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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요정도 막지 못한 '박정환 앓이'

등록일 2016.08.12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9라운드 1경기
포스코켐텍,신바람 '3연승'...나현, 6연승 무패 행진

멀리 있는 박정환은 웃었지만 팀은 울었다. 주장 부재의 위기 상황에서 하요정이 나타나 쉬지 않고 행운을 기도했지만 효험이 없었다.

모두가 승부처로 지목했던 3국. 랭킹 6위(이동훈)와 랭킹 10위(변상일)의 한 판 대결에서 승리한 포스코켐텍이 티브로드에 대승을 거뒀다. 포스코켐텍은 11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9라운드 1경기에서 5지명 류수항을 제외한 주전 전원이 승리하며 박정환이 빠진 티브로드를 4-1로 완파했다.


▲ 신진서와 더불어 차세대를 대표하는 두 사람의 대결에서 변상일(오른쪽)이 이동훈을 흑 불계로 물리쳤다. 둘 다 지구전에 능한 스타일인 만큼 '긴 반집 승부'가 예상된다는 국가대표팀의 전망이 있었으나, 하변 백진에 침투한 변상일의 과감한 작전이 중도에 승부를 갈랐다.


나란히 3승4패에 개인 승수까지 17승으로 똑같은 두 팀의 대결. 전반기를 마무리하는 경기인 만큼 5할의 성적(4승4패)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고자 하는 양 팀의 의지가 충돌했다. 4승4패냐, 3승5패냐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느낌상으로도 어마어마한 차이. 티브로드는 지난 3라운드 때 박정환의 대타로 나와 결승 홈런을 때린 퓨처스 선수 김수용을 다시 불러들였고, 포스코켐텍은 5연승 중인 나현을 최종국에 배치하는 등 경기 전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박정환의 부재가 선수들의 어깨를 너무 무겁게 했을까. 티브로드는 출발부터가 좋지 않았다.

3지명 김승재가 허망한 착각으로 포스코켐텍 주장 최철한에게 쉬운 선제점을 허용했다. 이어 이날의 최대 승부처인 3국에서 이동훈이 변상일에게 패하면서 0-2의 상황으로 내몰렸다.

후반 속기전에서 박민규가 류수항을 상대로 한 판을 만회했지만, 장고대국에서 김수용이 윤찬희에게 뼈아픈 반집 역전패를 당하며 무릎을 꿇었다(포스코켐텍 3-1 티브로드). 기세가 오른 포스코켐텍은 마지막 끝난 5국에서 나현이 강유택의 대마를 잡는 흔치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대승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 유창혁 해설자가 "이긴 사람(나현)이 진 사람처럼 치열하게 두고, 진 사람(강유택)은 이긴 사람처럼 느긋하다"며 영문을 몰라했던 5국. 대마를 잡은 후에도 계속 최강, 최강을 외친 나현의 모습이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진짜 둡니까" 나현의 재발견

"설마했는데 진짜 둡니까"
"믿을 수가 없네요...나현의 재발견입니다."

팀 승부와는 무관했지만 마지막 5국에서 나현이 보여준 상상을 초월하는 강수에 유창혁 해설자와 김효정 진행자는 연신 비명 같은 탄성을 내지를 뿐이었다.

이창호-박영훈의 신산(神算)계보를 잇는다 해서 '뉴 신산'으로 불리는 나현. 어지간히 불리한 국면에서도 꾺꾹 참으며 후반 역전을 노리는 그가 일찌감치, 그것도 밧줄 하나에 몸을 묶고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식의 모험을 강행하다니. 이것은 자체로 대단한 쇼크였을 뿐 아니라 다시 보기 힘든 구경거리였다.


▲ <장면도 1> ● 나현 ○ 강유택
우하귀 백△로 산 시점에서 흑1로 중앙을 관통한 수가 나현이 뒀다고는 믿기지 않는 승부수다. 보통은 가로 찌르는 약점이 있어서 주저하게 되는 곳. 이에 대해 강유택의 백2, 4 사이드 스템은 현명하다는 평가였고, 흑5로 백□ 다섯 점에 대한 공격이 시작됐다. 수의 선악을 떠나 국가대표 판정단에서 '새로운 스타일의 나현 등장'이라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장면.



▲ <장면도2> 계속해서 백1은 가의 치중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수. 이후 백3,5로 가른 다음 백7로 붙여 살자고 했을 때가 기로인데 나현은 흑8로 차단해 몽땅 잡자고 나섰고, 결국 대마 포획에 성공했다. 유창혁 해설자는 "오늘 왜 이렇게 거칠죠" "계속 최강, 최강입니다"를 연발하면서도, 평소 치열하지 못한 게 나현의 단점이었는데 오늘 새로운 면모를 보았다며 긍정적인 평가로 마무리.


승리한 포스코켐텍은 최근 3연승의 신바람을 내며 전반기를 4승4패(5위)로 마감했다. 5라운드까지 1승4패를 기록하며 암담했던 팀 분위기도 크게 살아나 후반기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팀의 리딩 히터인 나현은 6연승을 질주했고, 주장 최철한이 2연승. 여기에 1승6패로 부진했던 윤찬희가 결승점을 올리는 등 긍정적인 성과가 잇따랐다.


▲ 포스코켐텍 김성룡 감독과 주장 최철한의 승리 인터뷰.
(최철한)"(2연승인데...)지난 번(5라운드 때) 페어대회 참가로 빠졌을 때 팀이 이기는 걸 보고 내 몫을 다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김성룡 감독)"나현,변상일,류수항의 컨디션이 좋고 최철한,윤찬희가 살아나고 있다. 후반기를 기대해도 좋다"


반면 지난 경기에서 3연패의 늪을 탈출한 티브로드는 발돋움을 할 시점에서 주장 박정환의 부재라는 악재에 울며 다시 주저 앉았다. 믿었던 이동훈의 패배와 김수용의 뼈아픈 반집패, 3지명 김승재의 허망한 착각 등 돌아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 너무 많았다. 3승5패(7위)로 반환점을 돌면서 3년 연속 우승이라는 목표에도 빨간등이 켜졌다.

12일엔 6위(3승4패) Kixx와 2위(4승3패) 화성시코리요가 9라운드 2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최재영-고근태,김지석-박정상,박경근-홍성지,허영호-김정현,윤준상-이영구(이상 앞이 kixx).

9개 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최종 순위를 다투는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의 팀 상금은 1위 2억원, 2위 1억원, 3위 6,000만원, 4위 3,000만원. 상금과는 별도로 매 대국 승자는 350만원, 패자는 60만원을 받는다.


▲ 제1국(장고대국). 이번 시즌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윤찬희(오른쪽)가 반집차 역전에 성공하며 팀 승리를 결정 지었다.









▲ 팀이 2-0으로 앞서 가자 마냥 즐거운 김성룡 감독(사진 오른쪽).
"(이동훈이 옥쇄를 각오한 장면에서) 야, 상일이가 너무 놀랬어,흐흐흐" "근데 나현이가 상일이 수를 너무 잘 맞추던데(신기하지 않냐) 흐흐 " 이에 대해 최철한 왈,
"아무래도 자주 보니까...저도 영훈이 수는 잘 맞추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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