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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지명의 반란' 박진솔, 최철한도 잡았다!

등록일 2016.06.04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2라운드 2경기
박진솔, 천금의 결승점...정관장 황진단 3-2 포스코켐텍

동네 야구장을 전전하는 무명의 청년이 있다. 하지만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사이 세월은 흘러 청년의 나이는 훌쩍 서른을 넘긴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그의 천재성을 알아본 메이저리거 스카우터가 그에게 손을 내밀게 되고, 청년은 늦은 나이에 꿈에도 그리던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게 된다.

예전에 봤던 야구 영화의 스토리인데, 동화 같은 이야기지만 박진솔을 보면 영화속 주인공의 모습이 이따금 오버랩되곤 한다. 오랜 무명의 과정. 나아가 그 나이의 또래들이 추락을 염려하는 때에 박진솔은 비로소 구두끈을 조이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 86년생인 박진솔은 박영훈, 원성진, 최철한 등 '소띠 3총사' 보다 불과 한 살 아래, 같은 또래라 봐도 무방하다. 단도 아직 7단이고 랭킹은 한참 쳐지는 40위. 하지만 그에겐 '이제부터'라는 희망이 있다. '서른, 반란은 시작되었다'는 말을 그에게 붙인다면 너무 상투적일까.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박진솔이 시즌 초반 대단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첫 경기서 랭킹 6위 이동훈을 꺾어 파란을 일으키더니 이번엔 8위 최철한까지 잡으며 팀에 귀중한 승리를 선사했다.

6월 3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2라운드 2경기에서 정관장 황진단이 박진솔의 결승점으로 포스코켐텍을 3-2로 눌렀다. 정관장 황진단은 어린 주장 신진서가 선승을 거둔 다음 3국과 1국(장고)을 연달아 내주며 위기를 맞았으나, 5국에서 이창호 9단이 2-2 동점을 만든 다음 최종국에서 박진솔이 상대 주장 최철한을 잡는 개가를 올리며 짜릿한 첫승의 기쁨을 누렸다.


▲ 강렬한 와인색 유니폼의 정관장 황진단은 최연소 주장 신진서의 선승(대 윤찬희, 173수 흑 불계승)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정관장 황진단에선 신진서와 김명훈. 포스코켐텍에선 나현, 변상일 등 양 팀이 자랑하는 차세대 주자들이 총 출동한 경기였다. 전반부의 1~3국 모두 200수를 넘기지 않은 화끈한 내용이 펼쳐졌고, 여기서 2-1의 우위를 선점한 포스코켐텍은 승리가 눈 앞에 보이는 듯했다.


▲ 포스코켐텍은 (사진)3국에서 나현이 김명훈을 상대로 반격에 성공한 다음, 장고대국에서 변상일마저 승리하며 초반을 앞서 나갔다.


5국(이창호-류수항)은 진다 쳐도 4국에서 주장 최철한이 박진솔을 잡아주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반란'은 이런 믿음의 허를 찌르고 일어났고, 훈훈하던 포스코켐텍 검토실의 분위기는 점점 싸늘한 구들장처럼 식어만 갔다.


▲ 박진솔의 승리가 확실해졌을 때의 국가대표팀의 판정. 90대 10이라는 숫자 아래 '흑의 화끈한 한 판 엎어치기'라는 문구가 시선을 끈다. 김만수 해설자는 "90은 뭐죠? 100이라 해도 되지 않나요(?)" 물으면서 국가대표팀의 판정이 점차 '문학성'을 띠어 간다고 조크.



▲ 설마 하던 최철한의 패배가 현실화되자 충격과 허탈함에 빠진 포스코켐텍 검토진. 더이상 검토가 무의미해지자 선수들이 아쉬움 속에 돌을 담고 있다.


반면 신진서-이창호의 2승에 5지명 박진솔이 결정적 대어를 낚은 정관장 황진단은 고대하던 첫승에 크게 만족스러운 모습. 방송에서는 "정관장 김영삼 감독이 다음 경기 때 박진솔 선수를 누구와 붙일지 즐거운 고민에 빠졌네요."라는 멘트가 후속 드라마의 예고편처럼 흘러나오고 있었다.


▲ 제5국. 이창호 9단은 상대 류수항의 치명적 착각에 힘입어 102수 만에 낙승했다.


4일에는 티브로드와 SK엔크린이 2라운드 3경기를 갖는다. 1라운드에서 나란히 승리한 팀들의 대결인 만큼 2승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 대진은 박민규-박영훈, 강유택-강승민,이동훈-안성준, 김승재-이태현, 박정환-민상연(이상 앞이 티브로드).

기전 총규모 34억원의 2015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9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순위를 다툰다. 팀 상금은 1위 2억원, 2위 1억원 3위 6,000만원, 4위 3,000만원. 상금과는 별도로 매대국 승자는 350만원, 패자는 60만원을 받는다.




▲ 제1국(장고). 난맥처럼 얽힌 대마싸움에서 한승주(왼쪽)가 결정타를 놓치면서 승리가 변상일에게로 넘어갔다.



▲ 비상(飛翔)하는 신진서(정관장 황진단 1지명)에게 '어린 주장 징크스' 따윈 없다. 첫 경기서 천하의 박정환을 꺾은 데 이어 이날 윤찬희를 상대로 쾌조의 2연승.



▲ 지난 티브로드와의 경기에서 신진서가 박정환을, 박진솔이 이동훈을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2-3 패배를 당했던 정관장 황진단. 이날은 1-2로 뒤진 상태에서 이창호 9단이 동점타를 날린 것이 역전의 발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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