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 물리학자가 분석한 세계 바둑 랭킹
세계 바둑 랭킹과 분석(2010년 10월)
배태일
들어가는 말
여러 나라의 바둑 기사들의 랭킹을 국제 대회와 국내 대회의 전적을 분석하여 종합적으로 매길 필요가 있다. 세계 바둑 랭킹을 매기는 목적은 다음과 같다.
- 바둑 팬들의 호기심을 채워준다.
- 국제 대회에서 강자끼리 일찌기 만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시딩을 하는데 필요한 자료를 공급한다.
- 공식 세계 랭킹 제도가 채택되도록 하는데 도움을 준다. 통계적 방법으로 세계 랭킹을 합리적으로 매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세계 랭킹 제도를 공식적으로 채택하게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 한국기원이 경쟁 상대인 외국 기사들의 실력을 제대로 평가함으로써 경쟁 전략을 세우는데 도움이 되도록 한다. 손자 병법에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말이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경쟁자들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신예 강자들을 미리 파악하여 대비하는 것이 좋다.
- 한국기원 공식 랭킹 계산에서 외국 기사들의 정확한 점수가 필요한데, 이 자료를 제공한다.
필자는 전 세계 바둑 기사들의 각종 대국 전적을 분석해서 그들의 종합 성적을 점수로 계산하는 세계 랭킹 제도를 개발하였고, 2010년 3월 말일까지의 전적을 분석하여 2010년 4월 랭킹 점수를 지난 7월에 발표하였다.
그 때 발표한 랭킹에 박정환이 전체 3위가 되어서 너무 높게 나온 감이 있었는데, 이것은 실력이 빨리 늘고 있는 신예 기사들의 점수 상승률이 너무 높게 책정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인식하고도 그것을 발표한 것은7월의 한국기원 점수 계산에 새로운 세계 랭킹 점수를 사용하여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 문제를 시정하여서 2009년 1월부터 금년 9월까지의 점수를 다시 계산하였다. 한국 기사들의 초기 점수로는 한국기원의 2009년 1월의 공식 랭킹 점수를 선택했다. 한국기원에서 통계적 점수 제도를 이 때부터 시작하였으므로 같은 초기 점수에서 시작하는 것이 두 제도에 의한 점수를 비교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 글에서 다루는 주제는 자료와 계산방법, 최상 15위 기사들, 2010년 10월의 점수(상위 60명), 상위 기사들의 점수 변화, 한국기원의 공식 랭킹과 세계 랭킹의 비교, 중국 랭킹과 비교, 국가 경쟁력 비교, 일본 기사들 랭킹, 그리고 결론이다. 이런 주제에 관한 분석 결과를 그래프와 표를 보이면서 구체적으로 논의한다.
자료와 계산 방법
세계 랭킹을 계산하기 위해서 2004년 1월 이후의 자료를 사용했는데, 한국기원의 대국 자료는 완전하고, 일본기원과 관서기원의 대국 자료는 2009년 10월 24일 이후의 자료는 완전하다. 이 시점 이전의 일본 기사들의 자료와 중국기원과 대만기원의 자료는 중요 대국 기록(높은 단계의 예선이상의 대국과 중국 갑조리그 대국, 등)은 포함되어 있지만 낮은 예선전의 대국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상위의 외국 기사들의 대국은 거의 포함되어 있지만, 중위권 이하의 외국 기사들의 대국수는 많지 않다. 자료를 정리하는데에 사이버오로의 “유수,” “sow4063,” “자룡일검”이란 대명을 가진 바둑 팬들과 한국기원 홍보부에서 도움을 주었다.
대국 기록의 수가 나라마다 다르고 또 바둑이 빨리 늘고 있는 신예 기사 수도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일로 레이팅 제도는 세계 랭킹 계산에 적합하지 않다. 일로 제도의 점수 수정 공식에서 점수 변동의 폭을 결정하는 k값을 일률적으로 같은 값을 채택하면 대국 기록의 빈도에 차이가 커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또 한국기원 공식 랭킹 제도에서 디플레이션 방지를 위한 알파 값을 도입했는데, 실력이 빨리 늘고 있는 신예 기사들의 비율이 나라마다 다르므로 이 알파 값이 나라마다 달라야 하는데 이것을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필자의 랭킹 계산에 최대 개연성 방법을 사용했는데, 이 계산 방법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 앞서 쓴 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참조: 사이버오로의 2010년 6월 29일자 “세계 1위는 콩지에, 이세돌은 2위”라는 제목의 기사에 연계된 필자의 글)
최상위 15위 기사들
위에 말한 문제를 시정하여 다시 계산한 점수와 순위를 표1에 적었다. 이에 의하면 박정환이 1월에 13위였는데, 4월과 7월에 6위로 상승했다가 10월 에는 8위로 내려갔다. 콩지에, 이세돌, 구리, 이창호와 최철한이 1위부터 5위 이내에 대부분 있었고, 이창호가 7월과 10월에 7위로 내려갔다. 한편, 10월에 들어서 퉈지아시가 5위로 진입했다.
