내줬지만 국내 랭킹 1~3위(이세돌·박정환·최철한)의 진격을 막기엔 일본의 방어선이 허약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의 저항은 의외로 강력했다. 동시에 시작된 5판의 대결에서 중반전투까지 한국이 우세를 보인 승부가 하나도 없었다. 대등하거나 한두 판은 되레 밀리는 양상을 보였다. 검토실에서 ‘이러다가 한국이 3위로 밀려나는 망신을 당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그즈음 국내 랭킹 2위인 박정환 9단이 한 수 아래로 평가된 사카이 히데유키 8단에게 패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는 듯했다. 최철한 9단이 야마시로 히로시 9단을 상대로 불리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데다 김혜민 6단도 무카이 지아키 4단을 맞아 패색이 짙은 대결을 펼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사’ 최철한 9단이 불리하던 바둑을 치열하게 쫓아가 역전승을 거두면서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번 대회에 심판으로 참가한 목진석 9단이 “최9단이 이겼다기보다는 상대가 져 준 승부다”라고 말할 정도로 행운의 승리였다.
최9단의 승전보에 이어 이영구 9단이 오가타 마사키 9단을 꺾으면서 대표팀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가 걷히기 시작했다. 이9단은 이번 대회 들어 한국 대표 가운데 유일하게 전승을 거두며 ‘믿을맨’의 이미지를 굳혔다.
이영구 9단에 이어 이세돌 9단이 은메달 확정을 알리는 승전고를 울렸다. 중국과의 대국에서 ‘대륙의 1인자’ 쿵제 9단을 그로기 상태까지 몰고 갔던 일본의 주장 야마시타 게이고 9단은 이세돌 9단도 벼랑 끝까지 몰아붙였다. 그러나 이세돌 9단의 눈부신 끝내기에 밀리면서 한국이 은메달을 따는 데 희생양이 됐다.
뒤이어 전해온 김혜민 6단의 승전보는 한국 은메달을 더욱 빛나게 했다. 중반까지만 해도 절대 열세의 형세에 놓였던 김6단은 전판에 걸쳐 패싸움을 벌이면서 추격에 나서 대역전극을 이끌어 냈다. 다른 경기들이 죄다 끝난 뒤에도 2시간여 동안 펼친 혈전의 결과였다.
이 날로 모든 일정을 마친 단체전은 중국과 한국, 일본이 금·은·동을 나눠 가진 가운데 대만·미국·유럽연합이 4·5·6위를 차지했다.
한편 이날 승리로 한국은 15·16일 양일간 벌어지는 페어 종목에서 4강에 직행했다. 이번 대회 페어 경기는 단체전 1·2위 국가가 부전승으로 4강에 진출해 1위는 단체전 4-5위 승자와, 2위는 3-6위 승자와 결승 티켓을 놓고 일전을 치른다. 따라서 한국은 15일 오전에 대결하는 일본 대 유럽연합의 승자를 상대로 오후에 4강전을 벌인다. 한국에서는 최철한 9단과 김혜민 6단이 짝을 이뤄 페어 종목에 출전한다.
단체전 경기를 모두 마친 한국 대표팀의 최규병 단장은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놓쳐 아쉽다”며 “하지만 페어에서는 꼭 금메달을 따 바둑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전했다.
▶ 동메달을 획득한 일본팀
▶ 마지막으로 중국팀에게 금메달이 수여되었다
▶ 삼국 국기가 올라가고...
▶ 시상식을 마치고 기자들을 위해 포즈를 포토타임이 이어졌다
▶ 금메달은 놓쳤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그대들이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