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에서 열린 한여름의 바둑 축제
여름의 절정, 찌는 듯한 햇빛 아래 사람들은 저마다 시원한 바람을 찾아 발걸음을 재촉한다. 삼복더위를 피해 계곡과 해변으로 향하는 이들 사이, 한여름 더위를 식혀줄 특별한 바둑 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짐을 챙겼다. 8월 2일부터 이틀간 펼쳐지는 여름 대표 바둑 축제 ‘국수산맥 국제청소년바둑대회’를 찾아, 바둑동네 대표피서지인 전라남도 영암으로 길을 나섰다.
8월 2일, 열한 번째를 맞은 ‘국수산맥 국제청소년바둑대회’가 전남 영암실내체육관에서 성대한 막을 올렸다. 대회장에는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온 참가자 7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반상에서 즐길 채비를 마쳤다.
개막식에는 우승희 영암군수를 비롯해 기명도 전남바둑협회장, 이봉영 영암군체육회장,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대회 시작을 축하했다.
기명도 전남바둑협회장의 힘찬 개시 선언과 함께 대국이 시작됐다. 웅성거리던 대회장은 일제히 고요해졌고, 선수들은 반상에 첫수를 놓으며 본격적인 승부에 돌입했다.
<글·사진 / 김미정 기자>
대회 전날, 한국기원 앞. 무더운 날씨에도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버스에 오른 아이들의 얼굴에 기대감이 한가득이다. 목적지는 바둑의 메카, 전라남도 영암. 5시간 정도 소요된다니 배웅을 뒤로하고 서둘러 출발했다. 고속도로가 꽉 막히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지만, 어른들만 벌써 지친 표정일 뿐 아이들은 마치 수학여행이라도 떠나는 듯 웃음과 수다가 끊이질 않는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길을 재촉했다. 다행히 도로 상황은 예상보다 원활했다. 저 멀리 월출산이 장엄하게 모습을 드러내며 우리를 맞이했다.
8월 2일, 열한 번째를 맞은 ‘국수산맥 국제청소년바둑대회’가 전남 영암실내체육관에서 성대한 막을 올렸다. 대회장에는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온 참가자 7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반상에서 즐길 채비를 마쳤다.
개막식에는 우승희 영암군수를 비롯해 기명도 전남바둑협회장, 이봉영 영암군체육회장,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대회 시작을 축하했다.
우승희 영암군수는 “바둑을 사랑하는 전 세계청소년 여러분,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영암을 찾아주신 여러분을 환영한다. 이번 대회로 서로 배우고 성장하며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하는 뜻깊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면서, “ 조훈현국수를 배출한 영암군은 바둑의 본고장답게. 바둑의 위상을 높이고 문화를 더욱 활성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기명도 전남바둑협회장은 “바둑은 인내와 사고력, 그리고 서로를 존중하는 예의의 스포츠로 앞으로 바둑을 이끌 주역이자 세계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길 바라며, 참가한 모든 선수의 건승을 기원한다”고 격려했다. 답사에 나선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국수산맥 바둑대회는 한국 바둑사를 빛낸 국수들의산실 전라남도에서 시작된 국제바둑 축제로 국경을 넘어 교류하는 뜻깊은 무대다. 영암에서 좋은 공기와 음식, 그리고 좋은 추억 많이 남기시길 바란다”는 인사말을 전했다.
기명도 전남바둑협회장의 힘찬 개시 선언과 함께 대국이 시작됐다. 웅성거리던 대회장은 일제히 고요해졌고, 선수들은 반상에 첫수를 놓으며 본격적인 승부에 돌입했다.
이번 대회는 국제청소년 교류전과 전국청소년바둑대회로 나뉘어 진행됐다. 국제청소년 교류전에는 중국, 대만, 홍콩, 태국, 몽골, 그리고 저 멀리 과테말라까지, 세계 각국에서 바둑을 사랑하는 청소년들이 모였다. 노란색 상의를 입은 외국선수들은 초록색 상의를 입은 국내 선수들과 바둑판 앞에 마주 앉아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바둑이라는 공통 언어로 쌓아 올린 우정이 노랑, 초록의 물결로 대회장을 시원하게 물들였다.
전국청소년 바둑대회에서는 참가 선수들이 실력과 나이에 따라 최강부, 고등부, 중등부, 초등고·중·저학년부 등 총 6개 부문으로 나뉘어 열띤 경쟁을 펼쳤다. 첫날 예선 조별리그와 둘째 날 토너먼트를 통해 각 부문 최강자를 가렸다.
8월 3일, 월출산의 기(氣)를 듬뿍 받은 선수들이 다시 대회장으로 향했다. 7라운드까지 이어지는 국제청소년 교류전에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승부가 이어졌고, 전국청소년 바둑대회 본선에 오른 선수들 역시 최강자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조용하던 대국장에 굵은 빗줄기가 천장을 두드렸다. 밖을 내다보니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무더운 날씨에 “이제 좀 시원해지겠구나”싶었지만 가시기는커녕, 마치 뜨거운 사우나에 들어온 듯 한 습기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남은 대국에 온전히 집중하며 승부에 임했다. 각 부문 입상자가 차례대로 결정되고 시상이 진행됐다. 초등부 시상 후, 중등부에서는 이예겸(한국바둑중)이, 고등부는 류승하(한국바둑고)가 정상에 올랐다. 대회 최고 부문인 최강부에서는 변정민(18·충암도장)이 박종찬(15·류동완도장)을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현재 연구생 1조 1위인 변정민 학생은 우승 소감으로 “내년에 졸업으로 이번이 마지막 참가였는데, 우승을 해서 기쁘다”고 전하며, “입단하면 신예대회에서 먼저 성적을 내고, 가능한 모든 타이틀에 도전해서 우승을 차지하고 싶다”는 당찬포부를 밝혔다.
국제바둑 교류전도 마지막 라운드를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고, 함께 단체 사진을 찍으며 대회의 대미를 장식했다.
2박 3일간의 바둑 축제를 끝낸 후, 이제 남은 건 신나는 관광뿐. 외국 선수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각기 다른 체험을 즐겼다. 한쪽은 세찬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승부사 이세돌九단을 배출한 비금도로 향했다. 폭우와 강풍에 잠시 망설였지만, 금세 마음을 다잡고 곧장 출발했다. 비금도에 도착한 이들은 이세돌 바둑박물관을 방문해 바둑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며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다른 팀은 영암 대표 여름 휴양지, 기찬랜드에서 시원한 물놀이로 한여름 더위를 날리고, 웃음과 즐거움이 가득한 시간을 보냈다.
한편, 프로 기사들의 세계 무대인 ‘세계프로 최강전’ 본선이 9월 29일 신안에서 막을 올린다. 모든 경기는 단판 토너먼트로 진행되며, 16강부터 4강까지는 신안에서, 결승은 영암에서 펼쳐진다.
이번 대회는 단순한 승패를 넘어, 청소년 바둑의 저변을 넓히고 세계와 연결되는 소중한 교류의 장이 됐다. 바둑으로 하나 된 청소년들은 서로의 실력을 확인하고 우정을 나누며, 다양한 문화와 경험을 배우는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다음 여름, 다시 한 번 청소년 바둑의 열기가 가득할 ‘국수산맥 국제청소년 바둑대회’를 기대해본다.
<글·사진 / 김미정 기자>