표
1. 최상위 15위 기사들 (2010년)
퉈 지아시가 4월에 15위였다가 7월에 5위로 부상했는데 그가4, 5, 6월에 10승 1패의 매우 좋은 전적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그는 7, 8, 9월에도 14승 4패의 좋은 전적을 내서 10월에 5위를 유지하고 있다.
2010
표2에 최상위 60명의 명단이 있다. 게임수는 2004년 1월 이래로 가진 대국 기록의 수를 말하고 기사들이 둔 모든 대국의 수를 표시하는 것이 아니고 필자가 수집한 대국 기록의 수이다. 외국 기사들의 경우에도 상위 기사들은 대국수가 충분히 많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신뢰할만한 점수를 계산할 수 있다.
이세돌이 4-9월에 승률이 좋아서 콩지에를 제치고 1위로 부상하였다. 표1과 2에서 최철한의 점수가 한국기원 공식랭킹 점수와 비교해서 약간 높은 편인데, 이것은 최철한이 중국 갑조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한국 기사들의 점수도 한국기원의 랭킹 점수와 약간씩 다른데 이것은 최철한의 경우에서 보듯이 자료가 약간 다르고 가중치가 다르고 계산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차 한계 내에서 비슷한 결과이다. 한국기원의 공식 랭킹 점수와의 비교는 다음에 좀 더 자세히 논할 예정이다.
상위 기사들의 점수 변화
그림1에 이세돌, 이창호, 최철한, 박정환, 콩지에, 구리, 창하오, 천야오예의 2009년 1월부터 2010년 10월까지의 점수를 그래프로 표시하였다. 이세돌, 최철한, 콩지에, 구리의 현재의 최강자들과 이창호와 창하오의 과거의 강자들과 그리고 박정환과 천야오예의 신예 강자들을 택했다. 2009년에 구리와 이세돌이 엎치락 뒤치락 1위 경쟁을 하였는데, 연말에 접어들면서 콩지에의 점수가 급히 상승하여 1위로 부상하였다. 다른 한 편, 이세돌이 작년 하반기에 부진하였는데 복직 후에 금년 3월부터 아주 좋은 성적으로 점수가 많이 올라가서 콩지에와 1위를 다투게 되었다. 이세돌이 5월부터 9월에 36승 7패(승률 83.7%)를 거둔 반면에 콩지에는 같은 기간에 17승 11패(승률 60.7%) 밖에 거두지 못해서 이세돌이 약간의 차이로 6월 이후에 1위를 지켜왔다. 앞으로 한국과 중국의 1위인 이들의 세계 1위 경쟁이 볼만할 것이다
창하오는 작년에 춘란배에서 우승하면서 7월에 점수가 많이 올라갔었는데, 그 후 두 달 동안에 국내 전적이 좋지 않아서 점수가 많이 내려갔다. 박정환이 작년 11월부터 갑자기 점수가 늘었는데, 작년 12월에 김지석을 물리치고 천원전 타이틀을 땄고, 금년 1월에 이창호를 물리치고 십단 타이틀을 땄다. 그는 한 때 5위까지 올라갔었고, 이제 세계 랭킹 5위에서 10위에 드는 세계적 기사로 자리매김했다. 천야오예의 점수가 박정환보다 3개월 앞서서 올라갔는데, 금년들어서 이들의 점수는 비슷한 수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이창호의 점수는 작년 전반기에 비해서 약간 내려온 편인데, 다른 기사들이 그를 추월해서 점수가 늘었기 때문에 순위는 3, 4위에서 좀 내려왔다. 최철한의 점수는 약간씩 느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림 1. 최상위 기사들의 점수 변화.
