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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신랑을 위한 축하쇼(?)

등록일 2016.06.06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2라운드 4경기
님도 얻고 뽕도 따고...원성진 최고의 날

주장 원성진이 새출발을 하는 날, 이심전심 뭔가를 보여주자고 뜻을 모은 것일까. 지난해 최하위팀 한국물가정보가 두 번째 경기에서 Kixx를 대파하는 놀라운 일을 해냈다.

5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2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물가정보가 우승 후보 Kixx에 4-1 대승을 거뒀다.

원성진의, 원성진을 위한 축하쇼 같았다. 경기 전 예상은 김지석이란 이름 석자를 내세운 Kixx의 우세. 하지만 이날 한국물가정보의 선수들은 첫 경기 때의 그 선수들이 아니었다. 대부분 신들린 듯한 플레이를 펼쳤고, 그 때마다 승점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 김지석과 백홍석의 블록버스터급 대결로 기대를 모았지안 싱겁게 끝난 2국. 무난한 집바둑으로 흘러간 끝에 초반이 잘 풀린 백홍석이 126수 만에 낙승했다. "많이 기대했는데 싸움 한번 안 하고..." 라는 이희성 해설자의 멘트가 시청자의 마음을 대변했던 대국.


일등 공신은 2지명 백홍석이었다. 가장 먼저 끝난 2국에서 상대 에이스 김지석을 물리치며 기선을 제압했다. 이어 4지명 박승화도 힘을 냈다. 3국에서 상대 전적 1승4패의 열세를 딛고 김기용을 제압, 2승째를 보탰다.

결승점은 저녁 8시, 신혼여행도 미룬 채 대국장에 나타난 주장 원성진의 몫이었다. Kixx의 3지명 허영호와의 4국은 중반 들어 한 수만 삐끗하면 대마가 잡히는 난해한 공방의 연속. 하지만 원성진은 오늘 결혼식을 올린 사람이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정신력을 발휘하며 110수 만에 쾌승을 이끌어냈다.


▲ 인터뷰석에 선 새신랑 원성진. 잠시 후 "오늘 의미 있는 날인데 결과가 좋아 다행이다." "우리팀 분위기는 늘 좋다. 결혼도 한 만큼 지난해 부진을 씻는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는 소감이 이어졌다.



▲ 바늘 가는데 실은 자동 따라가는 법. 낭군을 따라 온 이소용 캐스터(오른쪽)가 검토실에서 결혼 선배 김려원씨의 손을 맞잡고 정감 있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 미뤄진 신혼여행은 내일 저녁 7박9일의 일정으로 하와이로 떠난다고.


아무도 예상 못한 한국물가정보의 3-0 승리. 이후 한국물가정보는 장고대국 한 판을 내주었지만, 마지막 5국에서 5지명 한태희가 'Kixx의 수호신' 윤준상마저 잡으며 이 이상 좋을 수 없는 결과를 맘껏 자축했다.


▲ 한국물가정보의 피날레는 5지명 한태희가 장식했다. 랭킹은 윤준상 11위, 한태희 48위로 큰 차이가 나지만, 2년 전 한태희가 GS칼텍스배 예선에서 한 차례 이긴 경험이 자신감의 밑천이 됐다. 이희성 해설자는 "지난 경기 신민준을 이길 때부터 한태희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았다"며 "이번 시즌은 그 어느 때 보다 단단히 마음을 먹은 것 같다"는 말로 눈여겨 볼 것을 강조.


반면 뜻밖의 대패를 당한 Kixx는 충격, 그 자체였다. 9개팀 가운데 최강 소릴 듣는 김지석-윤준상-허영호 라인이 아니던가. 속속 전해지는 패전 소식을 검토실은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 침울한 Kixx. 막내 최재영이 장고대국을 이겨줬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영봉패를 당할 뻔 했다.


이리하며 이변의 연속이었던 2라운드 네 경기가 모두 끝이 났다. 이 결과 SK엔크린이 유일한 2승팀으로 자리매김한 반면 포스코켐텍은 홀로 2패로 쳐졌다. 한 경기를 덜 치른 신생팀 BGF리테일CU가 1패, 전기 우승팀 티브로드를 비롯한 나머지 6개팀은 모두 1승1패의 결과다.

어느 팀이 강하고 어느 팀이 약한지는 여전히 감이 잡히지 않는다. 올해는 막판까지 안개 자욱한 승부가 계속될 것 같다는 느낌 말고는. 라운드를 거듭하면서 서서히 큰 폭풍을 예고하고 있는 바둑리그는 6월 9일 포스코켐텍-BGF리테일CU의 대결을 시작으로 3라운드의 포문을 연다.

기전 총규모 34억원의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9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순위를 다툰다. 팀 상금은 1위 2억원, 2위 1억원 3위 6,000만원, 4위 3,000만원. 상금과는 별도로 매대국 승자는 350만원, 패자는 60만원을 받는다.





▲제3국. 김기용(왼쪽)이 박승화의 거센 공격을 견디고 또 견뎌냈지만 결국 1집반차로 분루를 삼켰다.



▲ 제1국(장고). Kixx는 신참 5지명 최재영(왼쪽)이 안국현을 상대로 의미 있는 첫승을 거뒀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 한종진 감독이 "올해도 성적이 나쁘면 옷을 벗겠다"는 각오를 밝힌 한국물가정보는 출발이 좋다. 양 팀의 대결을 '예비역 2년차 대결'로 정의한 최유진 캐스터는 "지난해는 Kixx(윤준상 허영호)가 한국물가정보(원성진 백홍석)를 압도했는데, 올해는 시작부터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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