한국기원 공식 랭킹과 세계 랭킹의 비교
한국기원의 랭킹과 상호 부합한 결과를 얻기 위해 2009년 1월의 한국기원 랭킹 점수를 한국 기사들의 초기 점수로 채택해서 점수를 계산했다. 그로부터 21개월 후인 2010년 10월의 한국 기사들의 한국기원 공식 랭킹 점수와 세계 랭킹 점수를 비교하는 그래프를 그림2에 보인다. 각 점의 가로 좌표의 값이 한국기원 공식 랭킹 점수를 나타내고 세로 좌표이 값은 세계 랭킹 점수를 나타낸다. 전체적으로7000점에서 최고 점수까지 두 점수 간의 상관 관계가 매우 좋은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서 2004년 1월 이후의 대국수가 50 미만인 기사들의 점수는 포함하지 않았다.) 공식 랭킹 점수와 세계 랭킹 점수 둘이 다 8200점을 넘는 기사들의 두 점수 차이를 자승해서 그 값의 평균을 낸 다음 그것의 평방근을 구하면41점이 나오는데, 이것이 통계적 오차 35점과 비슷하므로 통계적으로 두 제도에 의한 점수 간의 상관 관계가 높다고 본다.
그림2. 한국기원 공식 랭킹 점수와 세계 랭킹 점수의 상관 관계
그림2에서 한국기원 공식 점수와 세계 랭킹 점수가 많이 다른 경우를 숫자를 붙여서 표시하였는데, 2, 3, 4, 5의 숫자는 여성 기사들 3 명과 시니어 기사 1 명의 점수를 나타내는데, 이들의 점수가 많이 차이가 나는 것은 제한 기전의 결과가 세계 랭킹 점수 계산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한국기원 공식 랭킹 계산에서도 2010년 1월부터 제한 기전의 전적도 점수 계산에 포함하기로 하였으므로 이 때문에 생기는 차이는 차차 줄어들 것이다. 여기서 1로 표시한 점은 류동완의 점수를 나타내는데, 류동완의 세계 랭킹 점수가 공식 랭킹 점수보다 160점 가까이 낮은 것을 볼 수 있다. 류동완이 2008년 말까지에 38전 25승 13패의 좋은 성적을 내서 2009년 1월에 통계적 점수 제도를 공식 랭킹 제도로 채택할 때에 높은 점수를 얻었는데, 그 후 성적이 아주 저조해졌는데도, 그의 점수는 너무 천천히 내려갔다. 그 이유는 점수 변화률을 결정하는 k값을 대국수가 많은 상위 기사들 기준으로 14로 매겼는데, 그의 대국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랭킹 위원회에서 정규 점수를 얻기 위한 최소 대국수를 2010년 1월 이후부터 50국으로 인상하기로 결정했었다. 그러나 류동완의 공식 랭킹 점수가 제 자리를 찾아가는데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세계 랭킹 계산 방법에서는 점수가 불안정한 기사들의 점수 변화는 크고, 점수가 안정된 기사들의 점수 변화는 작으므로 류동완처럼 성적이 지속적으로 나쁜 경우에 점수가 빨리 떨어지게 된다.
최상위 기사들의 점수를 살펴보면, 1위인 이세돌의 세계 랭킹 점수가 공식 랭킹 점수보다 높은데, 이세돌이 휴직 동안에 가진 기권패를 세계 랭킹 계산에서는 제외하였기 때문이다. 세계 랭킹에서는 이세돌이 구리와 콩지에, 등의 중국 기사들과 경쟁하는데, 이세돌이 두지 않은 대국을 기권패로 처리하는 것이 부당할 뿐 아니라, 통계적 점수 계산의 원칙이 대국의 결과에 의해서 점수를 매기는 것이므로 모든 기권패와 부전승을 제외하였다. 최철한의 세계 랭킹 점수가 그의 한국기원 점수보다 약간 높게 나왔는데, 이것은 최철한이 중국 갑조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갑조리그의 대국은 중국의 공식 대국이므로 세계 랭킹 계산에 당연히 포함되어야 한다. 그 이외에 많은 대국을 포괄적으로 포함한다는 원칙에 따라 아시안 게임 대표 선발전처럼 한국기원에서 공식 대국으로 인정하지 않는 대국 결과도 인터넷에 기보가 올라와 있는 대국은 다 포함했다.
이처럼 세계 랭킹 계산에 사용하는 대국 자료가 약간 다르고 또 세계 랭킹에서는 국내 대국에 가중치를 두지 않기 때문에 각 기사들의 세계 랭킹 점수가 한국기원 공식 점수와 약간 다를 것은 당연하다. 이런 것을 감안하면 전체적으로 보아서 한국기원 공식 점수와 세계 랭킹 점수 사이의 상관 관계가 매우 높은 편이다.
중국 랭킹과 비교
중국기원의 랭킹 제도가 어떤 것인지 구체적 설명이 없고, 매 4개월마다 점수만 발표하므로 중국 랭킹 제도는 베일에 쌓여 있어서 의문이 많이 간다. 세계 랭킹 점수와 비교해 봄으로써 중국 랭킹 제도가 어떤 것인지 알아보기로 하자. 최근의 중국 랭킹이 4월 말까지의 자료를 사용하여 계산되었으므로 같은 때까지의 대국 자료를 분석한 5월의 세계 랭킹 점수와 비교한다. 두 제도의 점수를 비교하면 먼저 눈에 뜨이는 것이 쑨 텅위의 점수이다. 그의 세계 랭킹 점수가 9378점으로 중국 기사들만의 순위를 매기면 19위이다. 그런데 그의 4월 말의 중국 랭킹은 33위에 불과하고 29위인 우광야보다 낮다.
쑨 텅위의 세계 랭킹 점수가 잘못된 것인가? 그렇지 않다. 다음 표에서 쑨텅위와 우광야를 비교해 보자. 쑨텅위는 2004년 1월부터 2010년 6월 말까지에 45승 27패의 전적을 올려서 62.5%의 승률을 올렸는데 비해서, 우광야는 26승 21패로 55.3%의 승률을 올렸다. 쑨텅위가 승률도 훨씬 높을 뿐 아니라 기록된 대국 수도 훨씬 많다. 최근 1년 간의 전적을 살펴보아도 쑨텅위가 우광야보다 낫다. 쑨텅위(1992년 출생, 2005년 입단)는 2008년에 개인전 남자부에서 우승했고, 2009년에 아함 동산배에서 우승했고(대 박문요 1:0), 같은 해에 중일 아함동산배에서 하네 나오키를 물리쳤고, 2009년 11월에는 중국 지적운동 개인 속기전에서 준우승을 했으며, 갑조리그에서 주장으로 출전하기도 한다. 이에 비해 우광야(1990년 출생, 2005년 입단)는 쑨텅위보다 늦은 나이에 입단했고, 2006년에 갑조리그에 들어갔다가 그 이후에는 갑조리그나 을조리그에도 발탁되지 못하였고, 별로 내세울 것이 없는 기사이다. 그러므로 타이틀을 몇 번씩이나 땄고 갑조리그 주장으로 출전하는 쑨텅위가 우광야보다 점수가 낮은 것은 타당하지 않다.
표3. 쑨텅위와 우광야
전체적 평가를 하기 위해 그림3에 중국 랭킹 점수와 세계 랭킹 점수를 비교하였다. 이 그림에는 2004년 1월 이후의 대국 기록이 40국이 넘는 기사들의 점수만 표시하였는데 82명의 기사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 그림에 기울기가 2인 두 개의 직선을 그렸는데, 이것은 중국 점수 제도의 100점 차이가 세계 랭킹 제도의 200점 차이에 해당하는 승률 기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해석한 것이다. 대부분의 기사들의 점수가 이 두 직선 사이에 포함되어 있다. 아래 직선보다 낮은 쪽에 있는 점들은 중국 점수에 비해 세계 랭킹 점수가 매우 낮은 경우이다. 반대로 위의 직선보다 위에 있는 점들은 세계 랭킹 점수가 중국 점수에 비해 매우 높은 경우이다. 이런 경우에 해당되는 점들 옆에 번호를 붙여 놓았다.
그림3. 중국 기원 점수와 세계 랭킹 점수의 비교.
그림3에 번호를 붙인 점수를 가진 기사들에 관한 자료를 표 4와 5에 모았다. 표4를 보면 차오 다위안, 류 샤오광, 녜 웨이핑처럼 과거에 잘 두었던 고참 기사들의 점수가 세계 랭킹 점수에 비해서 높게 나온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이들이 최근 6년 반 동안에 성적이 좋지 않았고 최근 1년에는 중요한 대국을 별로 두지 못했는데도 점수가 높다. 류 샤오광은 대국 기록이 40국이 넘지 않아서 이 그림에는 표시되어 있지 않다. 리지에는 1989년생으로 고참 기사가 아닌데, 그가 과거에 잘두었고, 현재는 과거보다 못 두는데, 그의 과거의 실력이 비교적 크게 반영되어 중국 점수가 높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03년에 삼성화재배의 32강에 올라 최연소 국제기전 32강 진출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는 또한 2008년에 6단으로 승단한 것을 보아도 그가 현재보다 과거에 더 활약한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박문요는 아직도 5단이다.)
반대로 표5에서 보듯이 최근에 바둑을 잘 두는 신예 기사들은 중국 랭킹 점수가 비교적 낮다. 표4, 5에 나와 있는 여성 기사들을 비교해도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최근의 바둑 전적으로 보면 리허가 뛰어난 여성 신예 기사인데, 그의 중국 점수는 과거에 잘 두던 장쉔의 중국 점수보다 낮고 현재 부진한 예꾸이와 차오요우인의 중국 점수와 비슷한 편이다.
표4. 중국 랭킹에 너무 높게 평가된 기사들
표5. 중국 랭킹에 너무 낮게 평가된 기사들
중국기원의 9월 공식 랭킹: 저우루이양이 2등이 맞는가?
위에서
보인 분석을 수행한 다음에 2010년 8월말까지의 전적에 근거한 중국 공식 랭킹이 발표되었다. 위와같은 분석을 하면 비슷한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이번의 중국 랭킹에서 깜짝 놀랄만한 사건은 저우루이양이 구리를 제치고 중국 2위로 올라간 것이다. 정말 저우루이양이 2등이 된 것이 합당한가? 이를 따져 보기 위해 중국 상위 기사들 네 명의 5월과 9월의 중국 공식 점수와 그들의 5, 6, 7, 8월의 전적을 표6에 적었다.표6. 중국 상위 기사들의 공식 랭킹 점수
이 표를 보면 승률이나 승패의 차이를 보아도 저우루이양이 점수가 그렇게 많이 올라야 할 이유가 없다. 한국 기사들과의 전적을 보면, 콩지에가 이 기간에 이세돌, 이창호, 목진석에게 이겼고 이세돌에게 졌다. 반면에 저우루이양은 김승재, 박진솔, 안형준, 서능욱에게 이겼고 최철한과 박정환에게 졌다. 그들의 대국 상대자들의 실력을 보거나 그들이 대국에서 이긴 사람을 비교해 보아도 콩지에의 전적이 저우루이양보다 훨씬 좋다. 그런데 콩지에는 33점이 떨어지고 저우루이양은 60점이 올라서 이들의 점수 차이가 불과 1점 밖에 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14승 4패를 거둔 퉈지아시는 단 1점도 오르지 않았다.
국가 경쟁력 비교
한국과 중국과 일본의 바둑 실력을 비교하기 위해서 상위 기사들의 수를 비교해 보자. 표7에 10위, 20위, 30위, 40위, 50위 이내에 있는 기사들의 수를 조사하였다. 최상위권에서는 한국과 중국이 비슷하지만, 30, 40, 50위 이내의 기사들의 수를 비교하면 순위가 내려갈 수록 중국세가 커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중국의 프로 기사수가 한국의 프로 기사수보다 많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의 전체적 실력이 느는 것을 주목하여야 한다.
표7. 한중일의 전력 비교
국가 경쟁력을 살피기 위해서 실력이 늘고 있는 신예 기사들을 미리 파악할 필요가 있다. 앞서 표5에서 살펴 보았듯이 중국 공식 랭킹은 신예 강자들의 실력을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세계 랭킹 계산에서 이들의 실력을 더 정확하게 매기는 것이 중요하다.
그림4에 한국과 중국의 신예 강자들 중에서 강동윤(1989년 생), 박정환(1993)과 천 야오예(1989), 퉈 지아시(1991)와 구 링이(1991)의 점수 변화를 살펴 보자. 강동윤이 가장 먼저 상위권에 도착했고, 작년 9월까지는 다른 기사들을 능가하였다. 그러나 슬럼프에 빠진 그는 점수가 점점 내려가서 작년 10월에 바닥을 쳤다가 점점 회복해 간 것을 볼 수 있다. 중국의 천 야오예는 작년에 점수가 점점 올라갔고 금년에는 높은 점수를 유지하고 있다. 저우 루이양의 점수가 금년 3월 이후에 빨리 늘기 시작한 것을 볼 수 있다. 박정환이 이들 중에서 나이가 가장 어린데 작년 말께부터 갑자기 늘어서 금년 7월 점수에서는 이들 중에서 높은 편이다. 구 링이의 점수가 이들 중에서는 쳐지는 편이지만, 이들의 점수 차이가 100점 미만이므로 이들 간의 경쟁이 두고 볼만할 것이다.
그림4. 한국과 중국의 신예 강자들의 점수 변화.
그림5에 다른 중국 신예들의 점수 변화를 나타내 보인다. 이들은 퉈 지아시, 천 야오예, 구 링이, 등보다 약간 점수가 낮지만 떠오르는 신예들이다. 이 그림을 보면 신인왕전 챔피언인 스 위에가 일찌기 높은 점수를 얻었는데, 지난 1년 반 동안 정채 상태에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른 기사들은 스 위에보다 낮은 점수에서 점점 점수가 올라가고 있다. 장 웨이지에의 점수가 빨리 늘고 있고 쑨텅위의 점수는 빨리 늘다가 금년 3월 이후에 내려가는 추세를 보인다.
그림5. 중국 신예 강자들의 점수 변화.
위의 두 그림에 포함하지 않은 신예 중에 이번 삼성화재배의 16강에 오른 신예 기사로 탄샤오와 왕타오가 있는데, 왕타오의 점수는 아직 낮고 대국수도 많지 않다. 그래서 그림6에 왕타오를 빼고 탄샤오와 쑨리의 점수 변화를 보인다. 쑨리의 점수는 비교적 안정되어 있는데, 탄샤오의 점수가 빨리 올라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탄샤오는 삼성화재배 32강전에서 이창호에게 첫 판을 이겨서 한국 바둑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었다.
그림6. 탄샤오와 쑨리의 점수 변화.
이번 쑤저우에서 열린 삼성화재배 32강전에서 한국 기사들의 전적이 좋았다고 “쑤저우 대첩”이라는 표현을 쓴 기사들이 몇 개 나오면서 중국의 바둑을 겁낼 것 없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이처럼 시합 하나 하나의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대신에 우리는 전체적 추세를 살펴서 앞을 내다볼 필요가 있다. 그림4, 5, 6에서 보듯이 중국에는 점수가 빨리 늘고 있는 신예 기사들이 많이 있다. 표3에서 상위 50명의 기사들 중에서 1989년 이후에 출생한 신예들을 살펴보면, 중국에 퉈 지아시(1991년생, 5위), 저우 루이양(1991, 10), 천야오예(1989, 14), 리저(1989, 16), 구링이(1991, 15), 스위에(1991, 23), 멍타이링(1991, 26), 쟝웨이지에(1991, 27), 탄샤오(1993, 38), 쑨텅위(1992, 50)의 10명이 있는데, 한국에는 박정환(1993, 8), 강동윤(1989, 9), 김지석(1989, 19), 강유택(1991, 40)의 4명 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한국 바둑계가 미래를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다.
일본 기사들 랭킹
일본 기사들이 세계 랭킹 60위 안에 5명만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일본 상위 기사들 15명에 관한 자료를 표8에 적었다. 오래 동안 1위를 지키던 장쉬를 물리치고 야마시타 게이코가 일본 1위에 올랐다. 그는 최근에 아함동산배와 용성배를 따서 네 개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금년에 기성전(2010년 1, 2월)과 10단전(2010년 3, 4월)의 타이틀 전에서 그가 장쉬에게 각각 1:4, 0:3으로 퇴패하였으므로, 도전기에 가중치를 두면 장쉬가 아직도 1위를 유지할 것이다.
상위 1위부터 8위 기사들은 다 타이틀 보유자들이다. 타카오 신지는 대화증권배 타이틀을 가지고 있고, 금년에 명인전 도전자가 되어 이야마 유타에게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그리고 8위 이상은 9100점 이상인데, 9위에서 12위는 서로 점수가 비슷한 반면에 8위에 비해서는 점수가 많이 떨어진다.
이들의 나이를 살펴 보면, 조치훈과 야마시로가 50대, 요다 노리모토가 40대, 야마시타, 유키, 타카오, 하네, 사카이, 미조카미, 야마다, 류시훈, 장 쉬의 9명이 30대이고, 이야마 유타, 황이조, 고노 린의 3명이 20대이다. 이 20대 기사들 중에서 고노 린은 이미 만 29세이고 황이조는 23세이어서, 이야마 유타만이 신예 강자라고 할 수 있다. 십대의 강자가 아무도 없고, 40대 이상이 3명이나 상위 15위에 들어 있는 것이 일본 바둑의 미래가 밝지 않은 증거이다. 한 때 세계 랭킹 5위 안에 들던 장 쉬가 지금은 47위에 있는 것도 신예 강자들의 도전이 없어서 일본 바둑이 정채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표8. 일본 상위 기사들
요약과 결론
지난 번에 2010년 4월의 세계 랭킹을 계산해서 발표했는데, 성적이 늘고 있는 신예들의 점수가 너무 빨리 상승하는 감이 있었다. 그래서 신예들의 점수 상승률이 한국기원의 공식 랭킹의 점수 상승률과 비슷하도록 변수를 조정했다. 새로운 계산 결과는 한국기원의 공식 랭킹 점수와 비교하여 볼 때에 통계적 오차 내에서 서로 부합한다. 세계 랭킹이 아직 개선할 점이 있지만 큰 틀에서 보았을 때에 만족할만하다. 앞으로 운용하면서 개선해나가면 더 좋은 제도가 될 것이다.
세계 랭킹을 계산하는데 사용한 중국 기사들의 대국 자료가 불완전하지만, 상위 기사들의 점수는 상당히 정확히 매겨진 것으로 본다. 중국 기사들의 세계 랭킹 점수와 중국의 공식 랭킹 점수를 비교해서, 중국 공식 랭킹 제도가 신예들의 점수 상승에 인색하고 오래 전에 바둑을 잘 두던 기사들의 점수를 잘 내리지 않는 경향을 볼 수 있다. 또 우광야의 점수가 높게 나온 것과, 저우 루이양이 갑자기 점수가 올라간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국기원의 공식 랭킹과 비교해서 중국 랭킹의 특징을 짚어낼 수 있다는 것은 이 세계 랭킹 제도가 중국 기사들의 점수를 잘 계산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중국 랭킹 제도의 특징을 파악한 것이 세계 랭킹을 개발할 때에 염두에 두지 않았던 소득이다.
세계 랭킹을 매기는 목적으로 다섯 가지를 들었는데, 이 목적에 비추어서 세계 랭킹 제도의 결과를 평가해 보자.
바둑
팬들의 호기심 충족. 이 글은 바둑 팬들의 호기심을 충족하도록 세계 랭킹 뿐 아니라 많은 읽을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한국기원 랭킹 계산에 사용. 이미 몇 달 째 세계 랭킹 계산에 의한 점수를 한국기원 공식 랭킹 계산에 필요한 외국 기사들의 점수로 사용해 왔고, 이 세계 랭킹 점수는 한국기원이 공식대국으로 인정하는 국제대회의 전적만 가지고 계산한 점수보다 훨씬 정확하므로 그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
경쟁 상대국인 중국의 기력 파악. 이 글에서처럼 중국 기사들의 점수를 통계적으로 분석해서 중국의 경쟁력을 살필 수 있다. 특히 신예 기사들의 점수 동향을 살피는 것은 앞을 내다보는데 필요불가결한 자료이고, 앞으로도 이러한 분석을 계속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글에서 점수가 늘고 있는 신예 강자들이 중국에 훨씬 더 많다는 것을 발견했는데, 이에 비추어 보았을 때 한국기원이 15세 이하의 기재가 뛰어난 사람들이 조기 입단할 수 있도록 입단 제도를 이번에 개선한 것은 잘한 일이다.
국제 기전의 시딩에 사용. 이 랭킹 제도의 결과가 타당하다고 받아들여지면 이 세계 랭킹을 국제 기전의 시딩에 내년부터 사용할 수 있다고 본다.
공식 세계 랭킹 제도의 채택. 이것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인데, 그것은 이 세계 랭킹 제도 때문이 아니라 세계 바둑계의 정치적이고 문화적인 문제 때문이다. 특히 공식 랭킹 제도를 채택하지 않은 일본 기원이 선뜻 이에 응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공식 세계 랭킹 제도를 채택하기로 하여서 각 국가별로 선발된 랭킹 위원들로 구성된 세계 랭킹 위원회가 발족한다면, 이 위원회에서 각 기전의 중요도와 기전 단계에 따른 가중치를 정하면 필자의 랭킹 계산 방법을 채택하여 공식 랭킹 제도를 쉽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